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버리고 실제로는 ‘더하는’ 기업들의 현실…‘선별과 실행’이 가장 중요
성장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줄이거나 버려라’
[한경비즈니스 칼럼=김광진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최근 여기저기에서 줄이거나 버리는 것이 열풍이다. 인류의 영원한 숙제인 살빼기와 같은 원초적이고 힘든 것에서부터 ‘미니멀 라이프’, 심지어 생각을 정리하고 버리기, 마음을 다스리고 버리기 등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왜 이렇게 최근 들어 줄이거나 버리는 것에 집중하는 것일까. 이유야 많겠지만 공통적인 한 가지는 분명하다. 무언가 많이 갖고 있기는 한데 그것이 행복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지고 있는 것들이 스스로를 힘들고 골치 아프게 하기도 한다.
◆군살을 빼야 본질적 가치에 더 집중 가능
미래 학자들은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거나 그럴 필요조차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고 말한다. 너무 많아 오히려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놓치는 것을 이른바 ‘풍요로움의 역설’이라고 사회학자들은 말한다.
중요한 사실은 버리는 사람들의 만족도와 행복감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언가를 버리기에 동참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느끼고 있고 그 경험을 주위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권하고 있다.
버리기를 통해 군살을 빼고 자기 인식을 최적화함으로써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버리는 데 얻는 것이 더 많다’는 역설적인 현상이다. 사회의 변화 흐름을 유추해 보면 이러한 버리기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그러면 우리의 조직과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어떨까.
최근 기업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들을 나열해 보면 주52시간 근무·워라밸(Work-life balance)·어질리티(Agility)·애자일(Agile)·몰입·동기부여·제너레이션(밀레니얼·Z세대) 등이 주를 이룬다.
달라지고 있는 기업의 업무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들이다. 아니 기업마다 고민하며 풀어 가야 할 숙제라는 말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교육과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효율성을 높이는 활동이다. 좀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최근 핵심 키워드인 디지털을 활용하기도 하고 관련 혁신 프로젝트도 많이 한다.
또 근본적인 처방도 놓치지 않는다. 결국 사람이 핵심이라는 가치 아래 임직원의 소통과 마인드의 변화를 통한 신뢰를 쌓아 나가려고 노력한다.
어느 하나 나쁜 것이 없다. 다 좋다. 꼭 해야만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만나 본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많은 리더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어둡다.

이유야 어쨌든 이런 고민들이 마음대로 잘 안 되기 때문이다. 하루가 바쁜 경영 활동에서 성과 창출과 성장은 고사하고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들뿐이다. 그 많은 올바른 취지의 계획과 실천들이 왜 조직에 적용되지 않을까.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필자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버리기가 아닌 더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기업들은 업무를 조율하기 위한 협의에 60%에 달하는 시간을 쓰고 있다. 근무시간의 40% 이상을 보고서와 문서 작성에 허비하고 있다.

프로세스를 체계화한다는 목적 아래 이뤄지는 조직의 복잡성이 만드는 비효율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기업들도 이 같은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적어도 현업의 실무자 기준에서는 너무나도 해결이 시급한 이슈들이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와 태스크포스(TF)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또 다른 프로세스들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결과물들은 집중해야 할 핵심과 본질과는 전혀 다른 것들이 도출된다.

즉 버리기가 아니라 더하기를 하는 양상이다. 다이어트로 비교해 보면 정작 빼야 할 군살이나 지방은 놓아두고 그나마 남아 있는 근육을 빼고 있는 꼴이다.
◆반드시 필요한 지식을 선별하고 습득해야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바로 지식과 경험의 인플레이션이다. 정보와 지식의 홍수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우리가 접하고 학습하는 지식의 양은 정말 방대하다. 하루 24시간을 돌아봐도 어마어마한 지식에 노출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는 세 가지 실수를 범하고 있다. 첫째, 우리는 실시간으로 배우는 지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바빠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현실과의 괴리로 실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업의 리더에게 묻고 싶다. 평균적으로 교육을 받고 난 뒤 몇 가지나 기억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지 말이다.
둘째, 너무 방대한 양을 접하다 보니 핵심을 놓치는 경우가 많고 결과물들이 질적으로 매우 빈약한 상황에 처한다. 말 그대로 풍요 속의 빈곤 상태다.
셋째, 아이로니컬하게도 지식을 모으는 것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생각과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필요하고 써야만 하는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데도 말이다.
이런 지식의 인플레이션 현상은 대부분의 임직원들의 교육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우리가 습득하는 지식을 성취 관점에서 진단해 보면 3가지 단계와 형태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지식을 습득하는 단계다. 이 단계는 그 지식을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다. 단 구체적인 경험이 없어 변수 컨트롤에 당황하게 된다.
둘째는 그 지식을 실행하고 적용하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는 문제와 이슈를 해결해 나가는 데 나타나는 변수를 해결하거나 의미 있는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문제는 셋째 단계다. 앞서 두 단계를 거치면서 많은 이들이 어떤 분야의 지식에 대해 나름의 전문성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이를 정확히 말하면 너무 많은 ‘지식의 노출’ 효과로 근거 없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성장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줄이거나 버려라’
실제로 인터뷰·학습 등 다양한 상황에서 임직원들과 대화해 보면 명확한 내용이나 핵심을 또렷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지식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는 것도 바로 이 영역 때문이다.
한 기업에서 필자가 직접 경험한 ‘피드백 코칭 역량’을 위한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본다. 코칭은 기업에서 임직원들의 소통 역량을 위해, 또한 리더십을 위해 가장 많이 진행하고 있는 역량이자 학습 주제다. 사실 코칭 교육을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실행하지 못하면 지식도 ‘무용지물’
어느 한 기업에서 심화 설계를 위해 사전 인터뷰를 해보니 그 결과는 2가지 반응으로 갈라졌다. 한 가지는 코칭 스킬에 대한 지식이 많은 사람이다. 이론적인 부분은 물론 나름대로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해 주는 리더들이다. 교육이 필요 없을 듯한 이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내부 코칭과 소통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면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많은 이론과 경험은 어디에 쓰인 것인지 절로 궁금해졌다.
또 다른 반응은 답변과 설명을 잘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코칭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망설인다. 사전에 교육 받았던 이력을 확인하고 진행한 인터뷰여서 내심 걱정과 기대가 있었는데 역시나 마음이 막막해졌다.
교육이 끝나고 나중에 확인해 보니 새로운 기획과 설계를 통해 교육을 진행한 해당 기업에선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리더 중심으로, 현장 중심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목표였던 상호간의 신뢰, 성과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교육을 많이 받아 왔고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코칭이 있을 때 ‘또 코칭이야’라고 말하면서도 실제 제대로 하는 임직원이 많지 않다. 비단 코칭 교육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지식 습득과 교육이 유사한 문제를 갖고 있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착각일 수 있는’ 지식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리더라면 잠시 물러서서 이제 조직 전체를 바라보자.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버리고 실행할 수 있는 진짜 실력을 갖춰야 할 때다. 조직의 알짜 실력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 핵심에 집중해야만 성장이 가능할 수 있다. 그것을 통해 우리가 집중해야 할 무언가에 ‘초집중’과 ‘초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단순하고 명쾌한 이 결론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해 본 사람은 잘 안다. 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이고 결정인지 말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걸 해낸 사람이 성공한 케이스는 정말 많다. 이제 당신의 차례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9호(2019.08.26 ~ 2019.09.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