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총선, 국민의당 독자적으로 치르겠다…문재인 정부, 세금으로 자기편 먹여 살리는 이익 단체”

"중도 실용정치, 어정쩡하게 하지 않고 확실하게 싸울 것"
"지역구 뿐만 아니라 비례대표로도 출마 안하겠다"
"유승민, 보수 통합에 가버려 아쉽다...잘되길 바란다"
"민주당 미래통합당, 선거때만 되면 중도 코스프레 한다"
"안철수신당, 좋은 이름 아니라고 생각했고 내가 정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더 간절해져...나라 망하는 것 죽을 각오로 막겠다"
안철수 "중도의 길 더 간절해져...미래통합당과 통합 · 연대 없다"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성상훈 한국경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년 반 독일과 미국에 체류하며 국내 정치를 잊고 살았다고 했다. 현실 정치에 몸 담은 지난 6년간을 반성, 성찰을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랬다는 것이다. 그는 2018년 ‘6·4 지방선거’때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가 패배한 뒤 독일로 갔다. 지난해 10월엔 미국 스탠퍼드대에 갔다가 1월 19일 귀국하며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그가 ‘중도 실용정당’기치로 국민의당을 창당해 대표에 올랐지만, 과제도 만만찮다. 안철수계 의원들이 미래통합당과 통합 또는 연대를 재촉하고 있다. 안철수계인 김중로·이동섭 의원은 통합당으로 갔다. 그러나 안 대표는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통합·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4년 전 보다 더 간절해졌다”며 “실용적 중도정치라는 우리 갈 길을 뚜벅 뚜벅 갈 것이다. 그 길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했다.

- 정치인이 독일 가서 마라톤 책을 낸 게 의외입니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마라톤 책을 냈겠습니까. 마라톤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힘이 됐어요. 거친 숨소리와 뛰는 심장 소리, 발자국 소리만 남으면서 잡생각이 없어집니다.”

-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가 패배한 뒤 정치권에 남지 않고 독일로 간 이유는 무엇인가요.
“반성과 성찰과 함께 새로운 것을 배울 곳을 찾았어요.”

- 독일과 미국에서 한국 정치를 바라보니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
“현실 정치에 몸담은 것이 6년 정도 됩니다. 그 기간 너무 어렵고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반성과 성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한국 정치를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 여러 사람들이 보내온 e메일과 우편물이 10배 이상 폭증했어요. 조국 사태 때문이죠. 이건 내전이더군요. 독일을 비롯해 유럽 14개국을 다녀보니 모두 미래로,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유일하게 한국만 거꾸로 가는 것이 너무 암담했습니다.”

- 그게 정치에 복귀한 이유입니까.
“미국 스탠퍼드대에 있을 때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가까운 곳에서 강연한다고 해서 갔어요. 그는 10년 전 ‘불편한 진실’이라는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받고 나서 세상이 바뀌겠구나라고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지구는 회복 불가능 상태라고 했습니다. 매일 만들어지는 이산화탄소 양이 1억5000만 톤이랍니다. 호주 땅이 불타고 코알라가 타 죽는 것은 맛보기에 불과하고 더 험한 파국이 닥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한국도 그렇다는 깨달음이 생겼습니다. 사고와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 시기가 있었는데 놓친 겁니다. 이대로 놓아 두면 어떤 파국이 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이 들었어요. 망가지고 있는 한국을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치 복귀를 선언했죠.”

