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백화점 입점 업체의 ‘자발성’·‘차별성’ 입증돼야 세일 가능
백화점 정기 세일 없어질까…‘특약 매입’이 뭐길래
(사진=연합뉴스)

[박보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백화점이 ‘정기 세일’ 등을 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아울렛·대형마트 등 대규모 유통업자가 체결하는 특약 매입에 관한 심사 지침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백화점·아울렛·대형마트 등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는 입점 업체들과 대규모 유통업자의 관계는 크게 ‘직매입 거래’, ‘특약 매입 거래’, ‘임대차 거래’ 등 세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먼저 ‘직매입 거래’는 대규모 유통업자가 상품을 매입했다가 판매되지 않은 상품에 대해서도 판매할 책임을 부담하면서 납품업자(입점 업체)에게 완전히 상품을 매입하는 형태다.

‘특약 매입 거래’는 대규모 유통업자가 상품을 매입했다가 판매되지 않은 상품은 다시 납품업자(입점 업체)에게 반품할 수 있는 것을 조건으로 상품을 우선 외상으로 매입하고 상품을 실제로 판매한 후 일정한 비율이나 금액의 판매 수익을 뺀 나머지 상품 판매 대금만 납품업자(입점 업체)에게 지급하는 형태다.

‘임대차 거래’는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의 매장 일부를 임차해 상품 등의 판매에 사용하고 판매액 일부를 정해진 임차료로 지급하는 입점 방식이다.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는 판매와 재고의 부담을 모두 입점 업체가 부담하는 특약 매입 거래나 임대차 거래 방식으로 거래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 때문에 실제 입점 계약은 특약 매입과 임대차의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 중 임대차 거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에 의해 보호될 수 있지만 특약 매입 거래는 판매와 재고의 부담을 입점 업체가 부담하면서도 제도적 보호 방안이 미흡한 상황이다.

특정 매입의 내용이 있더라도 임대차적인 요소가 있는 경우 매장의 영업권과 관련해서는 임대차 관련 요소를 인정하고 임대차에서만 인정되는 권리금을 인정하는 판례도 존재하지만 일률적으로 이와 같이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특약 매입 거래로 입점 업체들이 부당하게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규모 유통업 분야의 특약 매입 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 지침’을 제정해 지난 10월 31일부터 시행했다.

기존에도 특약 매입에 관한 지침은 있지만 2019년 10월 31일자로 존속 기한이 도래해 위 지침의 존속 기한을 3년으로 연장하면서 기존 지침을 폐지하고 다시 제정한 것이다.

위 지침에서 주목되는 것은 백화점 등이 할인 행사를 진행할 때 가격 할인분 등 판촉비의 절반 이상을 대형 유통업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이다(이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러한 비용 부담을 면하려면 대형 유통업체의 요청 없이 입점 업체 스스로 행사의 실시 여부를 결정한 사실이 인정돼야 하며(자발성) 판촉 행사의 경위·목적·진행과정·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행사를 진행한 입점 업체가 다른 입점 업체와 구분(차별성)될 수 있어야 한다.

영업상 손실이나 비용이 모두 입점 업체에 귀결되는 상황에서 대형 유통업체들의 강요에 의한 무리한 비용 전가로부터 입점 업체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적용 기준이 모호하고 적용 사례도 없어 위 기준이 실제로 어떻게 작용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할인 판매에 대한 방침을 정하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 이것이 특약 매입 거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6호(2019.12.23 ~ 2019.12.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