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김상봉의 경제돋보기] 급격한 단기 교육정책 변화는 ‘인적 자본’ 망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 상태가 좋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 경제 상태가 엄중하다고 하고 각 부처에서도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경제의 범위를 조금만 넓혀 보자. 노동 또는 고용 시장으로 연결된다. 경제 상태가 엄중한데도 고용률은 잘 떨어지지 않는다. 기술이 발전했거나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으니 정부가 노인 일자리 등에 재정을 투입해 고용률이 유지되는 상태다. 3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까지 실업이 증가해 신음을 내는 상태인데도 정부는 자영업에 대한 예산만 증가시키고 있을 뿐이다.

조금만 더 길게 들여다보자. 경제의 성장을 결정짓는 요소는 기술·노동·자본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은 출생률이 감소하고 생산성이 높은 연령대를 외면하고 있고 기술은 하루아침에 발전할 수 없다고 했다.

자본은 물적 자본과 인적 자본으로 나눠진다. 물적 자본의 투자도 계속해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하나는 인적 자본이고 이는 기술 발전과 연결돼 있다.

많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1980년대에 한국 경제를 동남아 경제와 비교하면서 ‘기적’이라고 했다. 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인적 자본이다.

따라서 경제를 확대하면 노동 또는 고용 시장으로 연결되고 장기적으로 ‘교육’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대학 입시는 공정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해도 고등학교 교육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을까.

교육부는 11월 20일 고교 교육을 혁신한다며 고교 서열화 해소,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해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는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개정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지금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도 못 하는 것 같다.

현재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두 대학 입시가 다르다. 해마다 정책이 바뀌니 백년대계인 교육이 엉망이 된 것이다.

대학 강의 중에도 학번에 따라 배운 것이 달라 새롭게 고등학교 교육부터 해야 할 판이다. 즉, 인적 자본이 감소했다는 뜻이다. 교육 정책은 바뀌면 그대로 좀 두는 게 백번 낫다.

수십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학교를 법이 아니라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서 논의된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장관과 교육감의 의지만 있으면 바뀔 수 있다는 뜻이 되고 백년대계가 되지 못한다.

바꾸려면 고등학교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 과학고·영재고 학생이 의대에 아예 진학하지 못하게 하고 외고·국제고·자사고를 천천히 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국 단위 모집이 허용돼 온 일부 자율학교는 그냥 둬야 한다.

교부금을 수십조원이나 쓰고 있는 지방 분권 시대에 자율학교는 학교의 목적에 맞게 운영되면 된다. 이러한 목적이 바뀌면 그 학교는 그대로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일반고로 전환하는데 다시 국민의 세금을 수조원씩 써 평준화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정책으로 보인다.

여기에 인적 자본이 부동산 가격 등으로 연결되는 문제는 크게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2018년부터 두 배씩 오른 서울 부동산 가격은 또 오르고 있다.

교육 여건이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 세대가 그동안 얼마나 교육에 대해 무모한 결정을 해왔는지에 대한 후세들의 비난 목소리를 어떻게 들을 것인가.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4호(2019.12.09 ~ 2019.12.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