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서울 ADEX 2019에서 최초로 공개된 한국형 전투기(KF-X) 모형./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방위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2019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9)’가 10월 15일부터 엿새간 열렸다. 이 전시회는 500여 개 국내외 방산 업체와 관련 기업,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전시회에서는 한국·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스라엘 등 군사 강국들이 보유하거나 생산하고
있는 첨단 무기들이 공개됐다. 특히 한화디펜스·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대표 방산 기업들이 최첨단 무기를 선보이며 미래 방산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의 방위산업 경쟁력은 ‘세계 최상위’는 아니지만 ‘최상위에 도전해 볼만한 수준’이다. 방위산업은 국가 안보를 위해 고도의 첨단 기술을 집약시켜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첨단 무기 체계를 개발, 생산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따라서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산업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의 분석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방위산업의 가격·기술·품질은 선진국 대비 각각 85%·87%·90%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 방위산업은 국방 예산 증가와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더 빠르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016년 기준 한국 방위산업의 생산·수출·고용은 각각 16조4000억원·2조2000억원·3만7000여 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한국 방위산업은 국방비 지출 세계 9위, 생산 10위, 수출 10위, 국방 과학기술 수준 9위, 100대 기업 수 4위(7개) 등을 기록하며 글로벌 방위산업 ‘톱 10’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한국 방위산업의 핵심 아이템은 ‘지상 방산 시스템’이다. 강대국들은 군사동맹 혹은 외교적 수단을 이용하거나 ‘전략무기’를 배치해 전쟁 억지력을 확보한다. 전략무기의 핵심은 항공기와 마사일 등 유도무기다. 다만 제대로 된 전략무기를 유지하는 것은 막대한 예산과 국력을 소유한 소수의 국가만이 가능하다. 따라서 무기 거래 시장에서는 여전히 지상 중심의 재래식 무기가 활발히 거래된다. ◆무기 교역장 15% 차지하는 지상 무기
미국과 러시아는 대부분의 무기 체계 개발과 조달을 자국 내에서 해결한다. 반면 중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국 방산 기업들만으로 자국의 국방 수요를 모두 해결할 수 없어 무기를 적극적으로 수입한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무기 체계 교역량의 약 15%는 여전히 전차·자주포·장갑차·대공차량·재래식 전투기 등 지상 시스템에서 발생한다. 또 록히드마틴 등 방산업계 선두 기업들은 첨단 무기 체계의 생산과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 한국 방산 업체들은 이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어 보인다.
특히 ‘북한과의 대치 상태’라는 특수한 여건 때문에 재래식 무기 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온 한국 방산업계에는 지상 무기 시스템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미국과 안보 분야에서 대립하고 있는 중국을 제외한 인도·터키·사우디아라비아·노르웨이 등 친 서방 국가들은 한국과 외교·안보적 측면에서 갈등 요소가 크지 않아 좋은 제품이 있다면 영업 활동을 하는 데 걸림돌이 많지 않다.
실제로 한국의 지상 무기 체계는 세계 최상위권 성능을 갖추고 있어 안정적인 해외 수주 실적을 보여 왔다. 특히 한화디펜스의 K-9자주포는 북해 지역에서부터 중동 지역까지 기후가 다른 국가들에서 모두 채택돼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로템의 K-2전차는 올해부터 2차 양산이 본격화된다. K-2전차는 세계 1위권의 성능을 가지고 있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유도무기와 항공 무기는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에 속한다. LIG넥스원의 중고도 방공 미사일 체계인 M-SAM의 양산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또 보병용 대전차 미사일인 현궁, 순항 미사일 현무-3 등이 양산 10년을 맞아 가고 있다. 세계 무기 시장에선 양산 후 10년 정도가 지나야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된다. 항공 무기는 초음속 훈련기 한국항공우주의 T-50이 대표 격이다. T-50은 국내 무기 체계 수출 실적의 51%를 차지한 ‘히트 상품’이다.
