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항진 여주 시장 인터뷰
도시의 기원은 시민, ‘여주’ 행복론
[SRT매거진 = 유재기 기자] 77개의 시 단위 자치단체 농업인구 비율 1위 도시, 경기도 여주시가 지난해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마을회관에서 숙박까지 하는 행동파, 이항진 여주시장. 말보다 움직임을도출해내는 그의 원동력은 곧 시민이었다.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마을회관을 방문해 어르신들의 의견을 듣고 무엇이 문제인지 들어봐야 해결책이 나옵니다. 그런데 형식 적으로 얘기만 듣고 금세 자리를 뜨면 안 되죠. ‘1박 2일 소통 투어’는 몸을 굴리며 문제의 본질을 찾고, 나아가 여주의 행복을 위해 기획한 정책입니다.”



2020학년도대학수학능력 시험을 하루 앞두고 만난 이항진 시장은 생각을 행동으로 전개하는 인물이었다. 여주는 전체면적 중 농산어촌지역이 99.5%이고 608km2 모든 면적이자연보전권역이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당선된 이 시장을 향한시민 12만여 명 의 기대는 무척 컸다. 물론 1년 반의 시간으로 그의 업적을 평 가하긴 이르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서 경제적인 기반을 닦고 가정을 이루며 행복한 노후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습니다. 그래서 추진한 사업이 여주시산후조리원과 학교 복합화사업, 청년지원사업, 농민수당 지급, 역세권 개발, 노인단기보호시설 설치였습니다. 아직 추진 중이거나 미진한 부분도 있지만 내년에는 구체화하여 시민의 요구와 기대에부응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이 시장의 정책 중 국비 90억원을 확보한 ‘학교복합화 사업’ 시설은 연면적 8333m2 규모의 지하 1층, 지상 4층의 문화체육시설을 만드는 것으로 수영장과 체육관, 도서관을 비롯해생활문화센터가 들어서는 여주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사업이다. 아이와 어른을 잇는 사회관계망 형성이이 사업의 골자로 꽤 입체적인 각도에서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과거엔 3대가 한집에 머물렀다면 최근엔 2인 1가구가 대부분이죠. 사람은 관계망이 끊어진 사회에서 결코 살 수없 기에 새로운 가족 형성으로 인한 정서적 안정감이 필요합니다. 학교복합화 시설은 아이들이 뛰노는 공간을넘는 개념, 즉 어린아이는 이곳에서 어르신을 만나 인사도 하며 예절도 배우고 어르신들 역시 손주, 손녀 같은 아이들을 만나 애정과 희망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는여주 발전의 희망이 됩니다. 좋은 학교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마을’이 형성된다면 젊은 층의 생활여건 개선과 자녀교육에 긍정적인 작용이 일어날 것입니다.”

피부에 와닿는 결과도 있었다. 바로 SK하이닉스로부터 하천수 사용료 23억 원을 징수하고 매년 약 4억~5억 원의 물 사용료를 받게 된 것. 전국 최초로 거두는 하천수 사용료는 이 시장이 시의원 시절부터 3년의조사과정을 통해 이뤄냈다. 이 외에도 전국 최초의 ‘여성청소년 위생용품 지원 조례 제정’은 그의 정치적 성향의 바탕을 이루는‘시민 배려’를 공표 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도시의 기원은 시민, ‘여주’ 행복론
(사진)예로부터 여주에서 생산되는 쌀은 임금의 상에 오를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 이에 여주는 전국에 여주쌀을 알려 국민이 건강한 한끼를 누릴 수 있도록 홍보에도 큰 힘을 쏟고 있다(이항진 시장, 오른쪽 세 번째)/한국경제신문

◆여주의 퀄리티를 높이는 단 하나, 시민 참여로 인한 공정성 강화


현재 여주 인구는 약 12만 명,1966년 11만 명에 비해 좀처 럼 늘지 않은 수치다.반면 경기도의 전체 인구는 같은 기간 320% 이상 증가했다. 여주가 수도권 2500만 명의 식수로 사용되는 남한강 상수원 보호구역이기에겪는 지리적 불리함 이 작용했다. 이 시장은 핸디캡을 부정하지않았다. ‘능서불 택필(能書不擇筆)’, 일에 능한 사람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자신의 지역을 더 나은 상황으로 이끄는 ‘수로(水 路)’ 경제발전 기틀을 다져나갔다.



