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대 자기관리·30~40대 워라밸에…백화점 카드, 남성이 평균보다 2배 더 많이 써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남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20~30대 남성은 물론이고 명품 패션과 자동차·건강식품 등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30~40대 남성들, 스포츠·여행·미술·음악 등 취미와 관련된 분야에 투자하는 50~60대 남성들까지 대한민국에 남성 소비 열풍이 불고 있다.
전 연령대에 걸친 남성들의 소비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가 이끌어 낸 풍경이다. 우선 20~30대들에게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수가 됐고 아이돌 가수나 각종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꾸미는 법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일반화됐다.
사회생활이 한창인 30~40대는 정장 차림을 선호하던 기업들이 복장에 대한 자율화를 속속 도입하면서 패션에 눈을 떴고 주52시간 근무제 등으로 가능해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자동차 구매와 건강을 돌보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50~60대들은 취미 용품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60세 이상 남성들이 퇴직 후 늘어난 여가 시간을 취미 활동에 집중하면서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 각종 데이터로 증명되는 ‘큰손’ 남성

우선 백화점의 경우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선보인 남성 전용 카드 ‘신세계 멘즈라이프 삼성카드’ 1주년을 맞아 실시한 연간 실적(백화점 내 매출로 한정)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존 백화점 제휴 카드의 연간 평균 사용액이 300만원에 그친 반면 남성 전용 카드 연간 평균 사용액은 두 배가 훌쩍 넘는 700만원에 달했다.
특히 남성들은 여성보다 백화점에 자주 오지 않지만 한 번 오면 여성보다 4배 더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백화점도 전체 매출에서 남성 고객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6년 29.5%, 2017년 30.2%, 2018년 30.9%, 2019년 상반기 31.2%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명품 시계의 강자 롤렉스도 지난해 3000억원대 매출을 회복했다. 롤렉스는 2016년 3106억원에서 2017년 2994억원으로 매출이 줄었다가 지난해 ‘서브마리너’가 20~30대 남성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3112억원을 기록했다. ‘서브마리너’는 1000만원대에 달하지만 품귀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5년부터 최근 3개년 연평균 매출 신장률도 40%가 넘는다. 특히 남성용 립케어 제품 매출은 지난해 대비 19배로 치솟았다. 입술에 붉은빛이 감돌게 만드는 제품이지만 소비자 호응이 높다.
남성용 쿠션과 BB크림·CC크림 제품의 매출도 31% 늘어났다. 아이브로·컨실러 등 남성 눈 화장 제품도 지난해보다 41% 더 팔렸다.
20~30대 남성에게서 두드러졌던 뷰티제품 판매량은 4050대 남성으로까지 확대됐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남성의 비율은 2017년 29%에서 2018년 39%로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연령대별 거래액 증가율 순위는 50대 남성(149%), 40대 남성(132%)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젊은 남성층에만 한정됐던 남성 뷰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며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 한 달(7월 19일~8월 18일) 기준으로 명품 슈즈 88%, 명품 남성 시계 79%, 명품 남성 가방 78%, 명품 의류 58%, 화장품 메이크업 베이스 94%, 애프터 셰이브 로션 31%, 보디 케어 화장품 30%, 남성 올인원 25%, 필링젤·스크럽 16%, 남성 향수 7% 등이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30~40대 남성이 주도하는 자동차 소비에서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팰리세이드의 구매 비율 중 남성이 85%가 넘는다. 이는 국내 자동차 구매 남성 평균 비율인 75%보다 10%포인트 넘는 것이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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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9호(2019.08.26 ~ 2019.09.0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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