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탈TV 시대 속 단독 브랜드 강화·모바일 콘텐츠 차별화
-충성 고객 확보해 성장 동력 마련
롯데홈쇼핑, 롯데 유통 계열사의 ‘숨은 진주’로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들이 업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다. 유통업 전반의 부진 속에서 취급액 기준 1위인 GS홈쇼핑이 영업이익 하락을 기록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롯데홈쇼핑은 2019년 매출 9870억원, 영업이익 120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보다 각각 8.6%, 21.4% 증가한 수치다. 국내 소비 경기 부진과 쇼핑 트렌드 변화라는 어려움 속에서 유통 주요 계열사들이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반면 매출이 늘어난 곳은 롯데백화점과 롯데홈쇼핑 두 곳뿐이었다.

특히 그동안 백화점·마트·슈퍼 등 롯데쇼핑 내 주력 사업부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롯데홈쇼핑이 좋은 실적을 거두면서 롯데쇼핑 내 ‘숨은 진주’로 부각되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달라진 위상 변화는 2019년 12월 단행된 ‘2020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이미 감지됐다.

롯데그룹이 인적 쇄신을 위해 주요 사업 수장들을 교체한 가운데 롯데홈쇼핑을 이끄는 이완신 사장을 계열사 대표로는 유일하게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켰기 때문이다. 승진 배경은 단연 실적이었다. 홈쇼핑의 업황 부진 속에서도 자체 패션 브랜드와 모바일 커머스를 강화한 전략이 주효했다.

◆ 영업이익 전년 대비 21.4% 늘어나

지난해 롯데홈쇼핑은 단독 브랜드 강화를 통한 상품 경쟁력 확보, 모바일과 방송 콘텐츠 강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업 전반에 혁신을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DT)으로 미디어 커머스 사업 확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018년 11월 선포한 중·장기 비전인 ‘퍼스트 앤드 트루 미디어 커머스 크리에이터’ 추진의 일환이다. 혁신 전략으로 2025년까지 국내를 넘어 글로벌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미다.
롯데홈쇼핑, 롯데 유통 계열사의 ‘숨은 진주’로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3월 콘텐츠개발부문(현 상품개발부문)을 신설해 패션을 중심으로 리빙·식품 등 프리미엄 단독 상품 개발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LBL(Life Better Life)’, ‘라우렐’, ‘조르쥬 레쉬’, ‘다니엘에스떼’, ‘데렉 램’ 등 단독 패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2019년 롯데홈쇼핑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1·2위는 단독 패션 브랜드인 라우렐과 LBL이 나란히 꼽혔다. 지난해 2월 선보인 독일 브랜드 라우렐은 현재 누적 주문금액 820억원 이상, 주문 건수 110만 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자체 패션 브랜드로 2016년 론칭한 LBL은 캐시미어 등 최고급 품질의 단독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선보이며 충성 고객을 늘리고 있다. LBL은 올해 론칭 4년 차를 맞아 ‘만조니24’, ‘에르메네질도 제냐’ 등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최고급 원단을 내세우며 소재 중심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차세대 디자이너로 꼽히는 데렉 램 디자이너의 패션 브랜드를 단독 론칭했다. 램 디자이너는 특히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였던 미셸 오바마를 비롯해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다. 그뿐만 아니라 20~30대 고객을 겨냥해 젊은 층이 선호하는 패션 브랜드인 질바이질스튜어트·블랙마틴싯봉 등도 차례로 론칭할 예정이다.

◆ DT본부 신설, ‘콘텐츠’ 대폭 강화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 옷은 싸다’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명품과 견줘도 손색없는 최고급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품질과 가성비라는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고객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도 최고급 소재와 유명 디자이너 협업 등을 통한 패션 고급화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TV 시대’에 접어들면서 모바일 취급액이 방송 취급액을 역전하는 추세에 따라 롯데홈쇼핑은 신성장 동력인 미디어 커머스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9년 1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본부를 신설하고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서비스와 차별화된 모바일 콘텐츠 개발에 집중했다.

