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0 파워 금융인 30]
- 철저한 성과주의·초대형 점포 전략 성공
[파워 금융인 30]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보험업계 ‘판’을 바꾸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김용범호(號)’의 질주가 멈출지 모른다. 업황 부진에 빠진 손해보험업계에서 메리츠화재만 ‘나 홀로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28.4% 증가한 301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조469억원, 영업이익은 3528억으로 전년보다 각각 13.4%, 1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래 수익의 핵심 지표인 장기인보장 신계약 매출이 전년보다 38% 증가한 1695억원을 달성해 2년 전인 2017년(776억원)보다 2배 이상 불어났다.

이에 따라 메리츠화재는 13개 손보사의 전체 원수 보험료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10.1%를 달성했다. 메리츠화재 시장점유율이 10%를 넘어선 것은 전자 공시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조회할 수 있는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메리츠화재의 성장세는 최근 5년간 독보적이다. 2015년 7.9%였던 시장점유율은 2016년 8.1%, 2017년 8.5%로 증가했고 2018년엔 9.2%를 기록했다. 점유율 증가 폭이 0.2%포인트에서 0.4%포인트, 0.7%포인트, 0.9%포인트로 지속적으로 오른 것이다.

◆ 효율화 전략으로 체질 개선 ‘성공’
[파워 금융인 30]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보험업계 ‘판’을 바꾸다
메리츠화재의 성장은 김용범(57) 부회장의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 부회장은 삼성화재·삼성투신운용·삼성증권 등을 거친 삼성맨 출신이다.

2011년 메리츠종금증권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된 이후 메리츠화재·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종금증권 대표를 거친 메리츠금융그룹의 대표적인 전문 경영인이다.

2015년 메리츠화재 사장으로 발탁된 이후 공격적인 영업 방식을 통해 메리츠화재의 실적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렸다.

철저한 성과주의 경영 전략 아래 과감한 인력 감축으로 비용을 줄이고 초대형 점포를 통한 효율화 전략을 밀어붙였다. 기존 12개 지역본부와 119개 지점을 폐쇄하는 등 조직 체계를 단순화해 비용 부담을 대폭 줄였다.

그 대신 법인보험대리점(GA) 형식의 사업가형 점포를 도입한 뒤 설계사들에게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장기인보험 시장 강화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김 부회장은 취임 이후 매출·영업이익·순이익 증가세가 매년 이어지며 구조 조정 전략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부회장이 인력과 조직 구조 조정에만 몰두한 것은 아니다. 보험업계의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바꾸는 노력도 병행했다. 대면 보고와 문서 작성의 80%를 줄이고 정시퇴근 캠페인을 통해 ‘일과 저녁이 있는 삶’을 함께 추구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례적이고 늘어졌던 회의를 30분 회의를 통해 간결하고 목적이 분명한 회의로 탈바꿈시켰다. 모든 정보와 데이터 공유를 통해 부서 간 협업을 강화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 경영 목표로 ‘고객 집중’을 내세우고 “우리 회사의 생존과 번영은 오로지 고객에게 달려 있다”며 “경쟁사만 바라보다가 고객을 놓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극단적 합리주의, 오로지 돌격(offense), 극한의 비용 절감’이라는 기본 3원칙을 전사적 과제에서부터 일상의 작은 업무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6호(2020.02.29 ~ 2020.03.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