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기업 문화 혁신 탐방-5 ‘한양증권’]
-“총무부가 아니라 ‘GA솔루션부’입니다”
-사옥 전체 개방형 공간으로 리모델링
-종이 보고 없애고 층마다 미팅 라운지 설치
-CEO 앞장서 브라운백 미팅·타운홀 미팅 활성화
‘지속 가능 증권사’ 위해 사명 빼고 다 뜯어 고친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지금은 GA솔루션부로 이름이 근사하게 바뀌었다만 구시대의 냄새가 물씬 나는 총무부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200% 다해 주고 있는 김빛나 사원 역시 ‘내 마음속의 빛나는 별’이다. 게으른 탓도 있지만 나는 CEO에 오른 이후 따로 인사 기록 카드를 챙겨본 적이 없다. 섣불리 편견을 가질까 두려워서다. 따라서 나는 김 사원의 고향이 어디인지, 학교는 어디를 나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정확히 아는 것은 있다. 김 사원이 언제나 열정적이라는 것, 작은 일도 허투루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가까이에서 목도했기에 나는 자신 있게 증언할 수 있다.”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이 지난 8월 28일 한 직원에게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다. ‘비욘드 엑설런스’를 목표로 체질 개선에 나선 한양증권의 기업 문화가 젊고 역동적으로 확 바뀌었다. 실적도 따라주고 있다.

한양증권은 지난 3분기 최근 10년간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임 사장의 배려와 포용의 리더십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둔의 증권사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한양증권은 1956년 설립된 증권사다. 국내 아홉째 증권사로 출범했다. 설립 이후 사명이 바뀌지 않은 증권사는 한양증권을 비롯해 신영증권·부국증권·유화증권 등 네 곳 뿐이다.

한양증권의 주주 지분율은 학교법인 한양학원이 16.30%, 백남관광 10.85%, 에이치비디씨 7.45%와 특수관계인 지분 40.45% 등이다. 영업점은 본점을 포함해 4곳에 불과하고 홍보와 기업 설명회(IR) 등의 대외 활동이 드물어 ‘은둔의 증권사’로 인식됐다.

한양증권은 지난해 3월 26일 주주 총회를 열고 임재택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한양증권의 최대 주주인 한양학원은 그동안 한양대 출신에게만 최고경영자(CEO)를 맡겼다. 서울대 출신인 임 사장에게 CEO 자리를 넘기면서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임 사장은 그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다. 취임 후 1년 9개월 동안 회사의 체질 개선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초 43년 만에 기업 이미지(CI)를 교체하고 100여 명이 넘는 인재를 영입하면서 전 사업 부문의 고른 성장을 꾀했다.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양증권은 올 들어 3분기까지 17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최근 10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3분기 만에 지난해 순이익 47억원의 4배 가까운 실적을 거둬들이는 데 성공했다. 구조화금융본부를 신설하고 자산운용부문 인력을 강화한 것이 실적으로 연결되면서 ‘V자’ 반등을 하고 있다.
‘지속 가능 증권사’ 위해 사명 빼고 다 뜯어 고친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
임 사장은 “올해 초 목표로 내걸었던 2021년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달성을 당장 올해 무난히 이뤘다”며 “은둔의 증권사라는 불명예스러운 칭호를 감수했던 시절을 벗어나 증권업계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것에 걸맞게 장기적 안목으로 승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효율적 업무 개선·소통 강화 주력
‘지속 가능 증권사’ 위해 사명 빼고 다 뜯어 고친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
임 사장은 한양증권을 지속 가능한 증권사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취임 이후 사명만 빼고 거의 대부분을 뜯어고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업무 효율화’와 ‘업무 표준화’, ‘페이퍼리스’를 원칙으로 관행적이고 비효율적인 업무의 개선을 추진했다. 2018년 7월부터 현재까지 250여 건 이상의 업무를 개선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업무 혁신 태스크포스팀(TF)팀으로 시작한 O&T부는 한양증권 혁신의 상징으로 꼽힌다. O&T부는 대외 기관 자료 제출 업무, 고객 평가·분석 등 부서별로 반복적이고 동일한 사무 업무에 대한 자동화를 정착시켰다. 업무 개선과 함께 금융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 통제 프로세스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임 사장은 페이퍼리스 사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최근 부서장 이상 전원에게 태블릿 PC를 지급하기도 했다. 또한 총무부를 ‘GA솔루션부’로, 인사부를 ‘HRM부’로 명칭을 바꿔 기존 ‘총무’, ‘인사’라는 딱딱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토털 솔루션 부서로 거듭나도록 했다.

