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국내에선 롯데와 아이스크림 시장 양강 구도 형성
-미국·베트남 등 해외 유통망 활용해 ‘아이스크림 한류’ 견인
‘해태 빙과’ 인수한 빙그레, 수출 확대에서 길 찾는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50년의 역사를 지닌 해태아이스크림의 주인이 빙그레로 바뀐다. 빙그레는 해태제과에서 분사한 해태아이스크림의 지분을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이에 따라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롯데와 빙그레의 양강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는 고착화한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빙그레·해태 모두 ‘윈-윈’ 딜 평가
‘해태 빙과’ 인수한 빙그레, 수출 확대에서 길 찾는다
빙그레는 3월 31일 이사회를 열고 해태제과의 자회사인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위한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해태아이스크림은 해태제과가 지난 1월 아이스크림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신설한 법인이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지분 100% (100만 주)를 1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최종 인수 시기는 실사 등의 세부 사항을 확정한 이후 결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딜이 빙그레와 해태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빙그레는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1위 롯데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고 해태제과는 적자 사업이던 아이스크림 부문 매각을 통해 실적 개선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빙그레의 이번 딜은 그동안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을 기대했던 시장 참여자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기에 충분하다”며 “빙그레가 보유한 현금과 단기 금융 자산이 240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인수에 따른 재무적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빙과 시장은 매년 축소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5년 2조184억원 규모이던 시장은 2018년 1조632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아이스크림을 주로 소비하는 10~20대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아이스커피 등 여름이 성수기인 대체 제품이 증가한 것도 시장 축소 요인 중 하나다.

상시 할인이 고착화한 빙과 시장의 유통 구조도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줬다. 대형마트 등 유통 채널이 사실상 가격 결정권을 갖다 보니 빙과 업체들은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 저가 납품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해태제과의 신용 등급은 ‘A’다. 높은 부채 비율 때문이다. 해태제과는 이번 매각 대금이 유입되면 주요 재무지표를 개선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2894억원 수준이던 순차입금이 약 1700억원대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해태제과는 해태아이스크림을 매각해 적자 규모를 줄이는 대신 고향만두 등 냉동식품과 제과 사업 부문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아이스크림 사업의 적자 규모가 제외되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300억원 수준에 육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완료한 이후 해태의 스테디셀러 브랜드를 앞세워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빙과 시장점유율은 롯데제과(28.6%), 빙그레(26.7%), 롯데푸드(15.5%), 해태(14%) 등의 순이다. 빙그레가 해태 인수를 완료하면 양 사의 합산 점유율은 약 40%로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합산 점유율 44%에 근접하게 된다.
‘해태 빙과’ 인수한 빙그레, 수출 확대에서 길 찾는다
빙그레는 콘 시장 2위 제품인 해태 부라보콘에 특히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부라보콘은 지난해 약 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빙그레가 최근 시장에 안착시킨 슈퍼콘은 지난해 약 18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빙그레는 슈퍼콘과 부라보콘을 앞세워 그동안 취약했던 콘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콘 제품 1위는 롯데제과의 월드콘이다. 지난해 약 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빙그레 관계자는 “슈퍼콘과 부라보콘은 타깃 소비자 층이 다르다”며 “각 제품 특성에 맞는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태아이스크림은 이 밖에 누가바·바밤바·쌍쌍바 등의 스테디셀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빙그레는 인수 이후에도 각자 경영을 기본 원칙으로 내세웠다. 빙그레의 강점인 마케팅 역량과 해태아이스크림의 브랜드 파워를 접목해 시너지를 낸다는 목표다. 물류·생산 인프라의 공유를 통해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계획이다. 해태아이스크림의 지난해 순매출은 약 1500억원 수준이다.

◆‘식품 한류’ 타고 수출 확대 나선다

빙그레는 증가한 아이스크림 제품 라인업을 앞세워 수출에도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국내 아이스크림의 약 70%가 빙그레 제품이다.

미국에서는 특히 빙그레의 메로나가 인기다. 메로나는 1995년 하와이에 처음 수출된 이후 현지 편의점업계 수입 아이스크림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다. 빙그레는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영업과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그 결과 미국 메인스트림 유통 채널인 코스트코에 입점하는 데 성공했다.

빙그레는 미국 내 매출 증가를 위해 2017년 7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현지에서 아이스크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워싱턴 주 밸뷰에 있는 ‘루체른 푸드’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현지 생산에 나선 것이다. 메로나는 미국에서만 연간 1300만 개 이상이 판매된다. 지난해 현지에서 약 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빙그레는 해외 유통망을 활용해 부라보콘과 바밤바 등 해태아이스크림의 주력 제품을 함께 수출하는 등 중·장기 성장 동력인 해외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현지 영업망 등을 공유할 수 있는 만큼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태 빙과’ 인수한 빙그레, 수출 확대에서 길 찾는다
빙그레는 2004년부터 아이스크림을 수출해 온 베트남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는 지난해 10월 호찌민에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영업 및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빙그레는 지난해 약 75억원의 현지 수출 실적을 거뒀다. 이 중 약 80%가 빙과 제품 실적이다. 베트남에서는 붕어싸만코가 특히 인기다. 지난해 약 30억원어치가 팔려 나갔다.

빙그레 관계자는 “포화 상태인 내수 빙과 시장을 넘어 기존에 구축한 유통망을 활용해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메로나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에서 검증된 제품을 수출하면 신제품 개발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면서 훨씬 수월하게 현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2호(2020.04.13 ~ 2020.04.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