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는 몽골, GS25는 베트남에서 각각 점포 수 늘리며 시장 안착…추가 진출 지역 모색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유통 업체들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도 편의점업계만큼은 예외다. 1인 가구 증가와 이런 추세에 발맞춰 빠르게 매장 구성과 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며 여전히 매출이 늘고 전체 시장 규모도 커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업계의 속사정을 들어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신규 출점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시장이 사실상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가맹점 수가 매출로 직결되는 편의점업계에서는 그만큼 추가 성장 여력이 낮아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신성장 동력’ 찾아라…해외에서 달리는 ‘K편의점’
게다가 유통업계 간 경쟁에서도 온·오프라인 간의 경계가 급격하게 허물어지는 모습이어서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최근 국내 편의점 업체들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시장을 주목하며 영토를 넓혀 나가는 이유다.

◆CU, 몽골에서 하루 방문객 1000명 넘어

현재 편의점업계 1위인 BGF리테일의 ‘CU’는 몽골을, 2위인 GS리테일의 ‘GS25’는 베트남에 지난해 각각 진출했다. 두 지역 모두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편의점이라는 유통 채널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다.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은 해당 지역을 국내에 이은 새로운 주력 시장으로 키워낸다는 목표를 갖고 현지에서의 사업 확장에 여념이 없다. 이를 기반 삼아 향후 다른 주변 국가들로 해외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구상 중이다.

우선 CU는 2018년 8월 몽골에 첫 점포를 열며 해외 사업에 다시 불을 붙였다. 당초 CU는 2017년 이란에 진출하며 국내 편의점업계 최초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렸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합작사 가맹비를 지불할 수 없게 돼 결국 지난해 이란 사업을 접으면서 새롭게 진출한 곳이 바로 몽골이다.

단독으로 진출한 것은 아니다. 몽골의 대표적 유통 기업인 ‘센트럴 익스프레스’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현지 기업에 브랜드 사용 권한과 매장 개설, 사업 운영권을 부여하고 로열티를 수취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BGF리테일은 상품 기획(MD)·개발·물류 등 각 분야의 정예 인원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몽골에 파견하고 상품 레이아웃부터 접객에 이르기까지 점포 운영 전반에 걸친 시스템과 노하우를 지원하고 있다.

성과는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약 1년이 지난 현재 몽골에서 운영 중인 CU 편의점은 50여 개를 넘어섰다.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최근 점포당 하루 평균 방문객이 1000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에 비해 3.2배 더 많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신성장 동력’ 찾아라…해외에서 달리는 ‘K편의점’
매장은 국내와 거의 동일하게 구성했다. 김밥·주먹밥·샌드위치 등 한국 편의점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간편 식품과 함께 토스트·핫도그 등 한국식 즉석조리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몽골에서의 한류 열풍과 현지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한 편의점이라는 유통 채널이 신선하게 부각되면서 이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쾌적한 매장과 친절한 서비스, CU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한국 상품들을 통해 CU 편의점은 몽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통 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GS25 2000개 만든다

GS리테일은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높은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베트남에 지난해 1월 4개 점포를 동시에 열며 시장 공략을 위한 닻을 올렸다.

현지 진출은 베트남 유통업계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손킴그룹’과 함께 합작회사를 만들어 이뤄졌다. 그리고 현재 베트남에서 GS25 매장 수를 40여 개까지 늘리는 데 성공하며 빠르게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유독 ‘K팝’과 ‘K뷰티’가 인기다. 이에 힘입은 한국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과 더불어 철저한 분석 끝에 마련한 ‘현지화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GS25는 내부에서 다양한 즉석조리 제품을 판매해 내·외부에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떡볶이·컵밥·튀김만두 등 ‘K푸드’와 함께 반미·반바오 등 총 50여 종에 달하는 베트남 음식까지 현장에서 조리해 판매한다.

이 같은 매장 운영 방식을 갖추게 된 배경은 이렇다. 베트남은 대부분의 식사를 음식점에서 해결하거나 음식점에서 구매해 온 먹거리를 집에서 먹는 식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경제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위생적이고 깔끔한 장소에서 음식을 즐기고자 하는 니즈가 커지는 추세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이런 베트남의 특성을 파악해 즉석조리 카테고리를 강화했고 편의점을 식당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내·외부에 구매한 음식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혁신적인 시도도 시작했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가 주요 이동 수단인 점에 착안해 현지 업계 최초로 ‘오토바이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편의점을 오픈한 것이다. 오토바이를 탄 고객들이 내릴 필요 없이 간단한 상품이나 즉석조리 식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신성장 동력’ 찾아라…해외에서 달리는 ‘K편의점’
특히 올 들어 아직도 베트남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상품인 주먹밥·도시락과 같은 ‘FF(Fresh Food)’ 상품도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지속적으로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승세에 힘입어 GS리테일은 10년 내 2000개까지 현지 점포를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향후 베트남에서 점포를 확대함과 동시에 캄보디아와 중국 등 다른 국가로의 진출도 검토하며 계속해 해외 사업을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2호(2019.09.16 ~ 2019.09.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