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법으로 읽는 부동산-화해조서 문구, 갱신요구권 배척 합의로 해석되지 않을 가능성 높아



[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대표변호사]건물 임대차 제소 전 화해에 관해 건물주에게 자주 받게 되는 질문이 있다.

“‘임대차 만기에 명도(건물을 비워 넘겨줌)한다’는 취지로 제소 전 화해 조서를 받았는데 임대차 만기 무렵에 이뤄지는 상가 점포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임대인이 받아들여야 하는지”,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이 강행 법규라고 하더라도 이에 반하는 내용이 제소 전 화해로 성립(확정)된 이상 그 이후로는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내용이다.
강행 법규에 반하는 내용이라도 판결이나 제소 전 화해 또는 조정으로 정해지면 기판력 때문에 강행 법규 위반을 이유로 효력을 배척하기는 어렵다. 강행 법규인 상가 점포 임차인의 갱신요구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임대차 만기에 명도한다’는 취지의 제소 전 화해 조서나 조정 조서 내용이 향후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행사를 배척(제)한다는 합의로 해석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제소 전 화해나 조정이 성립된 상황, 구체적인 문구 표시 등 구체적 사실 관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제소 전 화해 조서나 조정 조서(판결)상 문구가 강행 법규에 반하는 취지임이 분명하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 강행 법규에 위반되지 않도록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면서 약자 보호라는 강행 법규의 취지를 준수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임대차 만기에 명도한다’는 정도의 화해 문구를 갱신요구권 배척 합의로 해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무상으로는 이런 점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부 제소 전 화해 담당 판사는 ‘임대차 만기에 명도한다’’는 점을 화해 문구에 명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상담한 어느 건물주는 갱신요구 기간이 상당히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차 만기에 명도한다’는 취지의 제소 전 화해 문구만 맹신하고 당연히 임대차 만기에 명도 가능할 것으로 오해한 상태에서 건물을 타인에게 매도해 버렸다.

그 결과 ‘임대차 만기 무렵까지 건물 임차인 명도를 매도인이 책임진다’는 취지로 매수인에게 약속하면서 계약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 위험에 처해지고 말았다. 제소 전 화해 문구에 대한 자세한 법리 검토 없이 경솔하게 계약한 셈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2015년에는 권리금회수청구권이 도입되고 2018년에는 갱신요구권을 통한 임차인 보호 기간이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되는 등 임차인 보호 제도가 강화되면서 제소 전 화해 절차 진행에 더욱 주의가 필요할 수 있다.
종전처럼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명도한다’는 정도의 문구만으로는 강행 법규 극복이 쉽지 않다. 모호하다면 법 취지에 맞게끔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다툼이 없도록 보다 분명하게 화해 문구가 기재될 수 있도록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4호(2019.12.09 ~ 2019.12.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