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주식시장 부진·청약 경쟁률 심화·인식 변화가 불러온 재테크 세대교체
50대 누르고 주택 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30대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30대가 주택 시장의 주요 매수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9만360건인데, 이 중에서 24.0%인 9만3496채를 30대가 샀다.

이는 40대의 28.2%에 비해 낮은 비율이기는 하지만 전통적 수요층인 50대(21.5%)를 제치고 주요 매수 세력으로 등장했다. 30대는 자본이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동산보다 주식 투자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고 40~50대에 부동산으로 관심이 넘어가는 것이 예전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깨지고 있다. 과거에는 (2017년 말 기준으로) 한국 유주택자 중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16.2%로 27.0%에 달하는 50대에 비해 비율이 낮은 편이었다.

◆ 30대 투자, 16,2%→24%로 급증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16.2%라는 의미는 2017년이든 그 이전이든 과거의 어느 시점에 매수한 것이 누적돼 2017년 말 16.2%에 달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과거 평균 매수치로 봐도 무방하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집을 사는 사람 중 16.2%만이 30대였다는 뜻이다. 그러던 것이 올 들어 갑자기 24.0%로 높아졌다. 30대는 과거 평균치에 비해 7.8%포인트 높아졌고 반대로 50대는 5.5%포인트 낮아졌다.

서울에서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만6662건에 달하는데 그중 30대가 매수한 비율이 28.8%로, 50대의 19.4%는 물론 40대의 28.1%보다 높다. 40대를 제치고 30대가 전 세대 중 가장 막강한 매수 세력으로 등장했다.

그러면 왜 이렇게 30대의 비율이 높아졌을까.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자 집이 여러 채인 부모가 30대인 자식에게 증여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용한 통계는 증여나 상속을 제외한 아파트 매매 거래만을 취한 것이다. 다시 말해 실제로 30대의 거래 비율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30대의 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전통적인 30대의 재테크 수단인 주식 시장의 부진이 그 원인 중 하나다.

현 정부의 출범일인 2017년 5월 10일 코스피지수는 2270이었는데 정확히 반환점을 돈 2019년 11월 11월 코스피지수는 2124로 6.4%나 하락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3.5%에 달했고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21.1%나 상승했다.

전세를 끼고 사는 사람은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의 전셋값 비율이 73.0%인 것을 감안하면 본인이 집값의 27%만 있으면 서울에 아파트를 사놓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실제 투자금 대비 세전 순이익은 무려 78.1%에 달한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돈도 수익률을 따라 흐른다. 이러니 30대들이 점점 주식 시장을 외면하고 부동산 시장으로 모여든 것이다.

둘째, 청약 경쟁률의 심화 때문이다.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은 점점 심해져 가지만 새 아파트를 청약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특히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 수가 적어 청약 가점이 낮을 수밖에 없는 30대는 청약을 통해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

청약 가점이 높아질 때까지 내 집 마련을 늦추라는 것이 정부의 의도일지는 모르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분양가와 집값의 현실을 감안할 때 몇 년 후 자기 집을 마련하는 것보다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지금 집을 마련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30대들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시장 흐름의 변화를 늦게 감지한 50대
50대 누르고 주택 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30대
셋째, 주택 시장에 대한 전망을 30대가 좋게 보는 경향도 일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의 주택 가치 전망의 평균치는 110.3이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특히 지수가 높을수록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동안 50대의 전망 지수는 111.3으로 평균치보다 높은 편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50대가 다른 세대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30대는 108.3으로, 30대도 집값이 오른다는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다른 연령층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다.

다시 말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50대가 30대보다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8년 이후 이것이 돌변했다. 2018년 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23개월 동안 50대의 평균 지수는 99.7에 그쳤다.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보는 50대가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 30대의 평균 지수는 107.6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50대(95.2)와 30대(105.8) 사이에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다시 말해 50대는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은데 30대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하면 집을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니 올 들어 30대는 적극적으로 집을 사는데(17.2%→24.0%), 50대는 주춤하는 경향(27.0%→21.5%)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50대의 하락론자가 늘어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2019년 11월 기준으로 50대의 지수는 119이다. 향후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50대가 상당히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평균이 95.2에 그쳤던 이유는 30대보다 시장 흐름의 변화를 늦게 감지했기 때문이다.

주택 가치 전망 지수가 100 미만에서 100 이상으로 전환된 시점이 30대는 5월인데 반해 50대는 두 달이나 늦은 7월이었다. 이는 30대가 집값이 오르기 전에 매수에 나섰다면 50대는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고 매수에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3호(2019.12.02 ~ 2019.12.0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