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Ⅲ]
-‘기업 가치 2조’ 10번째 유니콘 눈앞
-콘텐츠·플랫폼 경쟁력으로 신흥 소비 주역 10~20대 사로잡아
‘Z세대 마케팅은 무신사로 통한다’…대기업 넘보는 폭풍 성장 스토리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무신사가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의 투자 러브콜을 받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신사의 시작은 2001년 온라인 커뮤니티 프리챌에 개설한 스니커즈 마니아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무신사)’이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없던 시절 고등학생이었던 조만호(36) 대표가 동대문에서 신발과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찍어 올리며 패션 정보를 공유하던 작은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무신사는 이제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우뚝 섰다. 2019년 10월 기준 회원 수 550만 명, 입점 브랜드는 3500여개에 달한다.
‘Z세대 마케팅은 무신사로 통한다’…대기업 넘보는 폭풍 성장 스토리


◆ 기업 가치 2조원…신세계와 맞먹어


무신사는 공격적인 외형 확장 전략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액 1081억원, 영업이익 269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1990억원이었던 연간 총거래액은 2018년 4500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무신사는 세계 최대의 VC인 세쿼이아캐피털에서 2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며 2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유통 대기업 신세계의 기업 가치(2조6000억원)와 맞먹는 규모다.

세쿼이아캐피털은 미국에서 애플·구글·유튜브 등에 초기 자금을 투자한 VC로 유명하다.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는 무신사의 높은 성장성이 투자 요인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 유치가 최종 성사되면 무신사는 쿠팡·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비바리퍼블리카(토스)·야놀자·크래프톤(구 블루홀) 등에 이어 국내 10번째 유니콘(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이 된다.
‘Z세대 마케팅은 무신사로 통한다’…대기업 넘보는 폭풍 성장 스토리


◆ 성공 요인 ①콘텐츠 역량
단순 쇼핑몰 넘어선 ‘패션 아지트’


다른 패션 이커머스 기업과 무신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뛰어난 콘텐츠 역량이다. 단순히 상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쇼핑몰과 달리 무신사는 패션 트렌드와 브랜드, 상품 정보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시작은 작은 온라인 커뮤니티였지만 패션 브랜드 신상품 소식부터 길거리 패션·스타일링 정보를 전하는 미디어이자 패션 브랜드의 마케팅 채널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2003년 온라인 사이트인 ‘무신사닷컴’을 구축하며 본격적으로 패션 이커머스에 뛰어들었다.

비즈니스적 역량을 갖추게 되자 전문성을 높여 웹 매거진인 ‘무신사 매거진’을 오픈했다. 이후 패션 에디터와 포토그래퍼로 구성된 콘텐츠 제작팀의 역량이 쌓이고 안정화되면서 브랜드 SNS 홍보 대행 서비스 회사로 자리하게 된다.

2009년 커머스 기능을 도입한 지금의 온라인 쇼핑몰인 ‘무신사 스토어’를 선보였다. 무신사는 쇼핑몰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지만 상품기획자(MD)보다 에디터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에 오랫동안 투자하며 내공을 쌓아 온 만큼 콘텐츠 역량이 높을 수밖에 없다. 무신사가 차곡차곡 쌓아 온 패션과 시장에 대한 감각은 결코 하루아침에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유튜브 채널인 ‘무신사TV’를 론칭했다. 최신 패션 트렌드와 스타일링 팁, 브랜드와 디자이너 소식 등 패션 콘텐츠 정보를 생생한 영상으로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채널 역시 평범한 것은 다루지 않는다.

모델 정혁 씨가 리얼한 거리 패션을 소개하는 ‘온스트릿’, 국내외 인기 높은 스니커즈를 리뷰하는 ‘신세계’,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출근 패션을 공개하는 ‘출근룩’, 셀러브리티들의 옷장을 엿볼 수 있는 ‘쇼미더클로젯’, 패션 ASMR 콘텐츠 ‘무신소리’ 등 무신사만이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Z세대 마케팅은 무신사로 통한다’…대기업 넘보는 폭풍 성장 스토리
‘Z세대 마케팅은 무신사로 통한다’…대기업 넘보는 폭풍 성장 스토리
◆ 성공 요인 ②독점 마케팅
‘인싸템’ 참이슬 백팩 등 한정판 인기몰이

상품 판매 전략도 Z세대·밀레니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젊은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중시하면서도 가치가 있는 상품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한정판·단독·컬래버레이션 등 특별한 상품에 지갑을 연다.

