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통합법인 출범 점유율 턱밑 추격
-롯데, 업계 유일 ‘풀 라인업 서비스’ 강화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과연 롯데의 독주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가 올해 렌터카업계의 최대 화두다. 그간 렌터카 시장을 주름잡았던 롯데렌탈(롯데렌터카)에 필적할 만한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SK렌터카다. SK네트웍스는 올해 1월 1일부터 자사의 렌터카 사업부문(SK렌터카)과 2019년 인수했던 AJ렌터카를 하나로 합친 통합 별도 법인 ‘SK렌터카’를 공식 출범시켰다.
새롭게 돛을 올린 SK렌터카는 규모나 점유율 측면에서도 롯데렌탈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자연히 SK렌터카가 통합의 ‘시너지’를 발휘해 오랜 기간 렌터카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해 온 롯데렌탈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매년 20% 성장’ 렌터카 시장 잡아라…롯데렌탈 vs SK렌터카 ‘한판 승부’
SK네트웍스가 AJ렌터카를 인수한 것은 지난해 1월이다. 지분 42.24%를 3000억원에 인수하며 AJ렌터카를 손에 쥐게 됐다. 차를 구매하는 대신 빌려 타기를 원하는 소비자가 매년 빠르게 늘어나는 것에 발맞춰 급격하게 성장 중인 렌터카 시장을 잡기 위한 결정이었다.

인수를 결정할 당시 AJ렌터카의 시가총액은 약 3300억원이었다. 이를 감안할 때 대략 42% 지분에 대한 가치는 1400억원 정도였다. 지분 가치를 뛰어넘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지불하며 AJ렌터카를 인수한 것이다.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렌터카 시장에서 최강자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과감하게 ‘베팅’했다.

◆AJ렌터카 인수 뒤 운영 방식 고민


실제로 렌터카 시장 규모는 예상보다 더 급격하게 커지는 추세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는 매년 국내 렌터카 업체를 대상으로 등록 대수(인가 대수)를 취합하고 있다. 그 수를 살펴보면 2008년 약 20만 대였던 국내 렌터카는 2018년 85만 대로 약 4배 증가했다.

2018년까지 5년간 연평균 18.1%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간의 증가세를 감안할 때 지난해에는 100만 대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렌터카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아진 셈이다.
‘매년 20% 성장’ 렌터카 시장 잡아라…롯데렌탈 vs SK렌터카 ‘한판 승부’
SK네트웍스가 렌터카 시장에 첫 진입한 것은 2009년이다. 일찌감치 성장성을 주목하고 뛰어들었다. 후발 주자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꺼내들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업계 최초의 초기 보증금이 없는 장기 렌터카 출시, 전기차 렌터카 상용화, 법인 고객들의 효율적 차량 관리를 돕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스마트 링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파악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 끝에 매년 20% 가까이 성장했고 그 결과 2017년 업계 2위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바로 롯데렌탈이 운영 중인 롯데렌터카였다. 규모에서부터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2017년 상황을 놓고 보면 롯데 렌터카는 자체적으로 약 17만 대가 넘는 차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렌터카 시장에서 2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규모의 경제’를 구축했고 그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당시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신규 사업자들도 우후죽순 렌터카 사업에 도전하며 자연히 경쟁이 심화됐다. 기존 업체들은 매출 부진에 직면했다.

하지만 롯데렌탈만은 예외였다.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계속 1위 사업자의 자리를 유지한 덕분에 꾸준하게 양적·질적 성장을 이어 갔던 것이다.

SK네트웍스 역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2017년 업계 2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꺾인 시기였다.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찰나 예상하지 못한 기회가 생겼다. 때마침 수익성 악화로 부진을 겪던 업계 3위 AJ렌터카가 매물로 나온 것이다. 인수에 성공만 한다면 단번에 차량 수나 점유율에서 롯데렌탈을 따라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매년 20% 성장’ 렌터카 시장 잡아라…롯데렌탈 vs SK렌터카 ‘한판 승부’
그렇게 SK네트웍스는 반등을 위해 100%가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지불하며 2019년 1월 AJ렌터카 인수를 마무리했다.

