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41.5% 늘어난 신라, 온라인 매출 291% 급성장한 롯데…‘투톱’ 돋보여
누가 ‘속 빈 강정’이라 했나…매출 ‘24조’ 신기록 세운 면세점
국내 면세점 매출이 신기록을 세웠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업계 총매출액은 24조858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18조9602억원)보다 31% 이상 급증했다.

롯데와 신라 ‘빅2’는 지난해에도 존재감을 크게 과시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매출 5조원의 벽을 넘었다. 송객 수수료 경쟁과 급변하는 대외 시장 여건으로 면세 사업이 ‘속 빈 강정’이라는 우려와 달리 영업이익 역시 41.5% 증가했다.

◆신라, 시내면세점 송객 수수료 대폭 줄여

호텔신라는 4분기 깜짝 실적이 전체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호텔신라의 4분기 면세 부문 매출은 1조4109억원, 영업이익은 701억원이다. 분기 매출은 사상 최대를 찍었고 영업이익은 사상 셋째로 높은 수준이다.

4분기 이익 증가에는 송객 수수료 인하가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4분기 신라면세점 시내점 매출액 대비 송객 수수료는 분기 기준 최근 3년간 역대 최저 수준인 6.7%로 떨어졌다. 강북권 면세점 평균 송객 수수료가 10%, 강남권은 20%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의미 있는 수치다.

송객 수수료는 시내면세점의 주 고객층인 중국인 관광객을 그러모으기 위해 매출의 일부를 여행사에 떼어주는 비용이다. 면세점끼리 서로 송객 수수료율을 높이며 과당 경쟁을 하는 구조는 그동안 면세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왔다. 면세점 사업이 ‘제 살 깎아 먹기’, ‘속 빈 강정’이라는 오명을 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송객 수수료는 2015년에서 2019년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신라면세점의 송객 수수료가 최근 3년 내 최저치로 떨어진 데는 신라면세점이 구축한 글로벌 인지도와 입점 브랜드 경쟁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신라면세점 국내 총매출의 약 83% 정도는 시내면세점에서 창출된다. 그만큼 송객 수수료 인하가 주는 의미는 크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라면세점 매출액 7조8730억원 중 시내면세점 3곳의 매출은 6조5873억원이다. 반면 공항면세점 매출은 9664억원에 그쳤다.

관세청이 집계하는 매출액과 기업이 공시를 통해 발표하는 기업 회계 기준 매출액은 차이가 있다. 관세청은 매장별 매출액을 판매 가격으로 잡는다. 즉 면세품 판매 가격에서 즉시 할인은 제외하되 적립금은 포함한 가격이다. 기업 회계 기준은 순 매출액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호텔신라가 보유하고 있는 3곳의 시내면세점은 모두 매출 1조원을 넘었다. 호텔신라 본점은 지난해 4조2629억원을 기록하며 롯데면세점 본점(5조7142억원)에 이어 국내 2위 면세 사업장에 올랐다. 용산에 있는 HDC신라면세점은 3대 명품 브랜드(루이비통·에르메스·샤넬)가 빠져 있음에도 신라면세점 중 둘째로 많은 매출(1조2857억원)을 올렸다.

신세계가 새로운 진출을 선언하며 삼파전이 예고된 제주에서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신라 제주 시내면세점은 지난해 관세청 기준 매출 1조2609억원을 기록하며 롯데 제주면세점(1조572억원)을 누르고 1위에 올라섰다.

신라면세점은 국내 면세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해외로 활로를 넓히고 있다. 이미 신라면세점은 국내 면세 사업자 중 해외 매출이 가장 높은 곳이다. 2018년에는 업계 최초로 해외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신라면세점은 2010년 이부진 사장 취임 이후 해외 확대 전략을 고수해 왔다. 그 결과 10년 만에 글로벌 3위 면세 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현재 신라면세점 운영하는 해외 사업장은 해외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마카오공항, 태국 푸껫, 일본 도쿄 등 총 5곳이다.

지난해 6월에는 홍콩 첵랍콕공항 면세점을 오픈하며 인천~홍콩 첵랍콕~싱가포르 창이 등 아시아 3대 공항면세점 트로이카를 완성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기내 면세 업체 ‘3식스티’ 지분을 인수해 미주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3식스티는 현재 에어캐나다·버진에어웨이 등 21개 항공사에서 기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이번 인수를 통해 시내-공항-기내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까지 확장한 셈이다.

올해부터는 화장품·향수 분야의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면세 사업이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화장품과 향수는 ‘면세 사업의 꽃’으로 불린다. 면세 매출의 절반 이상이 화장품과 향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호텔신라는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화장품·향수 부문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등 아시아 3대 공항에서 동시에 화장품·향수 면세 매장을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사업자다.