임 사장은 업무 공간도 뜯어고쳤다. 한양증권은 지난해 8월부터 1년 3개월여 동안 여의도 본사 사옥 전체를 리모델링했다. 지난 11월 말 완공한 본사 사옥은 임직원의 소통 강화를 위해 ‘개방형 공간’으로 꾸며졌다. 층별로 아이디어 미팅을 할 수 있는 라운지 등을 뒀다.

임 사장이 지난해 10월부터 임직원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매달 열고 있는 ‘브라운백 미팅’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샌드위치 등 간단한 식사와 함께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임으로, 극지 마라토너 유동현 씨와 여행 작가 태오 씨 등을 초청했다. 직원 간 상호 이해도 증가와 조직의 활력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6월부터 매달 열리는 ‘타운홀 미팅’도 빼놓을 수 없다. 주어진 주제에 대해 직원과 CEO가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회사의 혁신 의지와 비전을 담아내는 자리다. ‘카리스마와 소통’을 주제로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패튼 장군의 소통 방식과 그 시사점을 토론하는 식이다.

임 사장이 지난 8월 도입한 사내 릴레이 편지 보내기 프로그램인 ‘비둘기 우체국’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임직원이 선후배와 동료에게 전하지 못했던 응원과 감사, 위로 등의 체온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는 자발적 소통 프로그램이다. 임 사장의 첫 편지를 시작으로 90통이 넘는 편지가 이어지고 있다.
‘지속 가능 증권사’ 위해 사명 빼고 다 뜯어 고친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
임 사장이 모든 분야에서 변화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신입 사원에게 오프라인 방식의 사령장을 수여하는 전통은 그대로 지켜 나가고 있다. 사령장 수여식은 증권가에서 사라진 지 오래된 구시대의 유물로 비쳐질 수 있지만 한양증권에는 소중한 문화유산과도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임 사장은 “CEO로서 ‘스몰 빅’을 강조해 왔다” 며 “세상의 어떤 위대한 것도 작은 것, 사소함에서 출발한다고 믿는 만큼 신입 임직원을 포함한 구성원들과 비전을 공유하는 이 작은 의식이 무한 시너지를 발휘하는 ‘나비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한연주 한양증권 파워플랜트 소장
“경직된 조직에 ‘소통 윤활유’ 바르는 역할…역동적 조직으로 탈바꿈시킬 것”
‘지속 가능 증권사’ 위해 사명 빼고 다 뜯어 고친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은 취임 이후 젊고 역동적인 한양증권만의 ‘색깔(문화)’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초일류 기업으로 나아가자는 취지로 비상설 조직인 태스크포스팀(TF팀) ‘파워플랜트’를 만들었다. 파워플랜트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를 위한 활동을 통해 활기찬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64년의 관록에 젊음의 감성을 디자인해 새롭게 탈바꿈하는 한양증권을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비상설 조직인 TF팀으로 기업 문화 혁신 작업이 가능한가.

“파워플랜트는 20~40대의 다양한 연령대·부서·직급의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소속 부서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TF 업무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비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일을 진행한다.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 ‘브런치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30분 스폿 회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회의 등을 활용해 최소의 시간을 투자해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워플랜트 활동의 구체적 성과는 무엇인가.

“부서 간 소통을 위한 ‘우부소(우리 부서를 소개합니다)’, 임직원 간 소통을 위한 ‘본부장 인터뷰’, ‘줌인(人)’을 진행 중이다. 회사의 대내외 행사를 취재한 ‘현장 스케치’를 틈틈이 사내 인트라넷에 게시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활동은 지난 10월 ‘제2회 해피투게더 볼링대회’ 현장 스케치 코너다. 팀원들이 모두 업무로 정신없이 바쁜 시기였는데 경기 스케치부터 본선 진출 부서 소개, 응원 메시지, 우승 후보 맞히기 등의 이벤트를 바탕으로 볼링 대회를 전 직원 참여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았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파워플랜트는 경직되고 조용한 조직에 ‘소통 윤활유’를 바르고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교감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응원해 주는 한양증권 임직원 전체가 파워플랜트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직원 모두가 ‘원 팀’이 되는 그날까지 발전소는 풀가동할 것이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4호(2019.12.09 ~ 2019.12.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