양 사가 합쳐진 지 어느덧 1년의 시간이 지난 가운데 ‘진검 승부’는 올해 비로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는 AJ렌터카를 인수한 뒤 어떤 방식으로 렌터카 사업을 운영할지에 대해 구상해 왔다.

통합 이후에도 그간 별다른 행보를 펼치지 않은 이유다. 약 1년간 SK렌터카와 AJ렌터카를 분리한 채 기존의 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2강 체제 전환


특히 양 사를 통합하게 되면 둘 중 하나의 브랜드가 사라져야 하는 상황인 만큼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AJ렌터카는 1988년 국내에서 최초로 렌터카 사업을 시작한 만큼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고 충성 고객들도 많다. 이에 따라 계속 각각의 브랜드를 유지한 채 따로 운영을 이어 가는 것도 고려했었다.” SK렌터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렇게 가다간 당초 노렸던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고 마침내 지난해 11월 주총에서 양 사를 합치기로 결정했다.

새롭게 출범한 SK렌터카는 롯데렌탈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3분기 기준) 렌터카업계 시장점유율은 롯데렌탈이 23.4%로 1위였다. SK네트웍스가 11.7%로 2위, AJ렌터카가 9.0%로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두 회사가 합쳐지면 합산 점유율은 20.7가 돼 롯데렌탈과 엇비슷해진다. 보유한 차량 대수(2019년 12월 기준) 역시 20만 대로, 롯데렌탈(약 22만 대)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서게 됐다. 1강 체제였던 렌터카 시장이 사실상 2강 체제로 재편된 셈이다.

게다가 기대했던 시너지도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SK네트웍스는 개인 장기 렌터카 부문에서, AJ렌터카는 단기 렌터카 부문에서 각각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1년 이상 자동차를 빌리면 장기 렌터카, 그 이하는 단기 렌터카로 분류한다.

양 사가 통합하며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한 규모의 경제를 이뤄낸 만큼 차량 정비와 보험에서 발생하는 고정비 지출 감소와 함께 지점 통합에 따른 운영 효율성까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SK그룹 차원에서도 막강한 힘을 실어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SK는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모빌리티’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매년 20% 성장’ 렌터카 시장 잡아라…롯데렌탈 vs SK렌터카 ‘한판 승부’
김재윤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렌터카가 모빌리티 사업에 주목하고 있는 SK그룹의 유일한 모빌리티 기반 사업이 될 것”이라며 향후 성장성에 주목했다.

SK렌터카는 현재 새로운 통합 법인에 적합한 내부 조직을 구축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기존에 SK네트웍스가 사용하던 삼성동 사옥에 AJ렌터카 소속이었던 직원들이 들어와 하나의 조직으로 재탄생했다.

목표는 단연 업계 1위 달성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을 파악하고 고객 요구에 걸맞은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해 롯데렌탈을 넘어선다는 전략이다.

◆업계 판도 변화에 귀추 주목


물론 롯데렌탈 역시 순순히 추월을 허용할 리 없다. 오랜 기간 1위를 지켜오며 이미 경쟁사보다 많은 충성 고객을 확보한 상태인 만큼 다양한 서비스에 주력하며 ‘렌터카 제왕’의 자리를 이어 갈 계획이다.

특히 아직까지 렌터카 상품 구성에서만큼은 롯데렌탈이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내부적으로는 국내 렌터카 업체 중 유일하게 차량과 관련한 ‘혁신적인 풀 라인업 서비스’를 구축한 것을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주력 사업인 렌터카는 고객의 차량 필요에 따라 단기 렌터카, 신차·중고차 장기 렌터카는 물론 월간 렌터카, 운전사를 포함한 렌터카와 같은 이색적인 서비스를 마련하며 고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카셰어링(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 중이기도 하다. 롯데렌탈은 2013년 그린카를 인수하며 승차 공유 시장에 뛰어든 바 있다.

이 밖에 고객이 타던 렌터카가 계약이 끝나더라도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인수하는 서비스, 고객이 차량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내 차 팔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내 차 팔기 서비스는 전문 평가사가 차량이 있는 곳까지 직접 방문해 차량의 시세를 매겨주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그간 축적한 고객들의 렌터카 이용 방식이나 시간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향후에도 여러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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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6호(2020.02.29 ~ 2020.03.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