공항은 유동 인구가 많고 면세 사업자의 브랜드 인지도와 상관없이 구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업장이다. 따라서 호텔신라는 뷰티 분야에서 단독 상품 출시,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 등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누가 ‘속 빈 강정’이라 했나…매출 ‘24조’ 신기록 세운 면세점

◆직접 발로 뛰며 면세점 키운 이부진 사장


신라면세점의 실적 향상의 뒤에는 발로 뛰어 온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있다. 이 사장은 취임 첫해인 2010년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인천 국제공항 면세점에 유치했다. 루이비통이 공항 면세점에 입점한 것은 세계 최초였다. 이 사장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루이비통을 입점시키기 위해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그룹 회장을 직접 만났다.

아르노 회장은 루이비통을 공항면세점에 입점시키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집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아르노 회장이 2009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부터 그를 만나 꾸준히 설득했다. 2010년 4월에는 한국에 입국한 아르노 회장을 공항까지 직접 마중 나가기도 했다.

이 사장이 이렇게 명품 유치에 공을 들인 데는 이유가 있다. 면세 시장에서 유명 명품 브랜드 입점에 따른 모객 효과가 크고 객단가가 높아 매출 증대와 직결된다. 또 명품 입점으로 면세 사업자의 바잉 파워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장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직접 나섰다. 이 사장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침체된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을 위해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을 방문했다. 2018년에는 씨트립과 전략적 제휴 확대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며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다.

또 국내 면세업계 최초로 중국의 국민 간편 결제 서비스 ‘위챗페이’의 즉시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후 신라인터넷면세점 중국몰의 신규 가입자 수와 접속자 수가 각각 2배, 3배씩 증가했다.

◆롯데, 매출 9조 달성

아직 공식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롯데면세점도 국내에서만 9조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에서는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이 5조714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월드타워점(1조3132억원)과 제주시내면세점(1조572억원)도 매출 1조원을 넘겼다.

관세청이 발표한 총매출액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 실적과는 차이가 있지만 면세 사업자 1위 자리는 여전히 굳건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은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면세 시장을 선점했다. 2019년 롯데면세점은 온라인 매출 3조원을 기록하며 인터넷 면세점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오프라인 유통업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마이너스 추세에 들어선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전 세계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인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셈이다.

롯데면세점은 일찍부터 온라인 사업 비중을 강화했다. 2013년 전체 매출에서 8% 수준에 불과했던 온라인 매출 비율이 6년여 만에 30%를 넘어섰다.

이정민 롯데면세점 EC부문장은 “고객 중심의 마케팅과 상품 구성을 선도해 나갔기 때문”이라며 “멤버십 제도 개편, 적립금 증정, 타 업계와의 제휴 등을 통해 2030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것이 주효했다”고 성장의 이유를 밝혔다.

롯데인터넷면세점은 전 세계 고객에게 ‘최적의 쇼핑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재방문을 이끌어 내고 있다. 한국어·영어·일본어와 중국어 간체·번체까지 총 다섯 개의 언어로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면세 사업자는 전 세계에서 롯데면세점이 유일하다.

◆온라인 면세 주도하는 아시아 1위 롯데

중국어 번체 서비스는 국내 온라인 유통업계 중 최초로 2018년 9월 오픈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번체자를 사용하는 중화권 고객을 적극적으로 포섭하기 위한 대규모 업데이트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해당 국적 고객의 올해 상반기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1%나 신장했다.

최적의 쇼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은 비단 언어적인 부분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여권 정보, 출국 정보, 주문서로 나눠져 있던 결제 프로세스를 하나로 통합해 절차를 간소화했다. 전체 주문 내용을 ‘정상가’, ‘회원 할인’, ‘회원가’로 3단 구성하는 주문 프로세스를 리뉴얼해 쇼핑 편의도 높였다. 장바구니 내에 혜택함, 상품 상세 미리 보기 등 다양한 옵션도 추가했다.

기존에 쓰이던 인터넷 면세점 적립금의 명칭을 ‘드림머니’로 변경하며 로그인 시 자동으로 지급하는 시스템을 적용해 진행 중인 이벤트를 고객이 하나하나 찾아봐야 했던 번거로움도 덜게 했다.

롯데면세점은 글로벌 시장 확대에 속도를 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오랫동안 아시아 면세 시장 1위, 글로벌 2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작년 상반기 해외점 매출은 이미 2018년 전체 매출을 넘어섰다. 작년 초 해외점 6개를 새로 오픈하며 영토를 확장했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등 대규모 해외 점포의 추가 오픈이 계획돼 있다. 롯데면세점은 작년 1월 국내 업계 최초로 오세아니아 지역에 진출해 현재 호주 멜버른 시내와 3개 공항(브리즈번·캔버라·다윈), 뉴질랜드 웰링턴 공항까지 총 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갈고닦은 롯데의 정보기술(IT)과 물류 노하우를 온라인 면세점에 도입해 매출을 늘릴 계획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4호(2020.02.17 ~ 2020.02.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