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연고지’로 돌아가는 JB…비은행 키우는 BNK…수도권 진출 확대하는 DGB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내년에는 지방은행 생존 전략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다.”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서울 은행회관에서 11월 5일 열린 ‘2019년 금융 동향과 2020년 전망’ 세미나에서 있었던 이준수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의 말이다. 주력 계열사인 지방은행의 위기가 깊어지면서 국내 3대 지방 금융지주들의 실적 또한 주춤거리고 있다. 지방은행 위기의 시대, 국내 3대 지방금융지주인 BNK금융·DGB금융·JB금융의 생존 전략을 짚어봤다.
◆지역 경제 침체, 지방 금융지주에 직격탄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지방은행들의 성적은 평균적으로 시중은행에 비해 나았다. 지방은행들의 규모가 시중은행에 비해 작지만 성장성·수익성·생산성 등에서 우위에 설 수 있었던 데는 지역민들의 높은 충성도와 지역 기업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 금융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무렵부터다. 지역 경제 위기가 직격탄이 됐다.
지난 9월 한국금융연구원에서 발표한 이병윤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지역내 총생산(GRDP) 성장률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12년까지는 지방의 성장률이 전국 및 수도권 평균보다 높았지만 2012년 이후 역전됐고 2017년에는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조선업·자동차·기계 등 지방에 거점을 두고 있는 전통 산업의 쇠퇴와 관련이 있다”며 “특히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 산업들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핀테크를 비롯한 디지털 금융의 확산 또한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한 지방 금융지주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으로부터 시작된 ‘금융 시장의 변화’는 지방 금융지주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권 전반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지방 금융지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시중은행들만큼 적극적인 투자가 어렵다는 데 있다. 특히 오픈 뱅킹 등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뱅킹의 강화는 지방은행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지적된다.
이와 같은 위기의 징후들은 지방 금융지주들의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발표된 3대 지방 금융지주들의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전반적인 순이익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지방 금융지주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BNK금융지주는 3분기 누적 순이익 52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0% 줄었다. DGB금융지주도 같은 기간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JB금융은 3대 지방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웃었다. 올해 3분기 2949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9.5%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지방 금융지주의 실적이 엇갈린 데는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의 실적이 큰 영향을 미쳤다. JB금융의 주력인 광주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1397억원의 순이익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지만 전북은행이 ‘선방’하며 호실적을 이끌었다. 지난해보다 9.6% 늘어난 95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반면 BNK와 DGB금융의 주력 지방은행들은 누적 순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엇갈린 3대 지방 금융지주의 명암은 주요 경영 지표에서도 나타났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의 경우 JB금융이 각각 0.88%, 11.8%로 3대 지방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비교해 BNK금융은 각각 0.73%, 8.92%, DGB금융은 0.64%, 9.09%로 나타났다.
◆3인 3색 지방 금융 생존 전략
JB금융의 ‘나 홀로 선방’에는 지난 3월 김기홍 회장의 취임 이후 ‘내실 위주 경영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취임 첫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 내며 주목 받고 있다. 김 회장이 JB금융의 수장에 오르자마자 강조한 것 역시 ‘강소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었다.
지난해 12월 차기 회장에 내정된 직후 가졌던 기자 간담회에서 김 회장은 “우리 금융의 역사를 보면 중복 투자를 없애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시장 대응력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메가뱅크를 선호해 온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이런 은행들의 성과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따져볼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공격적인 사업 확장보다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연고지인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점유율과 경쟁력을 높이고 비용 지출을 통제해 내실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같은 JB금융의 전략은 최근 몇 년간 지방 금융지주들이 취해 온 수도권 진출 확장 정책과 흐름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실제 2014년 부산·대구·전북은행을 포함한 6개 지방은행의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지역 점포 수는 36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올해 9월 기준 61개로 69.44% 늘어났다.
지방은행들로서는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시도였지만 문제는 이들이 수도권에 집중한 사이 시중은행들의 지방 공략이 강화되며 오히려 지방은행들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광주은행의 광주 전남 지역 여신 점유율은 올해 말 기준 23.44%로 2014년 말 27.98% 대비 4.9%포인트 줄었고 같은 기간 전북은행 또한 전북 지역에서의 여신 점유율이 4.54%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BNK금융을 이끌고 있는 김지완 회장은 “2023년까지 비은행 부문의 이익 기여도를 3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사업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증권통’인 김 회장은 이를 위해 특히 BNK투자증권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0월 BNK투자증권의 새로운 수장으로 KB증권 출신의 김병영 대표를 영입한 것 또한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지난 11월 15일 유큐아이파트너스 지분 100%를 인수해 BNK벤처투자를 아홉째 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공시했다. BNK금융의 자회사 신규 편입은 2015년 BNK자산운용 이후 4년 만으로, 지방 금융 최초의 벤처캐피털(VC)이다. 김 회장은 “BNK벤처투자가 핀테크 기업 발굴 등 그룹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부·울·경 지역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DGB금융의 첫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김태오 회장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경영진 비리에 따른 조직의 혼란을 수습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 냈고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해 지방 금융사 최초로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는 점 등이 주된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구은행의 실적 하향 곡선이 가팔라지면서 DGB금융지주의 실적과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이어서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무엇보다 최근 JB금융지주의 선방으로 지방 금융지주 순이익 2위의 자리마저 위협 당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위기감이 크다.
JB금융지주 등이 최근 ‘내실 경영’을 앞세우며 기존의 수도권 진출 전략에 궤도를 수정하고 있지만 김 회장은 DGB금융지주의 위기 탈출을 위해 꿋꿋하게 수도권 진출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초 4대 혁신 과제 중 하나로 ‘수도권 영업 혁신’을 꼽고 수도권 영업혁신본부를 신설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기존 시중은행에서 기업·지점 영업 경험을 가진 퇴직자를 대상으로 수도권 지역과 부산·울산·경남 지역, 대전·세종 지역 등 총 3가지 권역에 대한 기업영업추진 개별전문직을 모집했다. 이와 함께 지난 7월 고액 자산가들이 몰려 있는 서울 삼성동에 ‘디그니티(DIGNITY)’라는 브랜드를 가진 대구은행·하이투자증권 복합 점포를 오픈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3호(2019.12.02 ~ 2019.12.0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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