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0 파워 금융인 30]
- 흔들림 없는 ‘인재 경영’
[파워 금융인 30]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2005년 계열분리 후 20배 성장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메리츠금융지주 총자산이 61조원(2019년 말 기준)을 돌파했다.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될 당시 총자산은 3조3000억원(메리츠화재 2조6000억원, 메리츠종금증권 7000억원)에 불과했지만 1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20배가 성장했다.

임직원들의 피나는 노력, 전문 경영인들의 탁월한 경영 능력이 돋보였지만 그룹 수장인 조정호(62)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안목과 인재 사랑 그리고 철저한 성과 보상이 빛을 발한 결과라는 평가다.

조 회장은 창업자인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4남 1녀 중 막내아들이다. 2002년 조 창업자가 세상을 떠난 후 조 회장은 한진그룹 계열 분리 과정에서 규모가 가장 작은 금융 분야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손해보험과 증권 분야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키워 내는 데 성공했다.

그가 금융업을 경영하게 된 계기는 커리어와 무관하지 않다. 1983년 대한한공 구주지역본부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6년 뒤인 1989년 한일증권(한진투자증권 전신)으로 적을 옮겼다. 이후 동양화재와 한진투자증권을 오가며 한진그룹 내 금융 계열사에서 꾸준히 전문성을 쌓았다.

◆ CEO에게 맡기고 직급 불문 성과 내면 보상
[파워 금융인 30]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2005년 계열분리 후 20배 성장
창립 초 증권과 보험이 전부였던 메리츠금융지주는 이제 6개 계열사를 품은 지주사가 됐다. 조 회장은 2007년 화재·증권·종금을 포함한 메리츠금융그룹을 출범시켰다. 이후 2008년 메리츠자산운용, 2010년 메리츠종금증권도 설립했다.

2011년에는 메리츠화재에서 인적 분할해 메리츠금융지주를 설립했고 이후 메리츠캐피탈 설립(2012년), 아이엠투자증권 편입(2014년), 메리츠대체투자운용 설립(2016년) 등이 이어졌다.

국내 최초로 보험 지주사인 메리츠금융지주가 설립되면서 메리츠금융그룹은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연결 기준 자산은 2012년 16조8600억원에서 2019년 61조7600억원으로 6년 동안 무려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 2월 말 자산 기준 재계 순위도 5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고성장 비결은 조 회장의 ‘인재를 보는 안목’이 있기에 가능했다. 우수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한 뒤 이들을 믿고 사업을 맡기는 것이다.

조 회장이 경영 관련 의사 결정을 직접 하는 일은 많지 않다. 대규모 투자 등 큰 사안에 국한된다. 일상적인 것은 전문 경영인 전결 규정에 따라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지고 진행한다. 몇 천억원짜리 투자가 사후 보고로 진행된 것도 많다. 또한 조 회장은 필요한 인재라면 반드시 영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조 회장의 리더십 중 돋보이는 것은 성과를 낸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점이다. 일례로 메리츠종금증권은 기존에 고정급은 높고 성과급이 낮은 임금 체계 대신 성과에 따라 수익의 절반을 인센티브로 되돌려 주는 임금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성과가 있는 곳에 파격적으로 보상하라’는 조 회장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6호(2020.02.29 ~ 2020.03.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