그 결과 새로운 정보기술(IT)과 쇼핑을 접목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대거 탄생했다. 지난해 4월 론칭한 모바일 생방송 전용 채널 ‘몰리브(MOLIVE)’가 대표적이다. 이후 가상 매장에서 다양한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핑거쇼핑’,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무빙AR’, ‘VR스트리트’ 서비스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차별화된 모바일 콘텐츠 덕분에 전체 취급액 중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율이 35%로 전년 대비 15.9% 성장했다.

9월부터는 DT본부 산하의 DT 부문을 업무 중심으로 6개의 셀(cell) 조직으로 개편해 실행력과 효율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기업인 구글과 IBM 등이 주로 적용하고 있는 조직 운영 방식이다.


[돋보기]

-‘변방에서 주류로’ 롯데홈쇼핑 체질 개선 이끈 이완신 사장
롯데홈쇼핑, 롯데 유통 계열사의 ‘숨은 진주’로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은 롯데홈쇼핑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그는 롯데홈쇼핑의 혁신을 주도하면서 수익성 달성과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

특히 취임 첫해인 2017년 당시 롯데홈쇼핑은 그룹 총수의 법정 구속과 전임 사장의 법적 리스크로 한창 어수선한 때였다. 이 같은 위기 속에 부임한 이 사장은 ‘준법 경영’과 ‘동반 성장’을 최우선 경영 방침으로 내걸고 대대적인 조직 쇄신에 나섰다.

먼저 대표이사 직속의 준법지원부문(현 준법경영부문)을 신설하고 윤리 경영과 공정 거래, 방송 규정과 심의 준수를 강조했다. 당시 임직원들은 쇄신 의지를 다지기 위해 명함에 ‘준법 경영’이라는 문구를 새겨 넣고 다니기도 했다.

정부 인허가 사업인 홈쇼핑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5년에 한 번씩 사업 재승인을 받지만 롯데홈쇼핑은 방송통신위원회 경고와 전임 사장의 방송법 위반 등 형사 소송과 업무 정지 처분으로 승인 유효 기간이 3년으로 결정됐다.

이 사장의 체질 개선 노력에 힘입어 롯데홈쇼핑은 2018년 5월 1000점 만점에 668.73점을 획득해 가까스로 재승인 관문을 통과한 바 있다. 재승인 통과 이후 현재까지도 파트너사와의 상생을 위해 동반 성장 펀드, 중소기업 무료 방송·재고 소진 프로그램, 스타트업 육성, 코리아 브랜드 엑스포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 3월 부임한 이 사장은 1987년 롯데쇼핑에 입사한 ‘정통 롯데맨’이다. 2001년 백화점사업부 여성의류팀장을 거쳐 안양점장·강남점장·노원점장·부산본점장·서울본점장 등을 거쳐 30년 이상을 백화점에서만 근무했다. 2014년부터 마케팅부문장을 맡았다.

그룹 내에서는 현장 경험과 마케팅 역량을 두루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뛰어난 아이디어로 롯데백화점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 창립 이후 최초의 브랜드 슬로건이었던 ‘러블리 라이프(Lovely Life)’를 만들었다.

특히 2014년 대형 러버덕을 석촌호수에 띄우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로 이슈를 모았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업계 최초로 ‘롯데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진행했고 2016년에는 코리아세일페스타를 기념해 역대 최대 금액인 11억원 규모의 경품을 내걸어 화제성과 매출 면에서 성과를 냈다.

또 창의적이며 유연한 조직 문화 구축에도 관심이 많다. 직접 직원들과 소통하는 ‘궁금해요 완신님’ 최고경영자(CEO) 소통 간담회를 비롯해 회사 생활에 대한 임직원들의 고민을 접수해 해결하는 ‘헤아림 고충상담센터’를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7호(2020.03.09 ~ 2020.03.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