-목소리가 강해졌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독일과 미국에서 1년 반 생활하면서 반성과 성찰을 했습니다. 정치를 시작하면서 일관되게 견지해 온 것은 실용적 중도정치입니다. 처음 정치권에 들어와 실용적 중도정치가 무엇이냐고 물어보기에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그때마다 모호하다는 평을 받고 나서 다시 열심히 설명했어요. 그래도 계속 모호하다고 합디다. ‘정치 번역기’를 돌려보니 ‘너는 누구 편도 아니다’는 말이더군요. 진영 정치 논리 때문입니다. 중도라고 하면 타협적이며 약한 이미지가 있어요. 결론적으로 중도 실용의 길을 가려면 투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느 한쪽에 몸을 담으면 굉장히 편하게 정치를 할 수 있는데 다른 길을 가려면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안 대표가 추구하는 실용적 중도정치는 진보·보수와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제대로 일하는 정치입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설득해 결론을 내 실행에 옮기는 것입니다. 이상주의적 생각이 아니라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꾸는데 집중하는 거죠. 그렇다고 보수·진보 이념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한국의 보수·진보는 지난 수십년간 세상이 변한 것에 걸맞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수구 진보·수구 보수주의자들이 많아요. 특히 현 정부·여당은 국민 세금으로 자기편을 먹여 살리는 게 목적인 사익 추구 정치를 하고 있어요. 정당이 아닌 이익 단체이고 이념 팔이·진보팔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실용정치가 필요합니다.”

- 지난 대선 때도 중도정치를 표방했지만 실패했습니다. 2016년 20대 총선 땐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켰지만 호남 지역에 갇혔습니다. 중도정치가 통하지 않은 것 아닙니까.
“20대 총선 땐 국민의당은 창당 직후 대규모의 정당 탄압을 받았어요. 존재하지도 않는 리베이트 의혹을 덮어 썼습니다. 하지만 모든 의혹에 대해 무죄를 받았습니다. 아무도 정당 탄압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않고 나쁜 이미지만 남았습니다. 지난 대선 땐 내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선에 패배한 뒤 현 정부가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지만 개혁을 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검찰 개혁을 했다지만 나타나는 현상은 검찰 장악입니다. 규제 개혁, 노동 개혁, 산업 구조 개혁, 교육 개혁, 미세 먼지 대책을 비롯한 환경 분야 개혁 등 필요한 개혁은 못하고 국가가 더 수렁 속에 빠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시기에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보세요. 좌우를 가리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을 뽑아 사회 문제 해결에 집중합니다. 개혁하는 과정에서 저항에 부닥쳐 지지율이 급락했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았죠. 노동 개혁을 통해 실업률이 낮아졌고 경제성장률은 독일보다 높아졌습니다. 그런 개혁을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굉장히 오래 갑니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결별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귀국할 때 바른미래당을 어떻게든 고쳐 개혁 정치를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이른 시일 안에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역시 중도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손 대표와 어떤 시각차가 있었습니까.
“따로 나눈 애기에 대해선 공개하기가 어렵습니다.”
안철수 "중도의 길 더 간절해져...미래통합당과 통합 · 연대 없다"
- 바른미래당을 함께 만든 유승민 의원과 왜 함께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국내에 돌아왔을 땐 이미 보수 통합을 논의하는 중이었습니다. 유 의원이 자유한국당과 통합해 가버려 아쉬워요. 지난해 하반기에 (유 의원으로부터) 문자를 두 번 받았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와 함께한 의원들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연락해 왔어요. 당시 나는 정치 복귀 결정을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라고 말하는 것은 배후 조종밖에 안 되죠. 그래서 의원들에게 어떤 결정을 해도 100% 존중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한국 정치사에서 중도 정당이 집권을 못하고 매번 양당으로 수렴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1차적으로 선거제도 때문이죠. 현 제도는 당선 확률이 높은 당을, 최선 아니고 차악을 선택하게 합니다. 선거제도가 승자 독식하는 구조니까 51%만 받으면 당선되고 49%는 사표가 되는 상황이에요. 그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은 것은 거의 기적 같은 일입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유권자들이 20대 국회가 최악이라는데 더 나쁜 21대 국회로 만드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인지 판단할 겁니다. 무당층 지지자들은 쉽사리 마음을 안 주고 ‘내가 생각하는 길을 가나’라며 막판까지 지켜보는 특성이 있어요. 뚜벅뚜벅 우리가 갈 길을 갈 겁니다.”

- 무당층 지지를 이끌어 낼 전략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선거에서 무당층들이 기득권 정당에 어떻게 속아 왔는지 알릴 생각입니다. 선거 때만 보면 정당들이 ‘중도 코스프레’를 합니다. 중도층 지지자들은 거기에 속아 표를 줬어요. 하지만 선거 하루만 지나면 양극단으로 돌아가면서 중도층이 실망한 게 반복돼 왔습니다.”

