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준의 머니 인사이트]
-주가는 이미 2008년 금융 위기 수준
-코로나19 재확산·글로벌 금융사 파산 시 전략 재조정 필요
바닥 다지는 글로벌 증시…6개월 후 바라보고 분할 매수할 시점
[한경비즈니스=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 박사)] 글로벌 증시와 국제 유가(WTI 기준)는 3월 23일까지 불과 한 달 만에 각각 32%, 56%나 폭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역사상 처음 바이러스에 의한 글로벌 경기 침체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15일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3%에서 마이너스 3.0%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전 세계 모든 경제 활동이 일시적으로 멈춤에 따라 현금 흐름이 막힌 기업들의 단기 신용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충격적 경제 지표와 악화된 기업 실적 불가피

국지적 전염병 정도로 여겼던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며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의 경제 활동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미국의 50개 주 중 42개 주가 비필수 사업장에 대한 자택 체류 및 격리 명령을 내리면서 미국 경제는 사실상 폐쇄 상태다. 미국 사람 중 약 3억1300만 명이 집에 머물러야 한다는 얘기고 이는 전체 인구의 96.3%에 해당한다.

직장을 잃고 신규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은 최근 3주 동안 1680만 명으로 급증했고 소매 판매와 산업 생산, 주택시장지수 등 발표되는 경제 지표마다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충격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 은행들은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전기 대비 마이너스 30%~마이너스 12%까지 대폭 낮춘 경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요국들의 국경 통제와 봉쇄, 자택 체류 명령 등이 잇따르면서 세계의 생산과 소비, 소득 등 모든 경제 활동이 일시에 멈춰 서고 있다. 현금 흐름이 막힌 기업들은 부채 상환 능력 저하로 단기 신용 위험이 급격히 높아졌고 노동자들은 공장 폐쇄 또는 무급 휴가로 인해 소득이 급감하는 등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이는 경제 주체들의 현금 수요로 이어지며 세계적으로 달러 자금 수요가 폭증했다. 자산 가격 급락은 자금 운용 기관들의 손절과 레버리지 청산, 환매, 담보 가치 하락과 마진콜 등으로 이어지며 자산 매도를 촉발했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이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국채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장기 국채 금리가 함께 급등(채권 가격 하락)하기도 했다.

여기에 국제 유가 급락이 더해졌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의 원유 수요가 감소하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협력 관계가 깨졌고 추가 감산 합의 실패는 오히려 증산 경쟁으로 이어졌다. 석유수출기구(OPEC)·러시아·미국 등이 긴급 회의를 열고 5~6월 두 달 동안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감소한 원유 수요만 2000만 배럴이 넘는다는 분석에 비춰볼 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그 충격으로 국제유가(WTI 기준)는 1월 고점 대비 70% 폭락하며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저유가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긍정적이지만 지나치게 가파른 유가 하락은 강력한 디플레 압력과 함께 신용 위험을 높여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경제 성장에 미치는 바이러스 충격의 깊이와 길이가 어느 정도 될지 예측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이미 중국의 2월 자동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79%나 급감하는 등 금융 위기 당시에도 보지 못한 생소한 숫자를 경험했고 국경 폐쇄와 이동 통제를 단행한 유로존과 미국의 경제 지표가 이를 뒤따르는 중이다.

경제 주체들은 당분간 상상을 벗어난 충격적인 경제 지표들과 기업 실적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가 멈추고 현금 흐름이 나빠진 미국 기업들이 배당을 중단하고 실적 전망 가이던스 제시를 생략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매월 진행하던 경기선행지수 발표를 취소하기도 했다.

◆치료제 개발 가시권에도 리스크는 있어

현재의 위험은 과거 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 때처럼 과도한 생산과 소비·투자·부채·대출 등에 의해 촉발된 경제 내부의 금융 시스템이나 신용의 문제가 아니다. 바이러스라는 외부 충격에 의한 갑작스러운 경제의 멈춤 그리고 현금 흐름의 수축 문제다. 강력한 방역 체계와 이동 통제를 도입할수록 경제 멈춤의 후유증은 극심해진다.

