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 직원만 본다?...기업 유튜브 성공공식 ②]
-아모레, 한화는 어떻게 기업 유튜브를 성공시켰나
-팀장, 부장 대신 90년대생 막내가...대기업 의사결정 체계 넘어라
직원만 본다? 기업 유튜브 성공 공식 5

그동안 기업은 ‘광고’나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으로 뉴미디어에 대응해 왔다. 기업 유튜브 중 1000만 회를 넘는 폭발적인 조회 수를 보이는 영상은 대부분 광고 대행사가 만든 기업의 광고 영상이다. ‘정보 전달’이 주 내용이던 기업의 자체 제작 콘텐츠는 유튜브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업의 자체 제작 콘텐츠로 유튜브 세계에서 살아남고 선택받은 기업들이 있다. 자체 콘텐츠로 유튜브에서 대박 난 기업들이 수차례의 실험과 실패를 겪으며 알아낸 유튜브 성공 법칙을 요약했다.

◆① 회사 내부에 디지털 콘텐츠의 ‘어벤저스’ 키워라
직원만 본다? 기업 유튜브 성공 공식 5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본사 29층에는 방송국 뺨치는 스튜디오가 존재한다. 영상 장비만 봐도 ‘억’소리가 나온다. 편집실·조정실·메이크업실 등 영상 제작에 필요한 장소도 다 갖췄다.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조직이다. 한화그룹은 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회사 내부 인력만으로 영상을 제작한다.

한화그룹의 유튜브 영상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신제품 하나가 탄생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영상 ‘제작’ 파트와 영상 ‘유통’ 파트가 나눠져 있다.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에 속한 ‘채널H’ 조직이 영상을 제작하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팀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섬네일, 키워드, 유입이 높은 시간대를 분석해 콘텐츠 유통 전략을 짠다.

각 계열사 간 네트워킹도 탄탄하다. 각 계열사 홍보팀에 속해 있는 주재 기자들이 채널H 피디들과 협업해 아이템 발굴과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섭외 등을 돕는다.

한화그룹의 유튜브 채널이 처음부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쉽게 가기 위해 대행사를 찾았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비용과 커뮤니케이션 빈도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오원택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차장은 “개인 크리에이터들은 1주일에 2~3번 영상을 업로드한다”며 “유튜브 플랫폼은 큰돈을 들여 하나의 영상을 만들고 몇 달에 걸쳐 영상 하나를 송출하는 방식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둘째, 한화그룹은 ‘B2B’ 비즈니스가 대부분이었다. 대행사에 사업 내용을 이해시키는 것보다 회사를 잘 아는 내부 인력을 활용하는 게 빨랐다. 계열사 직원들끼리 네트워킹이 탄탄해 시간이나 퀄리티를 따졌을 때 내부에 있는 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게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미래 디지털 콘텐츠를 발굴하고 고민하는 전문 팀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아모레퍼시픽 NGI 디비전 린스타트업 8 TF팀’이다.

이 팀은 조직 내에서 뷰티 콘텐츠를 제작하고 글로벌 유튜브,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로 발신하고 반응을 관찰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 간다. 아모레퍼시픽이 색다른 영상 콘텐츠로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을 수 있던 이유다.

②기업 의사 결정 한계를 넘어라
직원만 본다? 기업 유튜브 성공 공식 5
대기업 유튜브가 성공하기 힘든 이유는 의사 결정 체계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하면 팀장이 ‘이 내용’을 추가하고 상무가 ‘저 내용’을 추가한다. 그렇게 유튜브 문법에 맞는 영상보다 ‘임원’ 입맛에 맞는 영상이 탄생한다.

수많은 대기업이 벤치마킹한 한화TV 역시 처음에는 팀장급의 결재를 받을 때부터 애로를 겪었다. 브이로그 영상을 찍는다고 계열사에 협조를 구하면 ‘이 사람 혼자 카메라 들고 뭐하자는 건데?’, ‘얘 일상을 찍어 어쩌자는 건데?’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계열사에서 먼저 ‘우리 직원 영상 좀 찍어 달라’며 연락이 온다. 다른 기업에서 벤치마킹을 원하는 한화TV의 경쟁력은 ‘의사 결정 구조’다. 한화TV 제작단의 의사 결정 권한은 사원·대리급 실무자들에게 있다.

기획·제작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내면 위에서 ‘리스크’ 요소가 없는지 확인하는 정도다. 한화TV가 성공할 수 있던 ‘브이로그’ 기획도, ‘새벽 배송’ 기획도 1990년대생 막내들이 탄생시켰다.