◆최초로 공개된 KF-X (사진) 호주군과 수출 협상 중인 한화디펜스의 최첨단 장갑차 ‘레드백’.
방산 업체 가운데 한화와 LIG넥스원은 대표 방산 업체로 꼽힌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디펜스·한화지상방산 등을 자회사로 둔 방산 1위 기업이다. LIG넥스원은 대포병 탐지 레이더-II 및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같은 정밀 유도무기(PGM)를 개발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의 수출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최근 속속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ADEX를 통해 선보인 신제품들은 향후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을 이끌 핵심 제품들이다.
현재 가장 크게 주목 받고 있는 것은 한화디펜스의 레드백이다. 호주에 서식하는 맹독성 거미의 이름을 딴 레드백은 검증된 K9 자주포의 파워팩과 30mm 기관포, 대전차 미사일, 원격 무장 등이 장착된 포탑, 최첨단 방호 시스템이 결합된 미래형 전투 장갑차다.
레드백은 9월 16일 호주군 미래형 궤도 장갑차 획득 사업에서 독일 라인메탈디펜스의 링스와 함께 최종 후보 장비 중 하나로 선정돼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2021년 말 최종 사업자로 확정되면 큰 수출 효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
레드백 장갑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갑 전력을 보유한 한국 군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육군이나 공군의 전력화도 기대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사막형 K2 흑표 전차를 선보였다. 사막에서 열을 막는 차열 효과와 위장 효과를 위해 모래색 도장을 적용했다. 또 전차 기동 간 모래 먼지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체 측면에 모래 먼지 저감용 고무 스커트를 장착하는 등 중동 현지에서 운용 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흑표 전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동 등의 국가를 겨냥한 맞춤형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래 육군 전력에 기반이 될 레드백, K2 흑표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이 장착된 전투기와 헬리콥터도 눈길을 끈다. (사진) 2025년 개발 완료될 예정인 소형 무장 헬기(LAH)./한국경제신문
KAI가 중심이 돼 민·관 합동으로 개발된 수리온의 수출형 프로토타입(KUH 1E)도 처음 민간에 공개됐다. 2015년 12월부터 500여억원을 들여 개발 중인 KUH-1E는 기존 수리온 항공 전자 체계가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인증한 통합형 터치스크린 방식의 시스템으로 바뀐다. 이번 전시회에는 해외 바이어들의 다양한 요구를 고려해 각종 무기를 탑재해 실용성을 강조했다.
실물 모형이 처음 공개된 한국형 전투기(KF-X : Korean Fighter eXperimental)도 전시회를 통해 공개됐다. KF-X 사업을 주관하는 KAI에 따르면 이 전투기의 최대 추력은 4만4000lb(파운드), 항속거리는 2900km, 최대 속도는 마하 1.81(시속 2200km)이다. 또 최대 탑재량은 7700kg에 달하고 최대 이륙 중량은 2만5600kg이다.
또한 최신 항전 장비와 능동 전자 주사식 위상 배열(AESA) 레이더와 최신 센서 등을 탑재했고 고기동 성능을 갖추고 있다. 무장으로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인 독일제 ‘IRIS-T’와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미티어’, 지상 정밀 폭격이 가능한 BLU-109 레이저 유도폭탄(LJDAM) 등의 공대지미사일을 탑재한다. 또 현재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지유도무기(한국형 타우러스) 무장도 가능하다.
군 장병들의 개인 전투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첨단 기술과 차세대 개인 및 공용화기도 공개됐다. LIG넥스원은 국산 ‘아이언맨’의 기반이 될 근력 증강 로봇을 공개했다. 웨어러블 로봇 방식으로, 5kg 정도 무게의 기기를 옷 위에 착용하면 30kg에 달하는 물건도 손쉽게 들어 올릴 수 있다.
