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 인식으로 출입 도장·일상화된 화상 회의
-감염 막기 위한 기술이 ‘스마트 워크’ 앞당겨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기업들의 ‘스마트 워크’를 앞당기고 있다. 스마트 워크는 고정된 근무 장소에서 정해진 근무 시간에 따라 일하는 방식 대신 정보통신 기기 등을 활용해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근무 방식이다.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활용한 재택근무, 이동 근무, 유연 근무, 스마트 워크 센터 근무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시작된 재택·원격근무가 어느새 일상화됐고 그에 따라 회사에 출근해야만 일할 수 있다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사람이 직접 모이는 대면 회의는 자취를 감췄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비접촉 화상 회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메신저·전화·e메일을 통한 비대면 방식의 업무 보고 방식이 ‘뉴노멀(새로운 일상)’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현장 중심의 전통적인 업무 방식은 폐기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업무 방식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일종의 촉매제가 됐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되면서 주요 기업이 재택근무를 종료했지만 여전히 비대면 업무 방식을 통해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 4곳에 거점 오피스를 연 SK텔레콤과 본사 건물 전체를 ‘IT 실험실’로 바꾼 LG CNS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업무 방식의 혁신에 대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지난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해 전 계열사에 공유 오피스를 도입하고 재택·원격 근무 인프라를 구축했던 SK그룹은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워크와 거점 오피스로 또 한 번 업무 방식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 비대면 업무 솔루션 적극 도입한 ‘SK텔레콤’
SK텔레콤은 3월 말까지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4월부터 스마트 워크 체제로 전환했다. 스마트 워크의 일환으로 서울 서대문·종로, 경기 판교·분당 등 수도권 4곳에 최근 ‘거점 오피스’ 운영을 시작했다.
SK텔레콤의 거점 오피스는 서울 서린동 본사 외에 수도권 각지에 공유 오피스를 마련해 구성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최소화하는 개념이다. 출퇴근 시간이 10~20분대로 단축돼 업무 효율과 근무 만족도, 사회적 거리 두기 동참 등을 모두 높인다는 계획이다.
거점 오피스 형태는 2019년 2월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빌딩에 연 ‘5G 스마트오피스’를 모델로 한다. 5세대 통신(5G)·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보안·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SK텔레콤이 보유한 스마트 오피스 기술이 집약돼 있다.
거점 오피스에는 AI 기반의 얼굴 인식 시스템과 좌석 예약 시스템, 모바일 PC, 화상 회의 시스템 등이 설치돼 있어 본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업무가 가능하다. 거점 오피스는 갑자기 기획된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전부터 준비해 온 프로젝트였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분산 근무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시행이 앞당겨졌다. SK텔레콤은 현재 4곳인 거점 오피스를 연내 1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클라우드 PC ‘마이 데스크’, 협업 툴 ‘팀즈’, ‘T 전화 그룹통화’ 등 비대면 업무 솔루션을 활용해 업무 공백 없이 재택근무를 한 바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4월 중순부터 디지털 워크로 전환했다. 디지털 워크는 조직과 사회적 상황에 따라 재택과 출근을 유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유연한 근무 방식이다. 앞서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3월 임직원들에게 “한 달 넘게 재택근무를 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며 “재택근무 경험을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한 계기로 삼아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이번 재택근무 경험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기존의 대면 중심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또 재택근무 경험을 공유하는 사내 콘테스트도 시행했다. 이미 T 그룹 통화, VDI 클라우드 환경, 개인 노트북 사용 등 재택근무에 필요한 인프라와 솔루션을 완비하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집단 지성을 통해 디지털 문화를 발전시키고 구성원들이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증)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시도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재택근무를 계기로 그동안 특수한 경우에 한해 자율적으로 시행했던 재택근무를 전면적으로 시행해 비대면 업무 방식을 체화하는 기회가 됐다”며 “궁극적으로 SK텔레콤은 대면과 비대면 업무 방식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방식’의 일하는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사옥 전체가 언택트 실험실 ‘LG CNS’
코로나19가 촉진한 언택트 시대를 맞아 기업의 사옥도 감염 우려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회사 전체가 IT 실험실이 된 회사도 있다. LG CNS는 첨단 기술력을 기반으로 안면 인식 시스템으로 출입할 수 있고 식당에서 얼굴 인증만으로 결제할 수도 있다. 본사 3층에는 AI 기반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제품을 인식해 점원 없이 결제가 가능한 무인 편의점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최근 도입한 IT 신기술 기반의 시스템은 기계나 사람 간의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확률을 크게 낮춘다. 이 때문에 건물 자체가 언택트의 성지로 불린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 마곡 본사 출입 게이트에 AI 얼굴 인식 시스템을 적용해 마스크 착용 여부와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AI 기반의 얼굴 인식 솔루션을 통해 마스크를 착용한 임직원만 통과시키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발열이 감지되면 출입이 통제된다.
지난 3월부터 본사 지하 식당에서 안면 인식 기술로 결제하는 ‘안면 인식 커뮤니티 화폐’ 서비스도 선보였다. 식당 배식대에 설치된 기기에 얼굴을 인식시키면 AI 안면 인식 기술이 직원의 신원을 파악한 후 미리 등록된 블록체인 기반의 커뮤니티 화폐로 자동 결제한다. 모든 시스템은 클라우드에서 작동한다.
안면 인식 커뮤니티 화폐에는 AI·블록체인·클라우드 등 3대 IT 신기술이 결합됐다. 스마트카드를 태깅하거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은 후 QR코드로 결제하는 기존 커뮤니티 화폐 이용 방식보다 더 간편하게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를 활용해 결제할 수 있다. 안면 인식을 통한 결제는 아직 본사 지하 식당 1개 배식 코너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향후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는 매장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LG CNS는 이 같은 코로나19에 대응한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클라우드 PC· AI·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등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기술의 상용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LG CNS 직원들이 재택근무 기간에 사용한 클라우드 PC 서비스는 LG CNS 직원 6000여 명을 비롯해 27개사 14만 명이 활용하고 있다. LG CNS는 늘어나는 수요에 발맞춰 클라우드 PC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하면 빠른 시간에 원격 복구할 수 있는 비대면 진단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6호(2020.05.09 ~ 2020.05.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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