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실의 시대에 살펴보는 거짓의 인문학
[서평] 날로 진화하는 ‘가짜 뉴스’의 세계 속으로
◆다빈치가 자전거를 처음 만들었을까
페터 쾰러 지음 | 박지희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6500원

[한경비즈니스= 노민정 한국경제신문 출판편집자]우리는 현실과 상상이 뒤섞이고 희망 사항이 진실을 이기며 가짜 뉴스가 공식 뉴스가 되는 ‘탈진실(post-truth)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팩트 체크 전문 기관인 폴리티팩트의 분석에 따르면 선거 유세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했던 168개 주장 중 70%는 ‘잘못됐거나’, ‘상당히 잘못됐거나’, ‘소름 끼칠 정도로 잘못된’ 주장이었다. 그러니까 세 차례의 발언 중 두 번은 진실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은 진짜와 가짜의 구분을 어렵게 하고 현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을 서로 뒤섞으며 심지어 틀린 것이 옳고 옳은 것이 틀리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가짜 뉴스는 인터넷이 생기면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역사 속 최초의 가짜 뉴스는 무려 3000년 전의 것으로, 기원전 1274년께 람세스가 히타이트와 벌인 전쟁사를 기록한 돌기둥에 등장한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이름을 이용해 문학계를 속인 소년, 2007년까지 성물로 모셨던 잔 다르크의 유해가 사실 이집트 미라였다는 사례 등 과거부터 최근까지 있었던 다양하고 흥미로운 가짜 뉴스들을 모아 전달한다.

전단지나 팸플릿을 통한 가짜 뉴스의 전파는 15세기 후반에 시작됐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현실보다 판타지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에 인본주의 가치관이 대두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또한 무역의 발달에 따라 해외 시장을 정복하려는 상인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초자연 현상이나 기적을 모아 놓은 서적과 전단지가 아닌 세계의 이해를 돕고 경험에 근거한 정보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은 국가의 넷째 권력이나 다름없게 됐다.

이후 시간이 흘러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언론의 권력은 더욱 커져 갔다. 사건이 하나 일어나면 대중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 한다. 그런 다음 설명이 추가되고 소문이 응축되는 것이다. 증거도 목격자도 없는 사실에 대한 소문을 잠재울 수 없다는 것은 곧 소문이 주는 만족감이 이성을 누른다는 것이고 진실이 악한 세력의 이익을 위해 무자비하게 억압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인터넷을 등에 업고 그것은 더 빠르게 우리 사이를 통과할 수 있게 됐다. 일례로 인터넷에서는 무척 많은 사람이 가명을 이용해 e메일을 보내고 채팅을 하며 글을 올린다. 게다가 가명의 주인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면 2015년 유럽의 소셜 네트워크 징(Xing)에 등록된 2만여 명의 사용자 프로필이 전부 가짜이고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터넷에서는 이처럼 경제적 이익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트렌드에 영향을 주고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생각을 거스르는 사실은 거부하지만 자기 생각과 비슷한 내용은 즉시 받아들인다. 비판적이고 분석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같은 내용을 반복해 들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내용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럴 때 비슷한 소문이 들리면 생각이 단단히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진실과 거짓의 결정에 대해 과연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우리의 삶은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루고 있을까. 저자는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지식들을 파헤쳐 오류로 가득한 우리의 지식이 오늘날 어떤 영향력과 의미를 가지는지 논한다.

그동안 지식인과 여러 운동가들은 수많은 가짜 뉴스를 밝히는 데 힘써 왔다. 통치자의 이익과 시민을 조종하기 위해 진실을 조작하는 나쁜 거짓말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짜 뉴스는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러 가짜 뉴스들의 다양한 측면을 알아 가며 앞으로 우리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미래에 대한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4호(2020.04.27 ~ 2020.05.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