“지난 3월 1조1300억 원 규모의 ㈜고영테크놀러지를 유치했습니다. 3차원 납포도 검사기, 뇌수술 로봇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폐수도흐르지 않고 굴뚝에서 연기도 나지 않는 회사죠(웃음). 여주공무원의 아이디어를 기업에 제안해 초유 면역키트 개발업체와 의무협약을 맺어 대통령상까지 수상 한 사례도 만족할 만한 성과였습니다. 이 밖에도 작년 7월부 터 지역 주도형 여주청년일자리창출지원사업을추진하는 등 예산이 허락하는 대로 점차 늘려가며 청년 경제 활동을 돕는 기회의 장을 마련할 겁니다.”

평소에도이 시장은 농민의 입장에 서서 농업 발전을 일군 어르신의 목소리까지 놓치지 않는 자세를 지켜왔다. 취임직후부터 실천한 1박 2일 소통투어가 바로 그것, 그는 마을회관을 찾는 어르신을 만나 고령화 시대 문제 해결책을 찾고자 백방으로 뛰었다.



“왜 대중이 SNS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삶과 밀접한 콘텐츠가 있기 때문입니다. SNS라는 숟가락이 아니라그걸 도구로 퍼먹는 음식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죠. 이 투어는 주민의 고충과 원하는 것을 들어보는 데본질을 두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고충을 듣기보단 현장에서 같이 밥을 먹으며 ‘어머님,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혹은 ‘시청엔 이런 식으로 도움을 드리는 방법도 있어요’라는 현실적인 대화가오가며 어르신들의 의견까지 들을 수 있죠. 정치라는 건 삶의 현장을 겪어본 뒤 진실된 해결책을 제시하는겁니다. 거짓된 말이 일시적으로 대중을 속일 수 있을진 몰라도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여주는 대한민국의 대표 농업 도시다. 이 시장은 균형화를 고려한 ‘한 방’, 혁신을 띤 유기농 사업으로 청년층부터 노년층이 각자 역할에맞게 농산물 생산부터 유통망까지 협업 중심의 시스템을 구현하려 한다. 이름하여 ‘여주표’ 4차 산업혁명이다.



“유기농사업은 생산과 판매에 그치지 않고 시민을 하나의 관계망으로 연결하는 큰 비전입니다. 풀을 뽑는 소일거리는어르신들이 하고 기계의 힘을 빌리고 포장 등 힘이 요구되는 일은 젊은 층의 일자리 창출과 맞물려 진행할 겁니다.유기농 사업을 연령별로 분업해 기계의 힘이 필요한 부분을 구분 하는 게 포인트죠. 몸에좋은 유기농 생산물은 다양한 공공 기관에 판매되고 주변 지역과 결합해 확대된 판매망을 기대 하며 더 나은 수익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 상생 협업, 유통마 진이 사회에 환원되는 건강한 사회관계망 기반의여주 푸드 플랜을 공고히 다질 계획입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되기 어렵지만 이 시장의 궤적을 살피면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는 인물로 비쳤다. 이는 야학교사, 사회운동, 환경운동가, 시의원을 거쳐 시장에 당선된 전력에서 엿볼 수 있다.



“저는 여주를 사람 중심의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해외의 경우시장 재임 기간이 8년인 국가가 많습니다. 1년 정도는 도시를바꾸려는 계획을 설정하고 1년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6년은사회적 합의 과정과 진행을 타진하는 기간이죠. 물론 복잡한 행정 계획을 바쁘신 시민이 모두 헤아릴 수없기에 취 임 직후 80명의 외부 인사로 구성된 ‘시민행복위원회’를 조직 했습니다. 이 중 제가 추천한 인사는 6명이고 나머지는 의회와 인터넷 여론조사, 12개 군·면에서 추천받은 분들이죠. 정책을 세울 땐 항상 위원회와 공유하고있습니다. 앞서 말한 저의 비전과 위원회를 통해 다가오는 2020년, 더욱 깊게 시민의 품으로 들어가 행정의 잣대를 행복으로 맞추고 뛰어다닐 겁니다.”
jake3653@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4호(2019.12.09 ~ 2019.12.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