아모레퍼시픽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린 스타트업 8팀 역시 대기업 의사결정 체계를 뛰어넘은 사내벤처 조직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린 스타트업 제도는 큰 조직에서 하기 힘든 파일럿 형태의 브랜드 운영을 통해 빠른 실행과 빠른 실패를 독려한다. 린 스타트업은 짧은 시간 동안 제품을 만들고 성과를 측정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과정을 반복해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론을 뜻한다.

아모레퍼시픽 린 스타트업 8팀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하느냐 마느냐’ 탁상공론이 아니라 일단 콘텐츠를 시장에 만들어 내놓고 빠르게 반응을 살펴보며 움직이는 게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빙그레TV의 운영자는 사원급 직원이다. 심지어 빙그레가 첫 회사인 유화진 사원이 유튜브 메인 운영을 맡고 있다.

③ ‘누군가’는 본다, 작지만 확실한 수요를 노려라
직원만 본다? 기업 유튜브 성공 공식 5
“처음 영감을 받았던 콘텐츠는 시계를 만드는 고화질 영상이에요. 어느 샌가 편안한 느낌이 들어 멍 때리며 보고 있더라고요.”-아모레퍼시픽 린스타트업 8팀

“한 번은 대학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자신은 파충류 허물을 벗겨 주는 채널을 즐겨 본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검색해 보니 구독자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인기 채널이었어요.”-오원택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차장

아모레퍼시픽 채널은 시계를 제작하는 고화질 영상에서, 한화그룹 채널은 파충류 허물을 벗기는 영상에서 영감을 받았다. 단순히 콘텐츠 소재에 대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사람들이 ‘어떤 영상을 보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었다.

아모레퍼시픽 린스타트업 8팀은 고화질 영상을 통해 ‘힐링’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유튜브 이용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영역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원택 차장은 “흩어져 있던 작은 수요들을 알고리즘이 모아 주면 그 영상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화TV 채널에서는 ‘전자 뇌관의 모든 것’처럼 교과서 제목 같은 영상도 조회 수 11만 회를 돌파했다.

‘이런 걸 누가 보나’ 싶지만 유튜브는 ‘폭파’나 ‘발파’ 영상에 관심이 있던 시청자들에게 그 영상을 추천했다. 남들이 다 하는 영상 대신 ‘누군가’는 확실히 볼 법한 영상으로 수요를 노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④콘텐츠 차별화, 어떻게?
직원만 본다? 기업 유튜브 성공 공식 5
‘콘텐츠 차별화’는 너무 당연한 얘기다. 소재는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화장품 기업은 화장품, 방산 기업은 군사 장비, 식품 기업은 식품을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콘텐츠를 풀어내는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단순히 기업의 관점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관점에서 소재를 흥미 있을 법한 방식으로 전달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법’ 대신 화장품을 망가뜨리는 ASMR을 준비했다. 빙그레는 ‘먹방’ 대신 제조 과정을 공개하고 아이스크림 한 통이 총 몇 숟가락인지 등 쓸데없는 호기심을 해결했다.

빙그레TV 운영자 유화진 사원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제품 얘기를 늘어놓는 것보다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영상들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장황한 제품 설명을 줄이는 ‘탈브랜드’ 영상으로 시청자의 피로감을 줄이고 댓글과 커뮤니티를 통해 시청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다.

한화TV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K9 자주포의 새벽 배송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려 냈다. K9 자주포 영상은 ‘밀덕(밀리터리 마니아)’들이나 ‘새벽 배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했다.

이 같은 콘텐츠 전달의 차별화는 단순히 기업에 관심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ASMR’, ‘폭발’ 등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할 법한 키워드로 많은 유입을 이끌어 냈다. 강압적이고 노골적인 요구 대신 은근슬쩍 소비자들의 뇌 속에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심는 ‘넛지’ 효과인 셈이다.

⑤영감은 ‘잡담’과 ‘현장’에서 나온다
직원만 본다? 기업 유튜브 성공 공식 5
때로는 무거운 회의보다 가벼운 잡담이 아이디어의 출발이 된다. 오원택 차장은 “쓸데없는 얘기 속에서 웃고 떠들다 보면 우스갯소리 하나가 ‘그거 재밌겠다’는 식의 인사이트로 진화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린스타트업 8팀은 기획 단계보다 영상을 찍는 현장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탄생한다고 말한다. 뷰티포인트 채널 영상에서 가장 호응이 좋았던 ‘비누 컬링’ 영상 역시 현장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정보 전달보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하는 유튜브 생태계에서는 쓸데없어 보이는 내용도 아이디어가 된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스페셜리포트 : '조회수 폭발' 기업 유튜브 성공법]
-①아모레가 화장품 부수고, 한화가 'K9' 새벽배송 나선 이유
-②직원만 본다? 기업 유튜브 성공 공식 5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3호(2020.04.20 ~ 2020.04.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