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1조 클럽 재가입시킨 원동력으로
-스판덱스 세계 시장점유율 10년 연속 1위
나이키·아디다스·언더아머의 사랑 한 몸에…효성의 1등 제품 ‘크레오라’ 스토리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나이키·아디다스·언더아머는 전 세계 스포츠 용품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다. 그런데 이 세 개 브랜드에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바로 일부 기능성 의류 제품에 효성그룹의 첨단 소재 계열사인 효성티앤씨에서 생산하는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효성은 지난해 악화된 경제 환경 속에서도 재도약에 성공했다. 주요 5개 계열사들의 영업이익이 1조102억원으로 집계되며 2016년 이후 약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재가입했다.

효성 관계자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주력 제품들의 실적이 개선된 것이 호실적의 배경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세계 스판덱스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는 크레오라가 1등 공신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효성티앤씨는 크레오라를 앞세워 지난해 영업이익 3229억원을 올리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실적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효성에 따르면 크레오라는 지난해까지 무려 10년 연속 세계 스판덱스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냈다. 스판덱스로 의류를 만드는 글로벌 브랜드들의 러브콜이 매년 이어지고 있다.

◆스판덱스 관련 최고 기술력 확보


스판덱스는 신축성 섬유 소재다. 폴리에스터나 면 소재와 혼용하는 방식으로 의류 생산에 사용된다. 섬유 산업의 반도체로 불릴 정도로 높은 기술을 요구해 진입 장벽이 높다.

스판덱스는 더 많이 늘어나고 빠르게 원상 회복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크레오라는 이런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원래 길이의 5~7배까지 늘어나며 원상 회복률 역시 97%에 달한다.

아무나 쉽게 만들지 못하는 만큼 가격도 비싸다. 옷을 만들 때 사용되는 대표적 원사인 폴리에스터의 kg당 가격은 지난해 기준 약 2달러다. 스판덱스는 kg당 가격이 이보다 약 3배 비싼 6달러 선에서 거래된다. 섬유 소재 시장에서 최고의 ‘고부가 가치 제품’으로 불리는 이유다.

향후 전망도 밝다. 편안한 신축성 원단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영복·스타킹·여성 속옷 등 신축을 요구하는 의류를 넘어 최근에는 청바지에까지 스판덱스가 들어간다.

뻣뻣한 원단으로 만든 옷을 입을 때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수많은 청바지 제조사들이 스판덱스를 넣어 제품을 출시하는 중이다.

이런 스판덱스 시장에서 크레오라는 사실상 경쟁사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크레오라의 세계 스판덱스 시장점유율은 약 30%가 넘는다.

글로벌 스판덱스 제조사인 미국의 인비스타, 중국의 후아펑 등 2~3위 업체와 점유율 격차를 약 10% 이상 벌리며 최강자의 입지를 공고히 다진 상태다.

효성 관계자는 “스판덱스 소재를 사용해 의류를 만드는 거의 모든 글로벌 브랜드에 크레오라가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크레오라는 전체 매출의 약 9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점유율 4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


지금의 영광은 세계 1등 제품을 목표로 한 효성의 ‘투자’와 연구·개발(R&D) 등 과거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효성이 처음 스판덱스에 눈독을 들인 것은 1989년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섬유 산업은 대표적인 ‘사양 산업’ 중 하나로 분류됐다. 하지만 조석래 효성 전 회장은 글로벌 스판덱스 시장이 매년 큰 폭으로 성장 중인 것에 주목했다.

그렇게 최고의 ‘스판덱스 제품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본격적인 R&D에 착수했다. ‘기술로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철학 아래 뚝심 있게 독자 기 술 확보를 목표로 사업을 밀어붙였다.

약 3년간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1992년 세계에서 넷째,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스판덱스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크레오라가 세상에 나온 순간이었다.
나이키·아디다스·언더아머의 사랑 한 몸에…효성의 1등 제품 ‘크레오라’ 스토리
이후에도 효성은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스판덱스 부문에 투자를 이어 갔다. 특히 글로벌 생산 기지 건립에 주력했던 것은 ‘신의 한 수’로 평가 받는다.

어렵게 개발한 스판덱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한계가 있는 내수가 아닌 수요가 넘치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세계 스판덱스 시장은 인비스타의 독무대였다. 지금의 효성처럼 매년 30% 이상의 점유율을 지켰다. 효성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었다.

고민 끝에 효성이 내렸던 결론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당시 조현준 현 회장을 중심으로 ‘C(China·중국)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이를 추진했고 1999년 중국 자싱 지역에 공장 건립을 위한 첫 삽을 떴다. 내부적으로는 크레오라의 1등 신화가 첫발을 내디딘 순간으로 기록된다.

효성은 2001년 중국 자싱 공장 완공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중국 내에 3개의 공장을 지었다. 2008년에는 유럽과 동남아 지역에까지 공장을 세우며 해외 영토를 확장했다.

그 결과 매년 시장점유율을 점차 늘려 나갔고 2010년에는 마침내 인비스타를 밀어내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물론 이 과정에서 품질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R&D 또한 동시에 이뤄졌다. 공급처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여기에 발맞춘 스판덱스 제품을 꾸준히 출시해 온 것이다. 효성은 현재 각각 다른 기능을 가진 총 8가지의 크레오라를 개발해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에 공급하고 있다.
나이키·아디다스·언더아머의 사랑 한 몸에…효성의 1등 제품 ‘크레오라’ 스토리
앞으로의 목표는 점유율을 40%대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중국 다음의 거대 시장인 인도에도 스판덱스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효성 관계자는 “인도의 경우 13억의 인구를 기반으로 매년 경제가 급성장하는 만큼 이를 잘 공략한다면 점유율 40% 달성도 무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효성은 최근 들어 국내외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크레오라 알리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그간 기업 간 거래(B2B)에만 매진하다 보니 세계 1등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 고어(Gore)가 만들며 방수 소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고어텍스’와 비교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크레오라는 올해 기존의 ‘행택(hang tag : 제품 라벨)’을 눈에 띄게 리뉴얼하기로 결정했다. 의류 상품에 달았을 때 잘 어울리도록 한층 시각적인 측면을 강조했고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쉽게 8가지 상품에 알맞은 색상과 주요 기능을 행택에 넣었다.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크레오라를 알릴 예정이다.

효성 관계자는 “영상을 활용한 광고도 곧 선보이며 크레오라의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1호(2020.04.06 ~ 2020.04.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