[커버스토리=‘물류 혁신’이 세상을 바꾼다]
-정부, 물류 산업을 새 성장 동력으로 ‘찜’…연관 산업 다양해 시너지 커


이홍표 기자 hawllinfg@hankyung.com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문재인 정부가 물류 산업을 새 성장 동력의 하나로 ‘찜’했다. 정부는 6월 말 열린 ‘제18차 경제 활력 대책 회의’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물류 산업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물류 산업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 활용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어 향후 한국의 핵심 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번 안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택배 등 생활 물류 수요 확대와 4차 산업혁명 기술 확산 등 산업 여건 변화에 맞춰 물류 산업을 기존 제조업의 보조적이며 수동적 산업에서 탈피, 경제 혁신을 선도하는 중추 서비스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주요 혁신 방안은 세 가지다. 첫째, 생활 물류 서비스 육성 기반 구축이다. 둘째, 전통적 물류 산업의 활력 제고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에 나선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류 시설 공급 확충에 나선다. 우선 급증하는 택배 물량을 수용하기 위해 도심 내 인근 택배터미널과 배송 거점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택배 허브 터미널 등 대규모 분류 시설 입지 2~3개소를 대도시권 유휴 부지를 대상으로 금년 말까지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의 미래 책임진 킬러 콘텐츠 ‘물류’
‘생활 물류의 IT’가 포인트

첨단 기술에도 투자한다. 정부는 2027년까지 첨단 물류 기술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친환경 화물차 전환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수소·전기 충전소 설치 지원, 군집 주행 등 관련 신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물류 관련 일자리 매칭과 창업 활성화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물류 산업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매우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이 얽혀 있는 복잡한 산업이다. 비유하면 사람의 몸 중에서 핏줄과 신경계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물류 산업을 새 성장 동력의 하나로 찜한 것은 물류 산업의 변화를 통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물류 산업은 수송·보관·하역 등 전통적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 물류 기업부터 기업 전반의 물류 활동을 일괄 위탁받아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전문 물류 기업, 최근에는 전국적인 택배망을 통해 이커머스 물류를 수행하는 택배 기업부터 생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업종에 걸쳐 약 61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 종사자 수 기준으로 국가 경제의 약 2.9%를 차지하며 수년간 연간 1만 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또 대형 플랜트 건설을 위한 초중량물 수송부터 TV·냉장고·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원부자재의 공급부터 완제품의 배송, 지역에서 생산된 다양한 농수산물을 수요지까지 수송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물류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들을 보면 먼저 화물 운송 업체들을 꼽을 수 있다. 화물 운송 업체는 육상·수상·항공·기타운송서비스업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수상운송업은 선박 등을 보유하고 화물을 운반하는 기업, 항공운송업은 비행기 등을 가지고 화물을 운반하는 항공업을 뜻한다.
육상운송업과 기타운송서비스업을 좀 더 세분화해 살펴보면 화물자동차운송업과 화물주선업 그리고 택배업과 항만운영업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중 화물자동차운송업과 화물주선업은 평균 매출 10억원 미만으로 낮은 수준인데 비해 택배업과 항만운영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평균 매출을 보여주고 있다.

항만운영업은 항만 운영권의 확보와 항만 시설 설치를 위해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가 많이 소요되며 항만 시설이 한정돼 있어 적은 수의 업체가 사업을 영위하면서 평균적인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물류터미널운영업도 초기 자본 투자 규모가 큰 편이지만 다수의 소규모 사업자들이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적은 평균 매출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점차 대형 터미널로 규모를 확대하는 추세를 보이며 평균 매출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택배업은 전국적인 택배 터미널, 분류 장치, 전용 차량, 조직망, 정보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하는 자본집약형 장치산업이다. 택배는 소형·소량의 운송물을 고객의 주택·사무실 또는 기타의 장소에서 수탁해 수하인의 주택·사무실 또는 기타의 장소까지 운송해 인도하는 것을 말하며(택배 표준약관 제2조 제1항, 2007), 택배 화물은 가로·세로·높이의 합이 160cm 이내(단 최장변 100cm 이내)로 30kg 이하인 소형 화물을 의미한다.

택배업은 한국의 물류 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업종이다. 온라인 쇼핑 등에 따라 택배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규모의 경제를 위한 시설 확대가 이뤄지면서 택배업의 평균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성장세 주목받는 3PL 시장

물류 산업 중 최근 주목받는 업종은 3PL(Third Party Logistics : 삼자물류)이다. 화주가 전문 물류 기업에 원자재 조달에서부터 유통업체와 최종 소비자에 이르기까지의 수배송·보관·포장·IT·항만하역·수출입 통관 업무 등을 일정 기간 이상 총괄 위탁하는 것을 말한다.

그간 국내 물류 시장은 지입 차량을 운영하는 영세 중소운송업자의 비율이 높아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따라 보다 안정적인 물류 서비스를 원하는 대규모 기업집단은 2PL 물류 기업을 중심으로 자가 물류를 선호해 왔다.

하지만 물류 업체들이 점차 대형화·전문화되면서 3PL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물류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3PL 또한 물류 시장 규모 추이에 동행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물류 아웃소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3PL을 중심으로 물류 전문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현재 3PL은 화물운송주선업자(포워더)로 이뤄진다. 포워딩(forwarding)은 일반적으로 운송주선인(forwarder)이 운송수단을 직접 소유하지 않은 채 운송을 위탁한 고객의 화물을 인수해 수하인에게 인도할 때까지의 집화·입출고·선적·운송·보험·보관·배달 등의 업무를 주선 또는 수행하는 사업을 말한다.

다만 포워딩은 일반적인 계약 물류에 비해 경쟁이 심하고 고객인 화주의 협상력이 커 포워딩 업체의 마진이 낮은 편이다. 또 고정 영업 자산을 필요로 하지 않아 고정비용은 적게 들지만 이를 통한 서비스 차별화가 어려워 인적서비스가 중요한 차별화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세계 포워딩 시장은 극심하게 양극화돼 가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의 물류 산업 경쟁력은 낮은 편이다. 1970~1980년대의 낡은 제도, 전통적인 업무 방식, 불투명한 시장 구조로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시설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산업 내에서 갈등이 상존하는 등 산업 발전을 위한 여건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최대의 물류 기업으로 볼 수 있는 CJ대한통운의 글로벌 순위는 29위다.

특히 기존의 전통 물류 기업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베이·쿠팡 등 대형 유통 업체들이 물류센터를 확장하면서 자체 전담 배송 체제를 구축해 가고 있다. 미국 아마존의 유통·물류 결합 트렌드를 모방하는 것으로 자체적으로 배송 서비스와 배송 속도를 향상, 관리하려는 전략이다. 유통 기업들의 이러한 변화는 전통 물류 기업의 영역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hawlling@hankyung.com


[커버스토리=‘물류 혁신’이 세상을 바꾼다]
-기업의 미래 책임진 킬러 콘텐츠 ‘물류’
-‘엎치락뒤치락’ 글로벌 포워더들의 해상·항공 1등전쟁
-유통 공룡들의 이유 있는 물류 강화
-기로에 선 택배사… ‘덩치는 키우고 트렌드 좇아라’
-‘더 빨리, 더 따뜻하게’… 아이디어 빛나는 물류 스타트업들
-한눈에 보는 물류 산업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5호(2019.07.29 ~ 2019.08.0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