비욘드클로젯의 고태용 디자이너도 무신사에서만 단독 판매하는 상품이 있다. 컨버스와 차이나타운마켓의 협업 상품은 발매와 함께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무신사 대표 브랜드인 엘엠씨의 한정 라인인 레드라벨 컬렉션, 디스이즈네버댓과 뉴발란스의 협업 컬렉션도 출시와 함께 빠른 속도로 품절된 바 있다.

무신사는 자체 상표(PB) 제품과 신진 디자이너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독점 라인을 늘려 가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무신사가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올해 4월부터 시작한 디자이너 오디션 프로그램인 ‘무신사 넥스트 제너레이션’에 최종 선발되면 상품을 무신사에서만 단독 판매할 수 있다.

쇼핑의 재미를 주기 위해 이종 산업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11월 식품 기업인 SPC그룹의 해피포인트와 스트리트 브랜드 커버낫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스웨터 시리즈를 내놓았다.

맨투맨 티셔츠에 SPC 대표 브랜드인 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파리바게뜨의 인기 메뉴와 상징적 이미지를 커버낫 로고와 결합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무신사는 협업 파트너를 고를 때 유연한 관점으로 여러 브랜드와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업하려는 이슈와 방향이 무신사의 색깔과 분위기와 어울리는지도 따져본다. 회원들의 재미와 흥미를 이끌 수 있는지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결이 같지 않더라도 전혀 다른 조합으로 신선한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브랜드와 협업하기도 한다.

지난 11월 25일 하이트진로와 협업해 제작한 ‘참이슬 백팩’이 대표적이다. 참이슬 백팩은 총 400개 한정 수량이었지만 판매 개시 5분 만에 모두 완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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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 요인 ③플랫폼 경쟁력
“Z세대 잡으려면 무신사로 가라”


기업들이 무신사와 협업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플랫폼 경쟁력이다. 무신사는 파트너 브랜드와 함께 상품 기획 단계부터 기획·마케팅, 홍보 등 판매 전략까지 협업한다.

무신사가 기업의 미래 고객인 Z세대·밀레니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실제 협업한 상품이 품절 사태를 빚는 등 소비자의 반응도 좋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젊은 층이 타깃인 신제품이나 새로운 광고에 대한 반응을 가장 빨리 확인하고 싶다면 무신사와 협업하라”는 말도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1주일에 평균 600여 개 이상의 패션 관련 콘텐츠를 발행하는 무신사 매거진을 통해 쇼케이스·스페셜 이슈·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 형태로 협업 이슈에 대해 소개하고 있어 홍보·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패션과 상관없는 기업들도 협업을 통해 젊은 고객층의 유입이 활발한 무신사의 강점과 인지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난 7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M20’를 무신사에서 단독으로 선발매를 진행했는데 발매 직후 제품이 무신사 랭킹 1위에 올랐다. 발매 5일 만에 준비된 수량인 1000대가 완판됐다.

무신사 인기 브랜드인 비바스튜디오·키르시·크리틱·마크곤잘레스가 협업한 갤럭시 M20 스페셜 패키지 일부 상품도 이틀 만에 소진되는 등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흥행에 힘입어 지난 8월 삼성 갤럭시 워치 ‘액티브2’도 무신사에서 한정 사전 판매됐다.

플랫폼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바로 무신사가 2015년 9월 출시한 PB ‘무신사 스탠다드’다. 다른 쇼핑몰에서는 볼 수 없는 무신사 스탠다드는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성비의 대명사로 꼽힌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국판 유니클로’, ‘무탠다드’라는 애칭이 붙으며 인기몰이 중이다. 경량다운·블레이저·티셔츠·슬랙스 등 기본 아이템부터 최근 캐시미어 컬렉션까지 출시했다.

