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5mm 크기의 쌀알보다 작은 부품으로 세계 최강이 된 기업이 있다. 세계 1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기업인 무라타제작소가 그 주인공이다.
무라타제작소는 세계 MLCC 시장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일본 부품 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무라타제작소의 최근 영업이익률(4~6월 기준)은 17.5%로 같은 기간 2위 삼성전기 영업이익률(7.4%)을 크게 앞질렀다.
MLCC는 스마트폰·컴퓨터·TV·전기자동차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MLCC가 ‘전자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부품에 일정하게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가장 작은 MLCC 부품은 크기가 쌀알의 250분의 1에 불과하다.
무라타제작소 창업자 무라타 아키라 집안은 우리가 보통 ‘애자’라고 부르는 도자기 부품을 만드는 가족 기업이었다. 무라타 아키라 창업자는 1944년 도자기가 전자부품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세라믹 전자부품 업체로 변신을 시도했다.
MLCC는 그동안 가전과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됐다. 하지만 무라타제작소는 자동차 전장용 MLCC와 5G 통신 스마트폰용 MLCC에 미래를 걸고 있다.
무라타제작소는 지난해 전장용 MLCC 증설에 최대 1000억 엔(약 99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을 대신할 성장 동력을 자동차에서 찾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MLCC 생산능력을 20%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는 시마네현·시가현·오카야마현 등에 전장용·IT용 MLCC 생산 공장을 증설했다.
◆전장용 MLCC가격, 스마트폰용보다 10배 비싸
전장용 MLCC는 스마트폰용 MLCC보다 단가와 시장 성장률 모두 높다. 신영증권은 글로벌 MLCC 시장이 2020년까지 연평균 2.9% 성장하는 반면 자동차용 MLCC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10.8%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성능을 구현할수록 MLCC 사용량도 늘어난다.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MLCC는 1만~2만 개에 달한다. 최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MLCC(약 1000개) 양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요다.
전장용 MLCC는 IT용 MLCC와 역할은 비슷하지만 사용 환경이 더 가혹해 높은 신뢰성과 내구성을 필요로 한다. 제조 난도가 높은 만큼 IT용 MLCC 대비 가격이 3~10배 비싸다.
현재 무라타제작소의 전장용 MLCC 점유율 역시 40%가 넘는다. 무라타제작소가 전장용 MLCC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향후 후발 주자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무라타제작소를 이끌 또 다른 성장 동력은 5G용 부품이다. 무라타제작소는 고품목 MLCC 외에도 통신 모듈과 표면탄성파(SAW) 필터, 전자제품 충격 센서 등 다양한 전자 부품에서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5G 시대가 도래한 만큼 무라타제작소의 역할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소니로부터 인수한 배터리 사업의 재기도 기대하고 있다. 무라타제작소는 배터리 자체가 발열을 억제하는 새로운 구조의 리튬이온전지 등을 개발해 새로운 수요를 노리고 있다. 또한 차세대 배터리의 핵심인 ‘전고체 배터리’ 사업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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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7호(2019.10.21 ~ 2019.10.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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