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달 착륙 50년'…우주전쟁 2라운드 뉴 스페이스 시대의 주역은]
-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올 3월 부산시로 본사 이전, 1m급 해상도 구현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민간 우주 시장이 확대되면서 초소형 위성의 잠재력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위성은 국가 주도로 개발됐다면 점차 민간의 영역으로 넘어와 크고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들이 이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습니다.”
“‘30cm’ 초소형 위성 띄워 부산항 해양관리 책임질 겁니다”
박재필(31)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는 2015년 국내 최초 초소형 인공위성 종합 솔루션 기업을 표방하며 우주 기반의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대학에서 천문우주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각종 우주 경진 대회에 참가하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2012년 초소형 위성 경연 대회에 참가하면서 많은 도움을 얻었어요. 학부 시절 인공위성 동아리 ‘SATY’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최종 3팀에 선발될 수 있었는데 그때 같이 경연 대회에 참가한 타 학교 친구들과 함께 의기투합해 자본금 1억원으로 회사를 차렸습니다.”

박 대표가 감지한 우주 시장 변화의 중심에는 초소형 위성이 있었다. 초소형 위성은 무게 500kg 이하의 위성을 말한다. 미니 위성(100~500kg), 마이크로 위성(10~100kg), 피코 위성(1kg 이하) 등으로 나뉘며 개발 기간이 짧고 개발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하나의 위성이 아닌 수십 대에서 수천 대의 작은 위성들이 군집을 이루는 게 특징이다. 새 우주 시대, 초소형 위성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12유닛 크기의 초소형 위성 개발
“초소형 위성에 스타트업이 도전해 볼 수 있는 이유는 과거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95년 칼폴리대와 스탠퍼드대가 함께 교육용으로 만들었던 게 초소형 위성의 시작이라면 점차 회로가 줄어들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작은 위성으로도 큰 위성이 했던 임무들을 하기 시작했어요. 동일한 임무라면 경제성과 효율성이 높은 초소형 위성이 각광 받는 것이죠.”

글로벌 시장에서는 원앱·스타링크·플래닛랩스·스파이어·아스트로디지털 등이 초소형 위성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들은 하루 만에 지구 전역을 스캔하며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상을 전송하고 원유 저장 탱크의 저장량을 보고해 구매 예측을 돕기도 한다. 또 초고속 광대역 인터넷망을 우주에 설치하는 실험도 한다. 최근 원앱의 초소형 위성 수백 대를 우주에 뿌려 글로벌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초소형 위성의 미션도 달라지고 있다. 업체들은 초소형 위성을 개발하는 것 자체에 열을 올리는 데서 이제는 초소형 위성으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14년 설립된 플래닛랩스는 100대 이상의 초소형 위성을 이용해 지구 전역을 그물망처럼 촬영하며 하루 120만 개의 이미지를 생성하고 농업·국방·첩보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한다. 플래닛랩스는 나라스페이스테크톨로지의 벤치마크 대상이 됐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초소형 위성 분야의 모든 것을 공략한다. 초소형 인공위성 임무 설계와 위성 시스템 설계, 위성체 제작과 검증, 우주 환경 지상 테스트, 통신을 위한 지상국 구축, 우주 임무 운용 등 우주급 초소형 인공위성 개발 전 과정을 컨설팅하고 있다. 또한 초소형 위성을 대량생산 체제로 생산한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플래닛랩스처럼 직접 위성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위성 설계부터 영상 제공까지 초소형 위성 종합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 아래 현재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박 대표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고객의 목적에 따라 위성을 설계할 수 있고 도시·농업·재난·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며 “조만간 20억~30억원 규모의 투자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초소형 위성 부품 공급으로 주로 수익을 올리던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투자가 완료되면 제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공장에서 대량생산 체제로 초소형 위성을 찍어내는 프로젝트다. 과거 수작업으로 만들던 인공위성은 초소형 위성 시대를 맞아 자동차와 같이 생산 라인을 갖추고 하루 수백, 수천 대씩 양산이 가능해졌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올해 3월 서울에서 부산으로 회사를 옮겼다. 지역 발전 투자 협약 시범 사업에 따라 부산시가 미래 해양 도시 생태계 조성에 나서면서 초소형 위성을 통한 해양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우주 기술을 해양 관리에 이용하는 시도로, 초소형 위성을 띄워 부산항을 1시간 이내 간격으로 상시 관측하는 게 목표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1m급 해상도를 구현해 넓은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영상 촬영 모니터링이 가능하게 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초소형 위성 군집을 갖춰야 한다. 시 단위의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정밀한 하나의 위성보다 수많은 위성이 모인 위성 군집이 더 효율적이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개발하고 있는 초소형 위성은 12유닛(1unit, 가로·세로·높이가 모두 20cm, 20cm, 30cm) 규모로, 1m보다 큰 물체가 식별 가능한 해상도를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한 시간 단위로 도시를 찍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초소형 위성 개발보다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데이터 사업이다. 위성 활용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박 대표는 “지금 소초형 위성 스타트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펼치고 있지만 결국에는 ‘데이터 주도권’을 잡는 쪽이 승자가 될 것”이라며 “빅데이터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결국 소초형 위성의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전 분야에 걸쳐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위성 영상으로 다양한 분야에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적국에 있는 에너지 탱크의 에너지 상황을 예측하거나 마트에 있는 자동차 대수를 통해 경제 상황을 예측하는 분석이 가능하죠. 정밀 농업이나 항만 관리에 적용해도 효과적입니다. 항만 관리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려고 합니다. 서울대 농생대와 도시의 가로수를 관리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초소형 위성…무게중심은 ‘데이터 사업’
박 대표는 청년 8인으로 구성된 ‘스페이스 마피아’의 일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스페이스 마피아’는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지난해 12월 18일 발족됐다. ‘우주 기술 기반 스타트업 대표들의 모임’으로 20~30대 최고경영자(CEO)들이다. 초소형 위성·로켓·로봇·드론·센서 등 전공도 다양하다. 박 대표는 스페이스 마피아 8인 중 맏형으로,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초소형 위성에 드론을 실어 나르는 식의 프로젝트다.

한국에서 미개척 분야인 우주산업에 그 누구보다 먼저 뛰어들어 현재까지 사업을 하면서 박 대표가 느끼는 애로 사항은 무엇일까.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우주를 산업으로 봐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점차 인식이 개선돼 이제는 대규모 투자도 유치하게 됐지만 여전히 국내에는 여러 규제가 많고 고객들도 다양하지 않아 글로벌 우주 스타트업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척자 정신을 가지고 희망을 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초소형 위성 군집 기반의 종합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의 내일을 기대해 주세요.”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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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1호(2019.09.09 ~ 2019.09.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