대표 상품인 베이식 블레이저는 이번 가을·겨울 시즌 하루 판매량 1000장 이상, 출시 한 달 반 만에 10만 장이 팔려나간 슬랙스 시리즈는 올 10월 기준 누적 판매량이 45만 장에 이른다.
‘Z세대 마케팅은 무신사로 통한다’…대기업 넘보는 폭풍 성장 스토리


◆ 성공 요인 ④동반 성장 경영
성장 마중물 붓는 액셀러레이터 역할도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를 항상 최우선합니다.’ 무신사 직원 명함 하단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무신사는 브랜드와의 동반 성장을 최우선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넘어 브랜드의 성장을 위해 무신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다. 동반 성장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다른 쇼핑몰과 차별화된 포인트다.

신진 디자이너와 브랜드 발굴·육성에 총 22억원을 지원하는 ‘무신사 넥스트 제너레이션’은 동반 성장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무신사는 그동안 중소 패션 브랜드와 함께 성장해 왔기 때문에 이들이 가진 고민과 어려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

뛰어난 역량과 잠재력을 가진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해 이들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무신사가 중·장기적으로 서포트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무신사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예비 패션 디자이너부터 도약을 준비하는 기성 디자이너까지 패션 사업 전반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다양한 기회와 판로 개척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성장률이 더딘 국내 패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패션 시장 전반의 질적 성장에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2018년 공유 오피스인 ‘무신사 스튜디오’를 동대문에 열고 패션 스타트업과 예비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등 패션업계 성장에 마중물을 붓는 액셀러레이터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 온·오프라인 콘텐츠 실험은 계속

무신사는 지난 9월 홍대 애경타운 꼭대기에 첫 오프라인 매장인 ‘무신사 테라스’라는 복합 문화 공간을 열었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브랜드의 정체성과 스토리를 고객에게 소개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온라인을 주무대로 활동해 온 무신사가 처음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열게 된 이유는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면서도 직접 보고 만지는 경험과 체험을 중시하는 10~20대 소비자들과 온·오프라인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다.

무신사는 2020년 여성 전문 패션 편집숍 ‘우신사’를 통해 여성복·화장품 등 브랜드와 상품 구성을 늘리고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조만간 통합 물류센터를 가동해 해외 배송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콘텐츠 실험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는 국내 1위 온라인 패션 쇼핑몰을 넘어 아시아 최대 패션 이커머스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돋보기 : 기업들이 무신사와 협업하는 이유]

-Z세대 고객이 절반 이상…삼성·글로벌 명품도 손짓
‘Z세대 마케팅은 무신사로 통한다’…대기업 넘보는 폭풍 성장 스토리
무신사는 24세 이하의 Z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쇼핑몰로 유명하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점이 최대 강점이기도 하다. 전체 회원 가운데 1020세대가 70%를 차지할 만큼 Z세대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무신사 애플리케이션(앱)은 10~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체류 시간이 긴 패션·의류 앱으로 꼽힌다. 스토어뿐만 아니라 랭킹·매거진·코디 등 패션 관련 콘텐츠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최근 Z세대가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면서 기업들은 무신사와의 협업으로 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회원 수 550만 명을 보유한 플랫폼인 만큼 광고 효과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와 굴지의 대기업들도 무신사에 먼저 협업을 제안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7~8월 연달아 스마트폰과 갤럭시 워치를 무신사에서 한정 판매한 바 있다.

KT는 10월 무신사와 손잡고 Z세대와 밀레니얼 타깃의 온·오프라인 공동 마케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5G 요금제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5만원 상당의 무신사 입점 인기 브랜드의 스페셜 패키지와 1년간 스폿성 제휴 할인을 제공하는 ‘KT Y프렌즈’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박현진 KT 5G사업본부 상무는 “1990년대생이 원하는 혜택과 서비스가 무엇일지 계속 고민해 왔다. 무신사와의 마케팅 제휴 업무 협약과 Y프렌즈 출시는 이 고민에 대한 첫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3호(2019.12.02 ~ 2019.12.0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