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저성장 시대…'사상 최대 매출' 비결은]-사상 최대 매출 기업④ 신세계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온라인 유통 채널의 공세에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를 말하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전부터다. 백화점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온라인 채널에 익숙해진 고객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입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함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백화점업계의 위기의식이 깊어지는 시기에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이끌어 낸 신세계의 경영 전략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2019년 신세계의 매출은 6조3937억원으로 전년 대비 23.3% 증가했다. 2011년 이마트와 분할한 후 사상 최대 실적으로 매출이 6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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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백화점 ‘성장 두 축’


지난 2월 7일 국내 백화점업계 최초로 단일 점포 기준으로 ‘연매출 2조원 돌파’의 기록이 탄생했다. 다름 아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다. 강남점뿐만은 아니다. 영등포점·부산 센텀시티점·대구점·광주점 등 신세계의 놀라운 매출 성장 뒤에는 ‘지역 1번점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지역 1번점 전략은 신규 점포를 무리하게 확대하기보다 백화점을 대형화·복합화·고급화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백화점을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매장의 규모만을 ‘대형화’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기 위한 ‘문화 콘텐츠’ 혹은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신세계는 꽤 오래전부터 지역 1번점 전략을 추진해 왔다. 2005년 신세계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본점부터 ‘변화’를 시작했다. 신세계 갤러리와 다목적 문화 공간인 신세계 문화홀을 갖춘 신관을 열었다. 세계 미술계 거장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조각 공원 트리니티 가든도 조성했다. 2006년 8월에는 광주점을 패션스트리트와 이마트를 결합한 복합 타운으로 만들었다. 2007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인 부산 센텀시티점을 오픈해 부산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도록 했다. 특히 센텀시티점은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인 해운대와 인접해 있어 여름휴가철 부산 지역 외에서 오는 원정 고객이 전체 고객 중 45%에 달할 정도다.

‘국내 최초 단일 점포 매출 2조원’을 이뤄낸 신세계 강남점은 2016년 ‘서울 최대 규모 프리미엄 백화점’을 표방하며 신관 증축과 전관 리뉴얼에 돌입했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기존 브랜드 위주의 매장 구성을 상품 위주의 체험형 매장 형태로의 변화다. 실제로 리뉴얼 이후 강남점의 명품 매출 비율은 약 40%까지 치솟아 일반 점포 평균(10%)의 4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신세계는 2019년 10년 만에 리뉴얼을 단행한 영등포점을 새롭게 선보였다. 영등포점은 업계 최초로 건물 한 동 전체를 생활 전문관으로 꾸미고 초고가 수입 브랜드를 비롯해 최고 수준의 매장을 구성, 20~30대 젊은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신세계가 꾸준히 ‘지역 1번점 전략’을 추진해 오는 과정에서 특히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명품 전략’이다. 최근 국내 명품 시장에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주요 구매층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정확하게 파고든 것이다. 신세계는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3대 명품’을 비롯해 현대 120여 개 명품 브랜드가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중에서도 루이비통·구찌·프라다·발렌티노는 남성·여성·슈즈 매장을 국내 백화점 중 유일하게 신세계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가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백화점’으로서의 이미지를 공고하게 굳히며 이제는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진출을 위해 가장 먼저 입점을 고려하는 백화점이 된 것이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세계는 소비 양극화에 따른 명품 시장 성장의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다”며 “업계 평균 해외 명품의 매출 비율이 23.5%인데 비해 신세계는 이 비율이 30%대 중반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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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마음 사로잡은 ‘명품 백화점’


‘명품 브랜드’에 집중한 전략은 신세계의 면세점 실적에도 고스란히 연결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대표적으로 신세계면세점 명동 본점은 2019년 에르메스 매장을 추가하며 루이비통·샤넬과 함께 세계 3대 명품 브랜드의 구성을 갖췄다. 현재 시내 면세점 가운데 이 3개 브랜드 매장을 모두 보유한 곳은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신라면세점 장충점 정도다. 후발 면세점들 가운데서는 신세계면세점이 유일하다. 실제로 작년 한 해에만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매출이 전년 대비 45.9% 뛰어오르며 신세계의 사상 최대 매출 달성의 발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형화’와 ‘고급화’를 중심으로 백화점과 면세점의 견고한 매출 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화장품과 패션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사업 호조도 든든한 뒷받침이 됐다. 패션과 화장품 부문이 모두 고른 성장을 보였지만 그중에서도 화장품 부문의 매출(전년 대비 37.0%)이 패션 부문(24%)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여 눈길을 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국내 최초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인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인수 후 5년 동안 꾸준히 적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 브랜드 화장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그러는 와중에 ‘비디비치’가 유커(중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서 품질 좋은 화장품 브랜드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2012년 19억원에 불과했던 비디비치의 매출은 2019년 2400억원에 달할 만큼 가파르게 성장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의 성공 신화를 지속적으로 이어 가기 위해 화장품과 패션 사업 부문에 자체 브랜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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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매출 기업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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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5호(2020.02.24 ~ 2020.03.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