과거 금융 위기 당시에는 금융회사와 대기업부터 충격이 시작됐지만 지금은 중소기업·자영업·소상공인부터 충격이 시작된다는 부분도 차이가 있다. 기업과 가계의 과실이 아닌 외부 충격, 즉 자연재해에 가까운 이벤트에 의해 발생한 신용 위험 노출은 정책을 통해 차단해야 한다.

외부 충격은 다음 두 가지에 의해 일시에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첫째, 바이러스의 확산 진정과 면역 강화, 치료제 개발이다. 중국과 한국의 사례를 감안할 때 3월 첫 주부터 급증한 유럽과 미국의 전염 확산의 정점은 4월 하순을 전후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으로 재차 전염이 넘어오는 최악의 경우를 제외하면 하반기까지 바이러스가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할 합리적 이유는 부족하다. 유로존과 미국은 이미 5월 중 일부 경제 활동 재개를 고민하는 중이다.

치료제 개발도 가시권이다. 4월 16일 기준 등록된 코로나19 관련 임상 연구는 총 390건이고 이 중 상당 부분이 실제 환자 모집을 시작했다. 길리어드의 람데시비르를 포함한 여러 약물에 대한 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임상 성패 여부는 이르면 4월 중순부터 시작돼 5~6월에 집중적으로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고 결과가 성공적이면 즉각적 사용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신용 공급을 위한 주요국들의 적극적 재정 확대와 통화 완화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나라마다 신용 공급을 위한 재정·통화 정책 등 GDP 대비 약 20% 내외의 경기 부양 패키지가 결정됐거나 논의되는 중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과 정부 정책의 핵심은 상반기까지 신용 공급을 통해 현금 흐름이 취약해진 필수 기업과 고용 창출 핵심 기업의 디폴트 위험을 차단하는 데 있다. 각국 정부의 적극적 재정 확대와 함께 이를 지원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단기 유동성 공급, 양적 완화와 회사채 매입 등 신용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모든 정책 패키지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 시장은 여전히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3월 23일 미국 중앙은행(Fed)의 무제한 양적 완화와 회사채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이 발표되고 미국 의회에서 합의를 도출한 경기 부양 규모가 2조 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금융 시장이 정책을 반영하기 시작하는 순간 경제 회복은 더디게 진행되겠지만 자산 가격의 회복은 폭락 당시 못지않게 가파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대부분의 투자 은행도 3분기 말 이후에는 경기 회복을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주가는 이미 어느 정도 경기 침체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코스피지수 1482(3월 23일)는 청산 가치를 반영한 주가순자산배율(PBR)의 0.60배로, 2008~2009년 금융 위기 당시의 저점 0.81배를 이미 밑돌았다. 1998년 외화 유동성 위기 당시(0.41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올해 주당순이익(EPS)의 전년 대비 10% 역성장 가정하에 의미 있는 하단은 2240이다. 지금부터 최악의 경제 지표를 반영한 자산 가격들이 점차 경제 활동의 일부 재개를 반영하며 반등하는 국면이다. 급격한 변동성 아래 같은 수준들을 일시적으로 밑돌 가능성은 있지만 유럽과 미국의 전염병 확산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4월 하순까지는 6개월 후를 바라본 분할 매수가 바람직해 보인다.

물론 리스크도 남아 있다. 만약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의 의료 시스템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산되거나 중국 등 아시아로 재확산되면 초대형 헤지펀드 등 금융회사들의 환매 정지 또는 파산 위기로 거래 상대방(counterparty) 위험이 불거지거나 일부 취약한 신흥국의 소버린 리스크가 불거진다면 기본 시나리오와 전략은 전면 재수정돼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3호(2020.04.20 ~ 2020.04.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