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점수에 영향 주는 각종 납부내역 찾아 자동 제출
-내년부터 등급 대신 점수제 전면 시행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금융(financial)에 기술(tech)을 더한 핀테크가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개인의 ‘신용 점수’ 관리도 그중 하나다. 개인 신용 정보는 금융 생활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일종의 신분증과 같은 역할을 한다. 개인의 금융 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신용 등급 관리가 점점 더 수월해지고 있다. 뱅크샐러드·토스·카카오뱅크 등 핀테크 업체들이 제공하는 ‘신용 점수 조회·관리’ 서비스를 통해서다.
◆ 신용 등급, 관리가 필요한 이유
금융 거래에서 ‘신용 점수’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결혼이나 주택 마련 등 목돈이 필요할 때 신용 점수 몇 점 차이에 대출 가능 여부가 결정되거나 대출 금리가 달라질 수도 있다. 신용 점수를 잘 관리할수록 대출 한도, 금리, 신용카드 발급 등에서 ‘유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신용 점수’는 정확하게 무엇이고 누가 어떻게 평가할까.
신용 평가 정보는 개인이 보유한 금융 정보를 파악해 금융회사의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기본 데이터다. 금융회사는 개인에게 대출해 주거나 신용카드를 발급할 때 상대방이 돈을 성실히 갚을 수 있는 사람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때 개인에 대한 ‘신용 점수’가 그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다.
국내에서 개인 신용 평가 개념이 부각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용 위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부터다. 하지만 당시에는 기업 평가에만 주력했던 신용 정보(CB) 회사들이 2003년 카드 사태 전후로 금융권 내의 정보 공유 인프라를 구축하고 CB사의 개인 신용 평가 정교화 등을 통해 개인 신용 평가 체계를 갖췄다.
신용정보협회에 따르면 ‘개인 신용 평점(등급)은 CB사가 향후 1년 이내에 90일 이상 장기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통계적 분석 방법을 통해 1~1000점(1~10등급)으로 수치화한 지표’라고 설명하고 있다. 신용 평점이 높을수록 연체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이고 신용 등급은 1등급이 ‘최우량’ 등급이다. CB사가 신용 평점을 산정할 때는 일반적으로 4가지 기준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첫째, 개인의 신용 거래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둘째, 어떤 금융회사와 어떤 종류의 거래를 하고 있는지, 셋째, 현재 빚이 얼마나 있는지, 넷째, 빚이 있다면 얼마나 성실하게 상환하고 있는지다. 하지만 각각의 CB사마다 항목의 반영 비율이나 고객에 대한 정보량이 다르기 때문에 신용 평점이 다르게 산출될 수 있다. 현재 국내 CB사에는 나이스(NICE)평가정보·코리아크레딧뷰로(KCB)·한국기업데이터(KED) 등 6곳이 있다.
개인의 신용 평점이 필요한 대표적인 경우는 ‘대출’이다. 일반적으로 신용 등급이 6등급을 넘어서면 개인이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다. 카드 발급 역시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신용카드는 1~6등급의 만 19세 이상만 발급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등급’을 통해 대출 여부가 결정되다 보니 각 등급 간의 ‘절벽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KCB는 개인 신용 평점 530~629 구간을 7급등, 630~697 구간을 6등급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때 A의 신용 점수가 628점이고 B의 신용 점수가 631점이라면 A와 B 두 사람의 신용 평점은 불과 3점 차이이지만 등급 차이로 A에게는 대출이 거부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월부터 개인 신용 등급을 점수제를 시범 적용 중이다. 2020년부터 보험·금융투자·여신금융전문(카드·캐피털)등 전 금융권에서 신용 등급이 아닌 ‘신용점수제’가 적용되고 그에 따라 보다 세분화된 금리 혜택이 개인에게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 쉬워진 신용 점수 관리, 나도 올려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융 거래가 필요할 때마다 개인들은 신용 평가 점수를 확인하고 싶어도 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CB사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에 접속해 1년에 3회까지 무료로 신용 점수를 조회할 수 있지만 그 횟수는 4개월에 한 번씩으로 제한돼 있었다. 과정 또한 만만치 않아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휴대전화 본인 인증, 공인인증서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다 보안 프로그램의 추가 설치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바로 이 ‘멀게만 느껴졌던’ 신용 평가 점수를 언제든 손쉽게 확인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해당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뒤 처음 한 번 등록 과정을 거치면 지문 인증이나 비밀번호 입력 등을 통해 무료·무제한으로 신용 평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이와 같은 신용 정보 조회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곳은 토스다. 2017년 초 KCB와 제휴, 신용 등급 조회와 함께 신용 관리를 위한 팁을 제공하고 있다. 신용 등급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문자를 통한 알림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토스를 통해 신용 등급을 조회한 누적 이용자 수는 지난 7월 기준 770만 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뱅크샐러드 또한 KCB와 제휴, 신용 등급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본인의 신용 등급과 점수, 다음 등급까지 남은 점수 등을 보여준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의 합작으로 설립된 핀크는 SK텔레콤의 국내 최초로 통신 데이터 기반의 ‘정보통신기술(ICT) 신용 평가’ 모델을 상용화했다. 통신 데이터에 기반한 새로운 신용 평가 모델을 적용 중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은행 등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0월 카카오뱅크에 따로 계좌를 개설하지 않아도 앱에서 신용 점수를 조회할 수 있는 ‘내 신용 정보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모두 378만 명의 사용자가 ‘내 신용 정보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단순히 신용 점수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개인 맞춤 ‘신용 점수 관리’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신용 올리기’ 서비스다. 신용 올리기는 신용 점수 향상에 도움이 되는 국민연금 납부 내역, 건강보험료 납부 내역 등의 서류를 CB사로 대신 보내주는 서비스다.
토스는 간단한 인증 절차를 거쳐 1분 안에 통신비와 각종 공과금 납부 내역을 제출함으로써 신용 점수를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앱에서 ‘제출하기’를 터치해 신용 점수 올리기를 신청하면 카카오뱅크가 공인인증서 인증을 거쳐 고객의 건강보험 납부 내역과 세금 납부 내역 등 비금융 정보를 건강보험공단과 국세청에서 신용 평가사로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특히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에 따라 신용 점수 상향을 위한 비금융 정보의 활용이 점점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뱅크샐러드와 카카오뱅크도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뱅크샐러드는 지난해 11월 ‘신용 올리기’ 서비스 출시 이후 8개월 만인 지난 7월 고객의 신용 점수를 총 368만7192점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평균 약 1만5000점의 신용 점수를 올린 셈이다.
특히 신용 점수 관리가 쉽지 않은 2030 사용자의 신용 점수가 큰 폭(약 200만 점)으로 올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의미를 평가했다. 카카오뱅크는 가장 최근인 지난 10월 말 신용 점수 올리기 서비스를 출시해 현재까지 약 24만 명이 신용 점수를 올리기 위해 서비스를 사용했다. 업데이트된 신용 점수는 6개월간 유지되며 6개월이 지나면 다시 제출하기 버튼을 눌러 신용 점수를 올릴 수 있다.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의 김태훈 대표는 “현재까지 이 서비스를 이용해 평균적으로 1인당 7~10점의 신용 점수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누구나 쉽고 편하게 신용 정보와 같은 자신의 금융 정보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서비스”라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3호(2019.12.02 ~ 2019.12.0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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