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스텔·상가 등 10곳 중 1곳은 공실
- 신규 분양은 곳곳에서 청약 미달
잘나가던 수익형 부동산의 추락…공급은 늘고 수익률은 하락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부동산 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국의 상가·오피스·오피스텔 등 전국 상업·업무용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1% 감소했다.

특히 경기 침체로 상가 임대 수익률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오피스텔은 공급 증가에 따른 공실도 증가하는 추세다. 매매가격도 전년에 비해 많이 떨어졌고 수익률 하락도 지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익형 부동산은 경매시장에서도 찬밥이다. 올해 1~8월까지 낙찰률이 24.2%에 불과하다.

◆ 매매·전세·월세 등 지표 “모든 게 떨어졌다”

한국감정원 부동산 통계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99.72로 나타났다.

지난 6월(99.90) 기준점인 100선이 무너진 이후 7월(99.76)과 8월에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하락세 기간을 추적해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2018년 10월(100.78)부터 무려 11개월 연속 하락이다.

전셋값·월셋값·수익률 등 임대 수익을 결정짓는 주요 지표도 내림세를 이어 갔다. 지난 8월 전국 오피스텔 전세가격지수는 99.76으로 지난해 11월(100.50)부터 하락 전환돼 계속 마이너스 추세를 보이고 있다.

월세가격지수는 더 심한 하향 곡선을 보인다. 8월 98.43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지난해 3월(100.3) 최고점과 비교하면 무려 1.87이 떨어진 것이다. 이 기간 동안(18개월) 단 한 차례도 상승 반전되지 못했다.

매매가격·월세보증금·월셋값 등으로 산출되는 수익률은 지난해 꾸준히 올랐지만 같은 해 10월 하락 반전돼 5.46%를 기록한 이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오피스텔의 공실률도 심각하다. 감정원에 따르면 2분기 현재 서울 오피스텔 평균 공실률은 10.2%로, 10곳 중 1곳 꼴로 비어 있는 상태다.

오피스텔 분양 시장도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양극화를 보이고 있는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은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지방의 구분 없이 참담한 청약 성적을 보이고 있다.

물론 핵심 지역에 들어서는 일부 오피스텔은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오피스텔은 고전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가장 최근에 분양에 나선 ‘종로 한라비발디 운종가 오피스텔’은 547실 모집에 단 17건만 청약 접수됐고 지난 7월 1890실 모집에 나선 ‘김포한강신도시 현대썬앤빌더킹’은 6건만 청약 접수됐다.

5월에 분양된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디오스텔 가산 오피스텔’은 330실을 모집하는데 단 2명만 청약 신청했고 지난 4월 강서구 화곡동에서 분양된 ‘강서 SJ라벨라 오피스텔’은 336실 공급에 청약자는 20명에 그쳤다.

도봉구 ‘방학 신화하니엘시티 오피스텔’은 전체 315실 중 청약자가 단 3명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오피스텔을 분양하는 시행사들은 ‘깜깜이 분양’에도 나서고 있다.

◆ 상가 공실률 늘고 경매시장에서도 ‘찬밥’

오피스텔과 함께 수익형 부동산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상가도 시들하다. 상가 공실률이 11.5%에 달하고 있고 거래량도 2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KB부동산시장 리뷰 9월호의 ‘국내 부동산 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상가(제1·2종 근린생활시설·판매시설의 일반 및 집합상가 등) 거래량은 1만5000여 건으로 전년 동기(1만6000여 건) 대비 8% 이상 감소했다.

2분기 상가 거래량은 수도권이 8000여 개, 비수도권이 7000여 개 거래됐다. 상가 거래량은 2017년 1분기 이후 올 2분기까지 연속 감소하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경매시장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그간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상가·오피스텔·근린시설 등은 틈새 투자처로 주목 받았지만 올해 들어 수익률 하락 등의 이유로 투자 수요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법원경매정보의 용도별 매각 통계에 따르면 올 1~8월까지 서울 내 5개 법원(중앙·동부·서부·남부·북부)에서 경매에 부쳐진 수익형 부동산 1326건 중 주인을 찾은 물건은 321건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경매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낙찰률(매각률)이다. 이는 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로, 올 들어 24.2%를 기록했다. 100건이 경매에 나왔다면 팔려 나간 물건은 24건에 불과할 정도로 새 주인을 찾기가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경매에 나온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뜻하는 낙찰가율(매각가율) 역시 차가워진 모습이다. 같은 기간 낙찰가율은 73%를 기록했다. 만약 100만원에 나온 수익형 부동산이라면 73만원에 팔려 나갔다는 의미다.

저조한 경매시장 지표는 지난해에 비해 더 나빠진 수준이다. 지난해 1~8월 서울의 수익형 부동산은 총 1512건이 경매에 부쳐졌고 이 중 454건이 팔려 나갔다. 평균 낙찰률은 30%로 올 들어 이 비율이 5.6%포인트나 더 떨어졌다.

이 기간 매각대금 합계액은 2226억7513만원이다. 경매에 유입된 뭉칫돈도 지난해에 비해 올해(1539억3588만원) 660억원이나 빠진 셈이다. 지난해 낙찰가율은 84.6%로 올 들어 11.6%포인트나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업용 부동산의 허가·착공 등 공급량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 최근 6년 내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소비 심리 위축과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공실 위험이 높아진 상황에서 사업을 연기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건설 현장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상가정보연구소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1~7월 상업용 부동산(판매 및 영업시설, 위락시설, 근린생활시설, 숙박시설, 업무시설 등) 전국 착공량은 2만7702동으로, 2013년 같은 기간 2만7008동 이후 가장 적었다.

착공에 앞서 국토부로부터 받는 건축 허가도 올해 1~7월 현재 3만9671건에 그쳐 2013년 같은 기간(3만8421건) 이후 가장 저조했다.

상업용 부동산 공급량은 2016년을 정점으로 내리 감소 추세다. 인허가는 1~7월 기준 2016년 4만5426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4만3042건, 2018년 4만3871건, 올해 3만9671건 등 순으로 감소 추세다.

착공 건수도 2016년 1~7월이 3만3751건으로 가장 많고 2017년 2만9781건, 2018년 2만9862건, 올해 2만7702건 모두 이에 미치지 못했다.

오피스텔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것은 수년째 이어진 공급과잉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5년 약 4만4307실이던 전국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2018년 7만4553실까지 급증했다. 올해는 약 8만8714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규제 강화의 영향도 있다. 지난해 1월부터 투기과열지구와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오피스텔 분양권을 소유권 등기 이전까지 사고팔 수 없게 됐다. 또 지난해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가 시행되면서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양도세 부과 시 ‘주택’으로 분류되는데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아파트 시장이 크게 위축된 여파도 오피스텔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원인은 오피스텔은 과잉공급, 상가는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다”며 “앞으로도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반사이익과 저금리 기조의 호재가 있어 시장이 급격히 무너지지 않고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4호(2019.09.30 ~ 2019.10.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