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사모펀드, 공모형 펀드 149조원 추월…하반기엔 ‘배당주 펀드’ 주목해야
채권 펀드로 글로벌 자금 ‘대이동’…SRI 펀드도 ‘날개’ 달아
[정리 = 한경비즈니스 이홍표 기자]


2019년 상반기 펀드 시장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사모펀드의 강세 지속이다. 둘째, 주식형 펀드는 자금이 유출되는 한편 채권형 펀드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국내 채권형뿐만 아니라 해외 채권형 펀드에도 많은 자금이 유입된 것이 눈에 띈다. 셋째, 사회적책임투자(SRI)에 대한 관심 증가로 관련 펀드에 자금이 유입됐고 신규 SRI 펀드가 많이 출시됐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증시 대비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해 해외 주식형 펀드의 성과가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 좋았다. 하지만 이런 부진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일부 가치주 펀드 또는 중소형주 펀드는 강세를 보였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2019년 상반기 말 기준 전체 펀드 시장 규모는 618조3000억원이다. 이 중 공모펀드 설정액은 234조6000억원이며 사모펀드는 383조7000억원이다. 사모펀드 규모가 공모펀드 규모보다 149조1000억원 정도 많다. 그만큼 사모 펀드의 성장세가 크다는 의미다.

유형별로 봐도 주식형·혼합형·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하고 채권형·파생상품형·부동산형·특별자산형·재간접형·혼합자산형 등 대부분의 유형에서 사모펀드 비율이 공모펀드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형·특별자산형·혼합자산형은 기관 또는 거액 투자자 중심이란 펀드 유형의 특징답게 상대적으로 다른 유형에 비해 사모펀드의 비율이 높았다.


◆채권 펀드 인기는 글로벌 공통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 흐름은 비단 한국에서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글로벌 펀드 시장 내 자금 흐름을 살펴봐도 비슷하다. 상반기 글로벌 펀드 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투자자들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주식형 펀드에서는 대규모의 자금을 인출하고 있다. 반면 채권형 펀드에는 지속적으로 투자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소위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된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주식형 펀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연초 이후 투자 자금이 유입됐던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도 2분기 이후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채권형 펀드는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도 투자 자금이 유입되며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 공모펀드 시장의 자금 흐름도 글로벌 펀드 자금 흐름과 동일하다.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대규모 자금이 유출된 데 반해 국내외 채권형 펀드에는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상반기 동안 각각 1조6000억원 정도 설정액이 감소했다. 반면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상반기 동안 8조5000억원 이상 자금이 증가했다.

세부 유형별로 보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초단기 채권형 펀드 대비 듀레이션이 다소 긴 일반 채권형으로의 자금 유입 강도가 강했다. 듀레이션이 가장 긴 유형인 국공채 채권형 펀드에도 자금이 유입되며 7147억원 증가했다. 또 시중금리 하락 등으로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회사채권 등의 수요가 증가하며 회사채 펀드도 상반기 동안 1조원 이상 늘어났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MMF를 제외하고 동양하이플러스채권증권자투자신탁1(채권),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증권투자신탁1(채권)(모) 등을 중심으로 국내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하지만 설정액 증가율로 보면 해외 채권형 펀드가 가장 높은 수준인 전년 말 대비 46% 증가했다.

해외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 흐름은 지난해 기준 부진한 성과로 매월 설정액이 감소했다. 하지만 새해 들어 금리 인상 우려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고 글로벌 채권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자금 흐름이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개별 펀드별로 보면 국내 채권형 중 동양하이플러스채권증권자투자신탁1(채권)과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1(채권)(모) 등의 펀드가 상반기(2019년 1~6월) 설정액 증가 상위에 올랐다. 각각 1조9721억원, 7516억원씩 설정액이 늘었다.

해외 채권헝 펀드는 하나UBSPIMCO글로벌인컴혼합자산자투자신탁(H)(재간접형), 신한BNPPH2O글로벌본드증권투자신탁(H)(채권혼합-파생재간접형) 등의 글로벌 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집중됐다. 설정액은 각각 7081억원, 4046억원 늘어났다.

상반기 동안 국내 SRI 펀드에 약 450억원 이상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펀드 설정액은 전년 말 대비 11.5% 성장했다. 특히 순자산 규모는 국내 증시의 상승세와 KB주주가치포커스증권투자신탁(주식) 같이 일부 펀드의 우수한 성과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동안 18.2% 성장하며 4200억원대를 넘어섰다.

펀드별 설정액 증가 현황을 보면 신한BNPPTops아름다운SRI증권자투자신탁1[주식], KB주주가치포커스증권투자신탁(주식) 등의 펀드가 각각 396억원, 111억원 증가해 설정액 증가를 주도했다. 이 밖에 KTB지배구조1등주증권투자신탁(주식)·키움올바른증권투자신탁(주식)·코레이트주주성장타겟증권투자신탁[주식] 등을 포함해 올해 5개 펀드가 신규 론칭되며 설정액 증가에 힘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국내 증시의 상대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일부 가치주 펀드 또는 중소형주 펀드는 강세를 보였다. 상반기 가치주의 상대 성과가 좋게 나타난 배경에는 지난해 4분기 나타난 글로벌 증시 조정과 반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상반기 동안 지속된 상장사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감익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추정치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게 돼 ‘미래 이익 추정치’보다 실제 달성된 재무제표상의 숫자를 중심으로 투자 판단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경제지표 부진 등 펀더멘털 약화도 전반적인 지수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를 낮아지게 만들어 종목별 장세가 펼쳐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채권 펀드로 글로벌 자금 ‘대이동’…SRI 펀드도 ‘날개’ 달아
◆가치주·중소형주 펀드 강세 보여

하반기 펀드 시장도 상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사모펀드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금융 환경이 미·중 무역 분쟁,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정책, 한국 기업의 이익 하향 조성 지속, 한·일 무역 갈등 등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운용 전략을 통한 수익 추구 필요성이 높은데 이는 운용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모펀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여기에 사모펀드 시장이 성장을 이끌고 있는 부동산 펀드 또는 특별 자산 펀드는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가의 대체 투자 확대라는 장기 투자 전략과 연결돼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모펀드 성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한국형 헤지펀드도 다양한 운용 전략과 양호한 성과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도 성장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채권시장 특유의 강세 관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과 주요 선진국 시장금리는 최근 가파른 하락세에 대한 피로감으로 강세 속도는 다소 둔화될 여지가 있다.

SRI 역시 100여 개 이상으로 늘어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기관의 활동 강화로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정사업본부·공무원연금·사학연금·교직원공제회 등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준비는 의미가 남다르다.

마지막으로 배당주에 대한 투자를 적극 검토할 것을 추천한다. 이는 하반기 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상대적으로 배당수익의 매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국내 경제성장이 구조적으로 둔화되는 가운데 앞서 SRI 활동 강화 등의 영향으로 기업의 배당성향 상승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6호(2019.08.05 ~ 2019.08.1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