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7분기 연속 1000억대 순이익
-최희문 부회장, PF 사업 중심의 기업금융 확대 전략으로 수익성 극대화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지난 3분기 증시 침체와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 등 악재에도 주요 증권사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관련 대체 투자 등 투자은행(IB) 부문 순이익이 꾸준히 늘면서 주식 위탁 매매(브로커리지) 부문의 부진을 상쇄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기자본 4조 이상 초대형 IB 눈앞

메리츠종금증권도 양호한 실적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영업수익) 3조2317억원, 순이익 104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4% 늘었지만 순이익은 2.7% 감소했다. 사옥 매각 차익 등 일회성 수익 등에 따른 기저 효과가 작용한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 매출 10조원, 순이익 50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하면서 지난해 세운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한 번 갈아 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의 3분기 누적 매출은 8조6711억원, 순이익은 391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초대형 IB 입성 앞둔 메리츠종금증권
업계에서는 메리츠종금증권이 지난해 1분기 이후 7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구조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현 추세라면 내년 초대형 IB(자기자본 4조원 이상)로의 도약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난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3조6616억원이다. 올해 쌓은 이익을 추가하면 내년 초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4조원을 넘기게 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7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된 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기존 종금 계좌를 증권 계좌로 대체하며 ‘2020년 종합금융면허’ 만료에 선제적으로 대비했다. 이를 토대로 해외 대체 투자, 인수 금융, 기업 대출 등의 IB 업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초대형 IB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3분기 녹록하지 않은 영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강점인 IB 부문의 양호한 실적이 이어졌고 홀세일 부문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리스크의 양과 수익성을 고려한 효율적 자본 활용으로 해외 부동산, 인프라, 항공기 금융 등 신시장 개척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그동안 국내 부동산 외에도 해외 부동산 매입 후 재매각(sell-down)과 항공기 금융 등 차별한 기업금융 사업을 키우며 증권사의 새 성장 모델을 제시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증권사들이 위험성을 이유로 손대지 않는 부동산 금융 관련 사업을 면밀히 검토해 고수익을 올리면서도 2010년 이후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고를 단 한 건도 발생시키지 않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해외 메이저급 광산인 호주 케스트렐 광산 지분 거래에 인수 금융을 제공해 대체 투자의 영역도 넓혔다. 독일 온라인 유통 업체인 잘란도 본사 빌딩에 투자해 1년 4개월여 만에 큰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가 건설 중인 해외 오피스 빌딩을 매입하고 준공 전 자금 회수까지 성공한 흔하지 않은 사례로 꼽힌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10월 총 6억8590만 달러(약 8162억원) 규모의 항공기 투자 거래를 완료하기도 했다. 총 24대의 항공기 포트폴리오는 시장에서 가장 높은 유동성을 보이는 기종들로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전 세계에 고루 분포돼 리스크 분산과 수익 창출 능력을 모두 잡았다는 게 메리츠종금증권의 설명이다.
초대형 IB 입성 앞둔 메리츠종금증권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2016년 GECAS와의 ‘래브라도르’, 지난해 DAE와의 ‘케스트렐’ 딜에 이어 셋째 항공기 투자에 성공했다”며 “앞으로도 대출과 구조화에 대한 노하우를 기업 금융에 적극 적용해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리츠종금증권은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바탕으로 한 자본 성장 속도가 업계 내에서 가장 빠른 편인 만큼 내년에도 증익 가시성이 가장 뚜렷해 보인다”고 말했다.

◆인재 경영으로 회사 이끄는 최희문 부회장
초대형 IB 입성 앞둔 메리츠종금증권
메리츠종금증권의 탄탄한 실적 흐름을 견인하는 이는 2010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최희문 부회장이다. 최 부회장은 오너인 조정호 회장과의 ‘찰떡궁합’으로 회사의 수익성을 높여 가고 있다.

최 부회장은 업계에서 ‘구조화의 달인’, ‘사업성을 보는 눈이 탁월한 최고경영자(CEO)’로 통한다. 내부에서는 권위적이지 않은 성품과 토론 문화를 즐기는 업무 스타일로 임직원과의 소통을 중요시한다.

메리츠종금증권에서는 주 2~3회 각 사업부서에서 올라온 딜의 내용에 대해 집중 토론하는 ‘딜 리뷰 회의’가 정례적으로 열린다. 최 부회장은 불가피한 해외 출장 중에도 콘퍼런스콜 형식으로 이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 전 10건 이상의 관련 안건을 e메일로 미리 받아 사전 검토한다. 담당자 이상으로 관련 안건에 대해 철저하게 숙지해 와 회의장에서 실무자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회의 중 경영위험전문관리임원(CRO)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은 물론 발의자와 다른 리뷰 참가자들의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경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은 인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능력이 뛰어난 핵심 인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디든 찾아가 직접 만나 영입하는 스타일이다.

대형 증권사에서 최근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이직한 한 관계자는 “전 직장에서는 창의적 딜을 만든 후 상부 경영자에게 보고할 때 딜의 구조 하나를 설명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서 지연되는 일이 많았지만 메리츠종금증권에서는 그런 일이 절대 없다”며 “대표와 실무자가 일대일의 관계로 딜의 최종 실행 여부를 판가름하다 보니 일하는 즐거움과 보람이 이전에 비해 배가됐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빌리 빈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전 단장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는다는 경제학적 원칙을 야구단에 적용해 스타 선수나 타율·홈런 등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위대한 야구단을 이끌었다”며 “메리츠종금증권도 국내 자본 시장에서 ‘머니 볼’ 신화를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4호(2019.12.09 ~ 2019.12.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