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20년 40조 시장 ‘렌털 경제의 최강자’들]- 시장 규모 40조원 눈앞…인구구조·소비문화 변하며 성장 이어질 것
계정 수 1200만 돌입…‘국민 렌털 시대’ 열렸다
(사진) LG전자의 케어솔루션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오는 12월 결혼하는 예비 신부 A 씨는 TV·냉장고·세탁기·침대·에어컨의 견적만 1000만원이 훌쩍 넘어가자 렌털(rental)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A 씨는 “렌털 업체를 이용하면 1000만원대의 혼수품을 월 10만원대의 렌털료로 장만할 수 있다”며 “애프터서비스(AS)도 똑같고 관리가 잘돼 오히려 편하다”고 만족해했다.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빌려 쓰는 ‘렌털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가의 제품을 저렴하게 이용하며 정기적인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데다 갈수록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가정용품, 산업기계·장비, 차량 등을 포함한 국내 렌털 시장 규모는 2020년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06년만 해도 3조원대에 불과했다. 이 중 개인·가정용품 렌털 시장의 규모는 약 11조원으로 추정되고 생활용품 렌털 시장은 6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계정 수도 1200만 계정 시대에 돌입했다. 국민 4명 중 1명은 렌털 계정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웅진코웨이 624만 계정, SK매직 175만 계정, LG전자 100만 후반계정, 청호나이스 148만 계정, 쿠쿠홈시스 147만 계정, 교원웰스 67만 계정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렌털사를 제외하고도 시장에 수많은 렌털 업체가 존재한다. 렌털 산업 규모는 수면 위로 나타난 것보다 더 큰 규모일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렌털 시장에 진출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렌털 산업 판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배경이다. 대형 후발 주자로 현대렌탈케어를 비롯해 위니아SLS와 캐리어에어컨이 시장에 들어왔다. 또 복수 유력 기업이 렌털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균 15%씩 성장하는 렌털 시장
렌털 시장의 급성장은 고객들의 소비 형태가 소유에서 임대로 바뀌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 있다.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 생활 가전에 한정돼 있던 개인 렌털 시장은 가구·패션·생활용품·정보기술(IT)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한국에서는 1998년 웅진코웨이가 정수기 렌털을 통해 생활 가전 렌털 사업을 처음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와 정기적인 관리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렌털업이 정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성장세도 타 유통 채널 대비 높은 편이다. 생활용품 렌털 시장의 상위 6개 회사의 매출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5% 성장해 왔다.
앞으로도 국내 렌털업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가구 구조 변화에 따른 절대적 가구 수 증가와 환경 가전에 대한 소비자 수요 증가다. 1~2인 가구와 같은 소형 가구 중심으로 가구 구조가 재편됨에 따라 2040년까지 가구 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또한 미세먼지와 수질 문제 등 환경문제가 점차 악화되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환경 가전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성장 여력은 남아 있다. 국내 환경 가전 보급률은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모두 45%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젊은 세대의 구매력이 감소한 데다 신제품 등장 주기가 짧아지고 있어 렌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먹는 것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이 렌털 형태로 바뀔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렌털 가전사들은 올 상반기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업계 1위인 웅진코웨이는 올 상반기 1조46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734억원, 2023억원이다.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2위권은 LG전자와 SK매직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LG전자는 투자자 대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까지 200만 계정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LG전자 보유 계정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이전까지 업계에서는 LG전자가 100만 초반의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LG전자가 공식석상에서 보유 계정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100만 후반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콘퍼런스콜에서 밝힌 수치인 만큼 올해 200만 계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글로벌 가전 기업이다. 렌털 계정을 빠르게 확장하기에 유리하다. 일시불로 제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렌털 채널에서도 가전을 판매한다. 소비자는 일시불로 구매한 제품에도 렌털 방문 관리와 유사한 관리 서비스인 ‘케어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다.
SK매직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SK매직은 175만 계정을 보유했다고 밝혔다. SK매직 강점은 계열사 간 협업이다. SK매직은 SK텔레콤과 활발하게 협업한다. SK네트웍스 내 자회사인 SK렌트카·AJ렌트카 등 이종 렌털업과도 협업 기대 효과가 크다. 계열사 간 협업 시너지는 극대화된다.
모기업인 SK네트웍스는 렌털 사업 확장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SK네트웍스는 매년 고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SK매직은 2016년 연간 매출 4372억원, 영업이익 39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에는 매출 2847억원, 영업이익 352억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6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에 버금가는 실적을 한 분기 만에 거뒀다.
급격한 상승세 속에 SK매직은 올해 매출 7800억원, 영업이익 7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지난해 매출은 6438억원, 영업이익은 471억원이었다.
계정 수 1200만 돌입…‘국민 렌털 시대’ 열렸다
◆매트리스·의류관리기 등 3세대 제품군 진입
최근 렌털 시장은 자사 제품을 ‘대여 및 관리’하는 것에 국한된 2세대에서 플랫폼 구축을 통해 여러 업종의 회사들과의 제휴를 통한 다양한 제품군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3세대로 넘어가고 있다.
추가적인 성장 여력은 렌털 사업자들이 만들어 나가고 있다. 렌털 사업자들은 라이프사이클의 변화에 맞춘 다양한 신규 카테고리를 선보이고 있다.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신규 카테고리는 매트리스, 의류 관리기, 안마 의자 등이다. 기존에는 관리 서비스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인식의 변화로 관리의 영역이 되는 가전·가구 등이 증가하고 있고 라이프사이클의 변화로 기존에는 없던 신규 가전제품이 필수 가전화되기도 한다.
일례로 2011년 업계 최초로 TV 홈쇼핑을 통해 렌털 플랫폼 시장을 개척한 ‘비에스렌털’은 최신 가전에서부터 리빙·뷰티·헬스케어 용품 등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제품군을 망라하고 있다. 최근에는 레이저 채혈기 등 의료 기기 렌털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내 매대를 통해 생활용품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렌털 시장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말에는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 여부가 결정된다. 이번 인수는 내년 렌털 시장을 관전하는 포인트 중 하나다. 렌털 산업이 내년에도 고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흐름을 대기업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렌털 업체는 높은 성장세와 상당한 수익률을 구가하고 있다”면서 “LG와 SK가 렌털 비즈니스로 수익을 올리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추가로 시장에 합류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진단했다.
hawlling@hankyung.com
[커버스토리 : 2020년 40조 시장 ‘렌털 경제의 최강자’들 기사 인덱스]
-계정 수 1200만 돌입...‘국민 렌털 시대’ 열렸다
-‘렌털 시장 부동의 1위’ 웅진코웨이, 미국·동남아 등 해외사업도 ‘쑥쑥’
-‘신가전 렌털의 선두’ SK매직, 식기세척기·전기레인지 등 6개 분야 1위
-‘매년 100% 성장’ 현대렌탈케어, 렌털 시장의 ‘다크호스’
-‘차량 렌털 최강자’ 롯데렌탈...렌터카에서 카셰어링, 중고차까지 ‘풀 라인업’
-비에스렌탈, 뭐든지 빌릴 수 있는 ‘렌털 백화점’
-‘의류에서 주거까지’ 범위 넓히는 렌털 산업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0호(2019.11.11 ~ 2019.11.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