- 이번 총선에서 몇 석 정도 얻을 것으로 예상합니까.
“아직 정당 지형이 정리가 안 됐어요. 호남에 기반을 둔 3당이 어떻게 될지 결론이 나지 않아 섣불리 예측할 수 없어요. 이번에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내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을 선명하게 알리려면 자격이 되는 사람만 공천해야죠. 3월 정도에 목표 의석을 밝힐 예정입니다.”

- 일각에선 안 대표가 비례대표로 출마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나의 간절함을 1%라고 전달해 드리려고 불출마를 결정했습니다. 지역구뿐만 아니라 비례대표도 나가지 않겠습니다.”

- 호남 민심이 20대 총선과는 다르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지난 총선 때 국민의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돌풍을 일으켜 놓고 그 뒤 안 대표가 별 관심을 두지 않은데 대해 섭섭하다는 것이 지역 정서입니다.
“귀국 바로 다음날 5·18 민주 묘역에 가서 참배하고 감사와 사과를 드렸던 이유는 인간적인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였어요. 호남 분들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많은 사랑과 기대를 보냈는데 인간적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었죠. 지역색이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점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정책과 비전으로 평가 받겠다는 각오입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안철수신당’ 이름을 불허했습니다. 당명에 개인 이름을 넣은 것은 사당화하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안철수신당’은 내가 정하지 않았어요. 좋은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출마를 염두에 둔 많은 분들이 원한다면 지켜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 4년 전 국민의당과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더 간절해졌습니다. 나라가 망가지는 것을 더 볼 수 없어 죽을 각오로 할 겁니다. 노선과 비전, 정책이 훨씬 더 구체화될 겁니다. 작지만 더 큰 정당, 공유 정당, 혁신 정당을 만들겠습니다.”

-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국민의당으로 오기 위해 ‘셀프 제명’ 했습니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으로 국민의당이 비례 의석을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 비례 의원들은 자기 지역구가 정해져 있어요. 지역에 출마할 겁니다.”


-미래통합당 출범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미래통합당도 잘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문제는 일대일 구도가 되면 미래통합당은 백전백패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 왜 그렇다고 봅니까.
“정부 여당이 바라는 구도죠. 여권에서 내가 끊임없이 미래통합당과 통합할 것이라고 몰고 있습니다. 그 작전에 넘어가면 패배할 겁니다. 오히려 미래통합당은 보수 영역, 나는 실용 중도 영역에서 열심히 일해 야당 파이를 키우는 게 선거에서 여당을 이기는 길이라고 봅니다.”

- 일부 안철수계 의원들이 미래통합당과 통합 또는 선거 연대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 겁니까.
“4년 전 총선 때도 야권이 통합하지 않으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국민이 스스로 생각할 능력이 없다고 폄훼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 지금 무당층이 근래 보기 드문 정도로 많아졌어요. 적게 잡아도 40%는 될 겁니다. 일대일 구도가 되면 ‘민주당만 빼고…’라는 분들은 차라리 투표를 포기하지 미래통합당에 힘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4년 전에도 국민의당이 야권표를 나눌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중간에 있는 분들께 진심으로 호소할 겁니다.”

- 끝까지 국민의당 독자적으로 총선을 치를 예정인가요.
“그렇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할 겁니다.”

- 2014년 민주당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을 창당한 것은 중도정치와 맞지 않아 보입니다.
“그 당을 개혁하려고 손잡았어요.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헌에 없던 산업화의 공도 넣고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전략적 조화를 추구하는 등 중도 정당으로 많이 바꿨습니다. 하지만 문화나 세력은 도저히 바꿀 수 없었습니다. 그 세력들의 민낯을 봤어요. 실용적 중도 정당으로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나왔습니다.” yshong@hankyung.com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약력 : 부산고, 서울대 의대 졸업(의학 박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안철수연구소 대표. 단국대 의대 학과장. 제18대 대통령 후보. 제19·20대 국회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 후보. 국민의당 대표(현).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5호(2020.02.24 ~ 2020.03.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