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수도 없는 마흔 살…행복한 이기주의자로 삶의 의미 찾아라
[서평] 무력감과 상실감에 빠진 이 시대 중년들의 우울과 고독
◆다, 괜찮다 : 다르게 살아도, 어떤 모습이어도
이의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6000원


[한경비즈니스= 마현숙 한경BP 편집자 ] 베스트셀러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를 통해 중년의 애환과 슬픔, 회한과 아쉬움을 다독여 준 저자 이의수 씨가 이번에는 쉴 틈 없이 달려온 그들의 삶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괜찮지 않은 삶의 무게에 공명한다. 중년이라는 이름 앞에서 겪는 상실은 중년이기에 더 아프다.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 그렇다고 늙지도 않은 중년이라는 나이의 한복판에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허둥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실의 경험은 우리에게 인생의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아픈 회초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책은 ‘어떻게 인생을 변화시킬까’, ‘어떻게 해야 남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 수 있을까’와 같은 충고가 아니다. 지금까지 당신의 삶은 괜찮았다고, 괜찮아질 것이라고, 지금 당장은 괜찮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 역시 괜찮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저자가 전하는 가슴 시린 사연과 그 극복 과정은 여전히 나이 몸살을 앓고 있는 중년들에게 인생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20대에는 30대가 되면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여긴다. 30대에는 40대가 되면 모든 것을 포용하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40대가 되고 50대가 돼도 중년은 여전히 불안하고 흔들린다. 여전히 아프다. 어쩌면 중년이기에 더 아픈지도 모른다. 이제는 더 이상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말할 수 없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모색하고 도모하기가 쉽지 않다. 더 이상 젊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 사회가 주는 압박감, 무력감과 상실감이라는 인생의 무게를 짊어진 중년들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삶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 책에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가족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 여전히 방황하고 갈등하고 화해하지 못한 중년들의 많은 사연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 수많은 사연을 통해 어떻게 하면 행복한 중년을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한다. 저자는 중년의 인생이 힘들고 고달픈 이유를 그들의 내면에서 찾는다. 혹시 자신이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고 인생의 실패자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불안과 두려움에 미래를 저당 잡힌 것은 아닐까. ‘나이’를 내세워 새로운 삶에 대한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이런 자기 불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통렬하게 후회하고 진심으로 다시 시작한다면, 그 안에 자신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 자리 잡고 있다면 어떤 모습이어도, 어떻게 살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과거와 미래가 아닌 지금을 사는 일이다.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할 것, 나를 위로하고 격려할 것, 감정 표현에 익숙해질 것, 진심으로 후회할 것, 용서할 것, 공감 능력을 키울 것. 저자가 제시하는 상처의 치유 방법은 자신을 모조리 바꾸는 계발이 아니라 자기 내부의 힘을 믿고 따르는 ‘작은 전환’이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부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알아채지 못했던 자기 내부의 가능성을 꺼내 펼쳐보라는 것이다.

사회적 성공, 경제적 풍요, 다른 사람의 인정에 목말라 하지 말고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돼 자신이 행복한 일, 자기가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행복해야 남을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행복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맑은 날씨가,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친구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스팔트를 뚫고 나온 풀 한 포기가, 때로는 시원한 공기가, 가족들이 보내는 신뢰가, 어느 날은 잘 내린 커피 한잔이 행복일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5호(2020.02.24 ~ 2020.03.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