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安측 “손학규·한국당과 같이할 생각 없어…미래 위해 공부한 뒤 국민 부름 있다면…”


정치권 러브콜 뿌리치고 미국 간 안철수 “지금은 각자 영역에서 활동할 수밖에”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안철수 국민의당(바른정당과 통합해 바른미래당 창당) 전 대표가 최근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이란 제목의 책을 내놓은 데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뜬금없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지난 9월 1년 체류 일정으로 독일 유학을 떠났다. ‘인내하며 한 발 한 발 내딛는 삶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는 정치 얘기는 없다.

2016년 8월 조깅을 즐기는 딸과 함께 본격적으로 달리기 세계에 들어선 것부터 독일에서 마라톤 하프코스와 풀코스 도전기, 이를 통해 배운 인생 얘기 등을 담았다. 안 전 대표는 “독일을 떠나면서 그동안의 삶에 대해 정리하는 의미로 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책 출간과 때를 맞춰 10월 1일 돌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가 몸담았던 바른미래당 내에선 내년 총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유력 대선 주자가 너무 한가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불만들이 적지 않다. 바른미래당발 정계 개편이 태풍의 눈으로 다가왔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주요 계파의 수장이 “나 몰라라” 하는 식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 1년 기한으로 미국에 가…총선 전이냐, 후냐
정치 복귀 시점 섣불리 예단하지 못해

이 때문에 과거 그가 주요 정치적인 결단을 해야 할 시기에 타이밍을 놓쳐 ‘간철수’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들었던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안풍(安風 : 안철수 바람)’을 일으키며 정치권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정치권에서는 그를 향한 러브콜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의견 표명을 유보한 채 모호한 화법으로 일관하다가 대선을 3개월 앞둔 그해 9월 19일에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혹독한 검증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금 정치권 곳곳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경쟁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손 대표는 9월 1일 대표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안 전 대표를 향해 “바른미래당을 살리는 일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한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슷한 얘기를 꺼내고 있다.

안 전 대표와 바른미래당을 공동으로 만든 유 의원은 “안 전 대표가 뜻을 같이해 주기를 요청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안 전 대표를 만나러) 미국이 아니라 우주라도 갈 수 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탈당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유 의원은 유승민계·안철수계 비당권파 의원 15명이 만든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 행동(변혁)’을 이끌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보수 대통합 범위에 안 전 대표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안 전 대표부터 우리공화당에 이르기까지 같이할 수 있는 분들이 모두 같이하는 게 진정한 반문(반문재인)연대”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으로 건너간 안 전 대표의 귀국 시점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안 전 대표는 10월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독일을 떠나 미국 스탠퍼드 법대의 ‘법, 과학과 기술 프로그램’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법과 제도가 과학과 기술의 빠른 발전을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를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가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유럽에서 치열한 미래 대비 혁신 현장을 다니며 우리의 미래와 먹거리에 대해 고민했다”며 “미국에서는 이런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법, 제도적 개선과 적용에 대한 연구를 이어 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그의 귀국 시점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안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에게 안 전 대표가 미국에 간 이유와 귀국 시점 등에 관해 들었다.
정치권 러브콜 뿌리치고 미국 간 안철수 “지금은 각자 영역에서 활동할 수밖에”
-안 전 대표가 미국에 간 이유가 뭔가.

“안 전 대표의 말대로 유럽의 여러 나라가 미래 성장과 먹거리를 위해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는데 결국 현장의 좋은 정책 아이디어들도 법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으면 소용없다는 깨달음이 있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느낀 점을 한국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용할 것인지 고민했고 미국에서 좀 더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이다.”

-언제 귀국하나.

“내년 총선 전이냐, 후냐가 관심이 될 텐데 1년 기한으로 미국에 갔지만 연구 진척이나 결과에 따라 조기에 마칠 수도 있고 1년 후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 상황에서 총선 전이냐 이후냐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손 대표와 유 의원 등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데 안 전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손 대표의 요청에 대해선 내가 손 대표를 따로 뵙고 말씀드렸다. 안 전 대표가 현지 활동에 전념하고 있으니 그렇게 하도록 놓아 주자고 했다. 손 대표 쪽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오랫동안 함께했던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에 대해선 ‘여러분들이 의논하고 도출된 결론에 대해 믿고 존중하겠다’는 말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유 의원이 현안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안 전 대표는 잘 알고 있다. 서로의 공감대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활동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보수 대통합에 대한 안 전 대표의 생각은 무엇인가.

“‘조국 사태’로 무당층이 증가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당이 야권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당과 같이할 생각이 없다. 인위적인 정계 개편보다 안 전 대표 스스로 고민하고 국민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길에 대해 확실하게 답을 얻는 것을 제1순위로 생각하고 있다. 그 이후 국내 정치 상황이 자신의 역할이 꼭 필요한 여건이 되고 국민의 부름이 있다면 (정치 참여에 대해) 논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당장은 (정치에) 참여할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미래에 일조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할 때라는 뜻을 갖고 있다. 정치 복귀 시점을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 유승민계 “꽃가마 보내드리면 올 분” 비판
‘간철수’ 이미지·모호한 중도개념 극복 관건

안 전 대표가 정치 복귀에 머뭇거리는 것은 유 의원이 주도하는 ‘변혁’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안철수계의 한 의원은 “안 전 대표가 2017년 대선 때 제3정당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에 유 의원이 주도하는 변혁이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감이 있다”며 “2022년 대선이 자신의 마지막 도전이 될 텐데 정치판 상황이 자신이 필요로 하는 확실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은 상황이라 복귀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전 대표의 이런 태도에 대해 당장 유승민계 의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혜훈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안 전 대표는 문제가 정리된 후 꽃가마를 보내드리면 올 분’이라고 많이 이야기한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안 전 대표가 정치를 시작했을 때 멘토로 언론을 장식했던 분들은 한결같이 ‘안 전 대표는 어느 한쪽 진영에 섰을 때 다른 진영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는 절대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안 전 대표 스타일은 문제가 있을 때 거기에 끼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총선 이후에 온다면 자기 기반이 다 사라지고 뭘 한다는 건가”라며 “총선에 오지 않고 건너뛰면 정치적으로 객사(客死)한다”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책 에필로그에 이렇게 썼다. “일단 달리기를 시작하면 견뎌내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하듯 앞으로도 나는 언제 어떤 일을 할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를 위한 문제 해결사로서의 내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대선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지난 두 번의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그의 모호한 중도 개념과 소통 부족, ‘간철수’ 이미지를 불식할 카드를 갖고 오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6호(2019.10.14 ~ 2019.10.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