13kg 정도의 유압 파워팩을 장착한 기기를 착용하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실제 육군 공병부대에 시범 운용한 결과 25% 정도의 체력 부담 저하 효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근력 증강 로봇은 미래 보병 체계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착용 로봇 기술은 향후 군수 분야뿐만 아니라 소방, 재활 의료 분야, 실버 산업, 농·산업 등에도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위아는 전시회에서 81mm 박격포-Ⅱ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현대위아의 81mm 박격포는 사격 지휘를 ‘자동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에 쌍안경을 이용해 표적을 수동으로 겨냥하던 방식을 ‘자동 관측’ 방식으로 바꿨다. 무게를 대폭 줄이는 데도 성공했다. 급변하는 전시 상황에서 첨단 소재를 이용해 무게를 기존 박격포 대비 약 20% 줄였다.
국산 소총 K시리즈를 개발한 S&T모티브는 38년 만에 K1A 기관단총의 후속 모델을 선보였다. 기관단총은 분대 지원화기인 경기관총과는 다른 개인화기다. 대테러나 시가전 등의 특수작전을 위한 용도로 개발됐다. 기존 K1A 기관단총의 노후화에 따라 개발을 시작했다. 세계적인 소총 개발의 추세에 발맞춘 ‘모듈화’가 특징이다. 총기의 각 구성품들이 독립적이라는 얘기다.
또한 K3 경기관총의 후속 화기도 선보였다. K15로 명명된 이 총기는 주·야간 조준장치와 통합돼 원거리 적 밀집부대 등 지역 표적을 제압할 수 있다. 미래 개인 전투 체계인 ‘워리어 플랫폼’과 연동할 수도 있고 총열을 빠르게 교체할 수 있다. 개머리판은 병사의 신체 조건에 따라 길이도 조절할 수 있다. (사진) S&T모티브가 개발 중인 신형 K 시리즈 기관단총.
◆방위력 개선비 대폭 증액 예정
이들 제품뿐만 아니라 2020년대에는 새로운 국산 무기 체계가 다수 나올 예정이다. 우선 소형 무장 헬기(LAH) 사업은 2022년까지 개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또한 LAH의 주력 무장으로 사용될 천검(대전차 미사일)도 2025년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KFX 개발 사업은 2026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총개발비는 8조원에 달한다. 한국형 사드(THAAD :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목표로 하는 L-SAM 개발도 약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2020년 다량의 무기 체계가 새롭게 등장하는 만큼 국방부도 개발비를 확보하는 중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 예산은 앞으로 4년간 꾸준히 늘어난다.
먼저 2020년도 국방 예산은 2019년에 비해 7.4% 증가한 50조1527억원으로 편성됐다. 국방 예산이 2017년 40조3347억원에서 2년 반 만에 약 10조원 증가한 것이다. 50조원이 넘는 국방 예산이 잡힌 것은 처음이다.
이번 국방 예산 중에선 방위력 개선비가 대폭 증액됐다. 방위력 개선비는 2019년에 비해 8.6% 증가한 16조6915억원으로 편성됐다. 방위력 개선비 비율은 33.3%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번 국방 예산을 포함한 방위력 개선비 평균 증가율은 11.0%다.
전문가들은 향후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원준 부장은 “인공지능·드론·로봇 등 신기술을 국방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민·군 기술 협력 사업 내 ‘4차 산업혁명 기술 시범 운용 사업’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방위사업청을 중심으로 민·군 적용 기술 사업인 ‘로봇 분야 시범 운용 사업’을 진행 중이고 ‘무인 수상정’ 등의 운용 개념과 실용화를 준비 중이다.
장 부장은 “또 ‘핵심 부품 기술’을 중심으로 국산화를 위한 R&D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꾸준한 국산화 전략을 펼쳐 F-35와 이지스 방어 체계 등 최첨단 분야를 제외하고 90% 이상 국산화했다”며 “지금이라도 항법 장비(EOTS), 피아 식별 장비(IFF) 등의 핵심 구성품과 부품에 대한 정부 주도의 집중 투자와 중·장기적 개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8호(2019.10.28 ~ 2019.11.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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