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의 배차 방식과 승차 거부 방지 시스템 구축…“택시업계 혁신 이뤄낼 것”
택시업계 구원투수 자처한 ‘티머니’…‘온다택시’로 승부수 띄운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택시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겠다.”
대중교통 결제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티머니는 올해 6월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사명을 기존 한국스마트카드에서 대중에게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티머니로 전격 교체하고 모빌리티 강화 등 신사업 활성화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최근 티머니가 그리는 ‘큰 그림’이 서서히 윤곽을 보이기 시작했다. 11월 28일 택시업계와 손잡고 인공지능(AI) 기반의 택시 호출 앱 ‘온다택시’를 출시하며 택시 앱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미 해당 분야에 진출해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와 SK텔레콤(티맵 택시) 등 선발 주자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택시업계와의 상생 위해 시장 진출


‘부르면 반드시 온다’는 의미를 담은 온다택시는 서울 법인·개인택시 양대 조합인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손잡고 만들었다.

현재 택시 앱 시장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가 최강자로 군림 중이다. 앱을 쓰는 택시 운전사는 27만 명에 달한다. 그 뒤를 티맵 택시(운전사 가입자 약 22만 명)이 바짝 뒤쫓고 있다.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온다택시에는 현재 4000여 대의 운전사들이 가입한 상황이다. 아직 경쟁사들을 따라잡으려면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관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배경은 오랜 기간 티머니와 상생 관계를 구축해 온 택시업계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4년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티머니는 2006년 지하철과 버스에 이어 택시로 결제 시스템 영역을 확장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택시업계와 서로 ‘윈-윈(win-win)’하는 관계를 쌓을 수 있었다.

티머니는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했고 택시업계는 당시 많은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해 오던 현금 결제의 불편함을 해소해 나가며 카드 결제 도입이라는 택시업계의 ‘혁신’을 이뤄 냈다. 또 결제기에 대한 지속적인 유지·보수와 무료로 영수증 등을 제공하며 택시업계와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 냈다.

이런 가운데 택시업계가 최근 여러 논란에 부닥치며 이미지가 추락하자 올해 결국 티머니를 찾아와 의기투합하자고 제안했다. 티머니가 결제 시스템에서 구축한 기술력을 활용해 획기적인 택시 앱 서비스를 함께 선보이자고 한 것이다.

티머니 관계자는 “양대 조합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혁신 서비스를 보여주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며 “택시업계는 IT 기술력을 갖고 있지 않은 만큼 믿을 수 있는 티머니와 손잡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그 결과 온다택시를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 역시 “온다택시는 택시업계가 승객을 위한 택시로 거듭나기 위한 의지를 담은 결과물”이라며 “온다택시를 통해 선진화된 택시 탑승 문화를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온다택시는 기존 택시나 호출 앱들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찾고 이를 보완해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가장 큰 무기는 단연 ‘AI 자동 배차’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승객이 택시를 호출하면 가장 가까이(반경 1km 이내) 있는 택시가 자동으로 배차돼 고객을 태우러 가는 획기적인 방식을 적용했다.

티머니에 따르면 기존 택시 호출 앱은 탑승을 원하는 승객이 호출하면 인근에 있는 다수의 운전사들에게 ‘콜 신호’가 간다.

◆기존 호출 앱 약점 보완해 출시


이 중에서 가장 빠르게 먼저 콜을 승낙한 운전사에게 승객이 배정된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승객 바로 코앞에 빈 택시가 있더라도 이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택시가 배차를 받는 일이 종종 발생하며 승객들을 기다리게 만든다.

온다택시의 AI 자동 배차는 이런 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AI를 활용해 승객에게 가장 빨리 도달할 수 있는 택시를 배차한 뒤 승객을 태우러 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승차 거부 역시 대중이 택시업계의 ‘고질병’으로 지목하는 문제점이다. 기존 택시 호출 서비스도 이런 부분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택시 운전사들이 승객의 목적지를 확인하고 골라 태우는 방식이어서 ‘승차 거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택시 앱을 사용하더라도 택시 잡기가 어려울 때 빈번하게 발생했던 만큼 이 부분도 보완해 앱을 출시했다.

택시 운전사의 승차 거부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온다택시는 승객이 타기 전까지 운전사에게 목적지를 노출하지 않는다. 승차 거부가 없어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타다’의 방식과 비슷하다.

현재 티머니 내부에서는 온다택시를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당장에는 수익 창출보다 앱을 알리고 택시업계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티머니 관계자는 “택시업계의 이미지 개선과 상생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컨대 티머니는 12월 6일부터 매주 금요일(밤 11시 30분~새벽 1시 30분) 내부 직원들이 택시 잡기가 어려운 종로·홍대 등 거리로 직접 나가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택시를 기다리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온다택시 앱을 소개하고 캐시백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등의 활동을 올해 연말까지 펼칠 예정이다. 그만큼 내부적으로도 온다택시를 시장에 안착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막중하다.

온다택시에 참여하는 운전사들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양대 조합과 힘을 합쳐 소속된 운전사들을 대상으로 유입을 설득 중인데 티머니에 대한 신뢰를 보내며 참여 의사를 개진하는 운전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향후에는 택시를 넘어 다양한 모빌리티 영역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티머니 관계자는 “티머니 내부적으로 서비스형 모빌리티 ‘마스(MaaS : Mobility As a Service)’ 시대가 곧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든 이동 수단들이 서비스화된다는 얘기다. 여기에 발맞춰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와 결제 시스템 등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돋보기-티머니는?
2003년 설립, 대중교통 혁신 이끈 주인공
택시업계 구원투수 자처한 ‘티머니’…‘온다택시’로 승부수 띄운다


한국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세계에서도 주목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주)티머니에서 발행하는 ‘티머니 카드’가 존재한다. 국내에서 대중교통을 사용하는 이들 중에 티머니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후불 교통카드로 이용하는 신용카드 역시 카드사와 티머니의 업무 제휴에 따라 단말기에 카드를 대기만 해도 대중교통 요금이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사실 티머니는 굳이 무리하게 신사업을 벌이지 않아도 꾸준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업으로 정착한 지 오래다. 태생부터 일반 기업과 다르다.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는 교통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를 함께 실현해 나갈 민간 기업을 공공 입찰을 통해 물색했다. 당시 입찰에 뛰어들었던 LG CNS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면서 2003년 설립한 기업이 티머니였다.

LG CNS는 지자체와 연관된 공공 부문에서 사업을 운영하게 된 만큼 기부채납 형식으로 서울시에 티머니 지분을 제공했다. 그 결과 티머니는 서울시가 최대 주주(현재 지분율 약 36%), LG CNS(지분율 약 33%)가 2대 주주인 다소 특이한 지배 구조를 갖고 출발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서울시의 교통 시스템 구축 사업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 만큼 사업도 승승장구했다. 버스와 지하철을 넘어 택시·고속버스 등 다양한 운송 수단으로 결제 시스템 영역을 넓혀 왔다. 하루 평균 정산 건수는 2000만 건을 넘었고 정산 금액도 약 2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주요 수익원인데 지난해 기준 티머니는 26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4호(2019.12.09 ~ 2019.12.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