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트렌드 예측해 모든 신제품 개발에 활용…
-‘도리토스 마라맛’·‘딸기 맛집’ 등 성공사례 잇따라

“올해 히트 제품을 알려줘!”…롯데제과의 AI 비밀병기 ‘엘시아’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최근 제과업계에서 롯데제과가 보여주는 행보는 단연 돋보인다. 수시로 바뀌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경쟁자들보다 빠르게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제과가 이렇듯 신속하게 시장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비결은 업계 최초로 구축한 인공지능(AI) 시스템 덕분이다.

롯데제과는 2018년부터 AI 시스템을 구축해 현재 모든 신제품을 이 시스템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롯데제과가 개발한 시스템의 이름은 바로 ‘엘시아(LCIA : Lotte Confectionery Intelligence Advisor)’다.

최근 ‘디지털 전환’은 모든 기업의 화두이자 과제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롯데제과는 엘시아를 활용해 업무 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시킨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IBM과 협업해 AI 개발


제과업계는 최근 고민이 크다. 신제품을 소비자에게 각인시켜 흥행시키는 것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고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고 싼값과 독특함을 무기로 한 수입 과자의 공세도 거세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롯데제과는 2018년부터 엘시아의 도움을 받아 신제품의 성공 확률을 높여 나가고 있다.

롯데제과 내부에서 엘시아가 하는 역할은 이렇다. 롯데마트와 세븐일레븐 등 롯데그룹 내부의 유통 계열사를 비롯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외식업계 등에서 발생하는 수천만 건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엘시아는 이렇게 모인 이른바 ‘빅데이터’를 고유의 알고리즘으로 분석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미래 트렌드를 예측해 준다. 또 이상적인 조합의 신제품을 함께 추천한다.

이를테면 최근 시중에서 피자가 잘 팔리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엘시아는 단순히 ‘소비자들이 다시 피자에 열광하고 있다’는 추세를 알려주는 것을 넘어 어떤 식감이나 형태로 피자 맛 제품을 출시하면 소비자에게 먹힐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설명해 준다. 이 부분 역시 빅데이터에 근거해 이뤄진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엘시아는 추천한 신제품 조합의 3개월 후 예상 수요량까지 제공한다”며 “신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미리 내다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엘시아를 활용해 신제품 대박을 터뜨린 것은 롯데제과가 지난해 선보인 ‘도리토스 마라맛’이다.

지난해 5월께부터 ‘마라’는 외식업계의 핫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거리 곳곳에 마라 전문점이 우후죽순 들어서던 시기였다. 롯데제과는 엘시아를 통해 마라 열풍이 본격화되기 훨씬 전부터 이런 흐름을 감지할 수 있었고 발 빠르게 관련 제품 출시 준비에 착수했다.

그 결과 마라의 인기가 절정을 향해 달리던 지난해 7월 제과업계 최초로 마라 맛을 입힌 도리토스 제품을 내놓으며 ‘편승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엘시아의 성공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도리토스 마라맛은 출시 직후 한 달에 50만 봉 이상 팔려 나갔다. 이에 힘입어 도리토스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도 전년(약 65억원) 대비 수직 상승해 100억원을 훌쩍 넘기는데 성공했다.

올해도 조짐이 좋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엘시아는 봄을 대표하는 과일인 딸기의 판매가 예년에 비해 급상승하고 있는 움직임을 포착해 냈다. 또 제철(약 3~5월)이 오면 딸기의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함께 도출했다.

롯데제과는 봄을 앞둔 지난 2월 말 자신 있게 ‘딸기 맛집’이라는 콘셉트를 앞세워 ‘초코파이’, ‘몽쉘’, ‘카스타드’ 등 주력 제품 5종에 딸기 맛을 입힌 신제품을 선보였고 인기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각 제품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눈에 띄게 늘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트렌드를 선점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엘시아 덕분에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기업으로도 각계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업무 과정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롯데제과가 AI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던 것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부터다.


◆코로나19 스트레스 반영해 ‘매운맛’ 출시 검토


특히 제과업계는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한계에 직면했다. 계열사 중 가장 먼저 AI를 도입하기로 한 이유다.

그룹의 IT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이 존재하는 만큼 자체적으로 AI 기술을 개발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하지만 이 경우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롯데제과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최고의 AI 기술을 지닌 IBM과 2016년 손잡고 개발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함께 개발을 진행할 AI 관련 태스크포스팀도 꾸렸다.

그리고 약 2년 뒤인 2018년 8월 마침내 현업 부서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엘시아 개발이 완료됐다. 고생 끝에 AI 시스템을 완성했지만 ‘진짜 문제’는 이후부터 나타났다. 특히 새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에 직원들이 낯설어 했다.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같은 프로그램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사용 방법을 알면 누구나 쉽게 쓸 수 있지만 그전까지는 활용하기가 어려운 프로그램이죠.” 김성민 롯데제과 홍보팀 책임자의 설명이다.

내부적으로도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풀지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그간 운영해 오던 AI 태스크포스팀의 해체다.

여기에 소속된 직원들을 현업 부서로 보내 엘시아와 관련된 교육이나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선생님’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들은 엘시아 개발의 전 과정을 지켜본 만큼 사용법에 능숙할 수밖에 없다.
“올해 히트 제품을 알려줘!”…롯데제과의 AI 비밀병기 ‘엘시아’
정민주 롯데제과 책임은 태스크포스팀에서 근무하다 마케팅기획본부로 팀을 옮겼다. 정 책임은 “소속팀 변경 이후 현재까지도 엘시아 관련 교육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 엘시아 사용이 익숙하지 팀원들에게 아이디어만 받아 데이터를 분석하고 도출해 낸 성공 가능성을 리포트 형식으로 담아 전달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각 팀별 업무와 무관하게 약 2주에 한 번씩은 정기적으로 담당 직원이 엘시아가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 트렌드가 무엇인지 파악해 전사적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이때마다 회의를 통해 추후 어떤 제품을 선보일지 논의하며 신제품의 방향을 잡는다.

얼마 전에는 곧 새롭게 내놓게 될 상품의 대략적인 윤곽이 잡히기도 했다.

정유석 롯데제과 마케팅기획담당 매니저는 “최근 엘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매운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커지는 것을 감지했다”며 “내부적으로 다시 한 번 매운맛이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고려한 신제품 출시를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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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히트 제품을 알려줘!”…롯데제과의 AI 비밀병기 ‘엘시아’
-엘시아가 예측한 올해 식품 트렌드는 ‘PLEASSANT’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1호(2020.04.06 ~ 2020.04.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