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NEY 비트코인]-논란은 발전과 경쟁의 자양분…모두에게 열린 ‘오픈 소스’의 강점
서로 복제하고 비방하며 성장하는 블록체인 생태계
(사진)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오라클과의 지식재산권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한경비즈니스 = 김성호 해시드 파트너] 얼마 전 중국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프로젝트 디포스(dForce)가 미국의 대표적인 디파이 렌딩 서비스 컴파운드의 코드를 훔쳤다는 저작권 논쟁이 불거졌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디파이 프로토콜인 디포스는 요즘 중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프로젝트다. 미국의 디파이 프로젝트들은 서로 다른 스마트 콘트랙트를 사용,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성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디포스는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후오비와 중국무역은행의 지지를 받으며 지금까지 나온 모든 종류의 디파이 프로토콜을 한데 모아 출시했다.

디포스의 렌딩 서비스인 렌드프닷미(Lendf.Me)는 2019년 8월 출시돼 디파이 랭킹 서비스인 디파이펄스(Defipulse)에 아직 등록되지 않았지만 전체 담보 금액을 기준으로 10위 안에 들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런 디포스가 갑자기 지식재산권 문제에 휘말리게 됐을까.

◆미국 중심 컴파운드 vs 중국 중심 디포스


컴파운드는 앤드리슨호로위츠·베인캐피털·폴리체인캐피털과 같은 미국의 저명한 투자자들에게 2019년 큰 규모의 투자를 받은 프로젝트다.

로버트 레스너 컴파운드 최고경영자(CEO)는 렌드프닷미가 컴파운드 첫째 버전의 코드를 완전히 복사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렌드프닷미의 코드와 컴파운드의 코드는 오픈 소스로 공개돼 있기 때문에 둘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이 둘을 비교해 보면 꽤 많은 부분이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렌드프닷미의 스마트 콘트랙트 코드 654번 줄을 보면 ‘머니마켓 이즈 더 코어 컴파운드 머니마켓 콘트랙트(MoneyMarket is the core Compound moneyMarket contract)’라는 문구가 나온다.

렌드프닷미의 코드에서 ‘컴파운드’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을 보면 디포스의 개발자가 컴파운드의 코드를 복사해 사용했을 것이라고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런 지적이 있은 후 민하오 양 디포스 CEO는 컴파운드의 코드를 가져왔고 이 코드는 오픈 소스이며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라이선스에 의해 허가됐다는 것을 알리는 주석을 렌드프닷미의 스마트 콘트랙트 코드 말미에 붙였다. 그리고 양 CEO는 컴파운드가 지식재산권에 이렇게 민감한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이에 대해 커뮤니티에서는 양쪽의 의견 차이에 대해 열띤 토론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논란에서 독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오픈 소스 프로젝트 아닌가. 오픈 소스 프로젝트는 누구든지 가져다 쓸 수 있고 이를 바꾸고 재생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실제로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코드를 조금 바꿔 메인넷을 론칭했고 지금도 수없이 많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오픈 소스의 정의는 ‘소스 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특별한 제한 없이 그 코드를 보고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라이선스를 만족하는 소프트웨어’다. 오픈 소스를 통해 다양한 사람이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를 자유롭게 읽고 재배포와 개조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한 사람 혹은 단일 조직이 개발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레스너 CEO는 컴파운드의 코드를 검토하거나 감수할 수 있지만 이것을 자유롭게 가져가 재배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양 CEO는 오픈 소스 정신은 서로 복제하며 빠르게 발전해 나가는 것이며 오픈 소스에 대해 지식재산권을 주장하는 것은 시대에 뒤처진 행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픈 소스 라이선스’가 존재한다. 오픈 소스라고 해서 이 2 소스 소유권에 대한 권리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픈 소스를 어떻게 복사해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매우 판단하기 어렵다. 위의 경우처럼 주석까지 복사한 경우에는 그래도 찾아내기 내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코드는 같은 기능을 하면서 얼마든지 다르게 개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코드가 정확하게 복사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비슷한 시점에 유사한 아이디어로 개발한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그래서 보통의 경우는 이렇게까지 논란의 중심으로 번지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번 경우에는 컴파운드가 비즈니스와 마케팅적인 목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노이즈를 이용해 컴파운드가 원조 렌딩 서비스이고 렌드프닷미는 이를 복제한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더 쌓아올리는 것이다. 현재까지만 보면 서구권 커뮤니티에서 이 방법은 아주 잘 통했던 것 같다.

◆지식재산권보다 시장 선점이 성장의 핵심


소프트웨어의 무단 복제는 이전부터 이뤄져 왔다. 흥미로운 점은 법원에서 승리한 기업보다 시장에서 승리한 자가 생존해 왔다는 것이다.

2005년 구글은 인수한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기본 언어로 자바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오라클에 지식재산권 문제로 피소 당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8년간의 재판을 통해 구글은 오라클에 패소하며 90억 달러(약 10조70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배상하라는 평결이 나왔다.

하지만 구글이 2005년 자바를 선택한 덕분에 빠르게 개발자들을 흡수할 수 있었고 지금 안드로이드 플랫폼은 구글이 모바일 시대에서도 굳건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특정 분야의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향후에 있을 지식재산권 분쟁을 조심하기보다 빠르게 서비스를 개시한 후 고객들을 더 많이 확보해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적 선택을 많이 한다.

블록체인 시장에서는 오픈 소스, 오픈 커뮤니티가 생명이다. 이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복제하며 커뮤니티를 확장해 나간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자신이 원조라며 서로를 비방하고 그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많은 흔적들을 미디어를 통해 남기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런 논란들은 커뮤니티에 더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논란은 끊임없는 발전과 경쟁으로 재탄생한다. 이런 개방되고 건강한 경쟁은 결국 더 좋은 서비스가 개발되는 자양분이 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5호(2020.02.24 ~ 2020.03.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