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영업수익 큰 폭 증가
-DLS 사태에서 한 발 비켜 있고 채권 부문도 약진
‘지점망 유지’ 다른 길 간 현대차증권…1분기 ‘깜짝 실적’
현대차증권이 1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로 대부분 증권사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과 비교되는 성적표다.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등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게 적중했다는 평가가다.

◆IRP 사업 부문도 큰 폭 성장
‘지점망 유지’ 다른 길 간 현대차증권…1분기 ‘깜짝 실적’
현대차증권은 1분기 매출 3166억원, 영업이익 3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5.7%, 영업이익은 17.7%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7% 증가한 246억원을 기록했다. 전 사업 부문이 두루 성장한 가운데 리테일과 채권 사업 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고르게 분산된 수익 구조가 위기 때 힘을 발휘했다.

특히 리테일 사업 부문은 폭락 장세에 저점 매수를 노린 개인 투자자의 증가로 거래량이 늘면서 이익이 급증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1분기 주식 계좌 개설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특히 3월 주식 계좌 개설 건수는 지난해 3월 대비 118% 늘어나는 폭발적인 증가 폭을 기록했다.

현대차증권의 1분기 리테일 부문 순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6% 증가한 162억원이다. 부문별로는 위탁 매매 수익이 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2% 급증했다. 펀드·종합자산관리계좌(CMA)·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금융 상품에서 발생한 자산 관리 수익은 2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2016년부터 지점 등을 줄여 온 다른 증권사와 달리 전국 15개 지점과 6개 영업소를 유지하면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개선 등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집중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채권 사업 부문도 불안정한 시장 상황으로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운용·중개 등 사업 전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또한 우호적 금리 상황까지 겹치면서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견인했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사업 부문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1분기에만 적립금이 1273억원 증가하면서 7000억원을 돌파했다. 리테일 부문의 불안정한 수익성을 방어하는 도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게 현대차증권의 설명이다.

현대차증권의 실적을 견인해 왔던 투자은행(IB) 부문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선방했다. IB 부문 1분기 순영업수익은 약 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시장 트렌드에 따른 양질의 딜 위주로 대체 투자 분야를 다변화하는 등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현대차증권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e커머스 시장에 맞춰 국내외 물류센터로 눈을 돌렸다.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부문 등에도 투자를 확대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최선의 방어가 최고의 공격’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1분기였다”며 “각 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병철 사장, 유동성 확보로 호실적 이끌어
‘지점망 유지’ 다른 길 간 현대차증권…1분기 ‘깜짝 실적’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하자 선제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선 것도 1분기 호실적을 견인한 주요 요인 중 하나다.

현대차증권은 최병철 사장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회사 규모에 맞는 자본 조달 여건을 마련하는 한편 효율적인 유동성 관리를 위해 단기 차입금 한도를 확대한다고 공시했다. 공시 직후 2월부터 3월 중순까지 전단채 발행을 통해 약 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추가 유동성을 확보했다.

현대차증권은 전단채 발행으로 확보한 추가 유동성까지 더해 3월 말 기준 약 4459억원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비축해 둔 상태다. 전년 동기 대비 24.7%(884억원) 정도 늘었다. 회사의 사업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유동성 우려에서 비켜 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게 현대차증권의 설명이다.

3월 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유동성 갭(유동성 자산-유동성 부채, 잔존 만기 3개월 이내)은 약 1조7554억원이다. 지난해 말 대비 38.8% 정도 늘어난 수치다. 유동성 비율은 139.8%로 지난해 말 기준 23개 증권사의 평균인 132.7%를 웃돌고 있다.
‘지점망 유지’ 다른 길 간 현대차증권…1분기 ‘깜짝 실적’
현대차증권은 증권사 유동성 위기의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관련 우려에서도 한 발 비켜나 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현재 확보한 유동성 규모는 월평균 전체 매입 확약 규모의 약 3배 가까이 된다”며 “회사가 매입 확약한 전체 규모를 근거로 극단적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확보한 현금만 가지고도 3개월 이상은 무리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 악화 원인 중 하나인 파생결합증권(DLS) 비율을 낮춰 놓은 것도 피해를 줄이는 데 한몫했다. 현대차증권은 2015년부터 DLS의 자체 헤지 발행을 중단했다. 그 덕분에 최근 DLS의 주요 기초 자산 가치 급락으로 불거진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에서도 비켜날 수 있었다. 3월 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우발 채무 비율은 69.2%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증권은 1955년 신흥증권으로 출범해 2008년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이후 2014년 대규모 구조 조정을 진행했다”며 “2016년부터 채무 보증 규모를 자본의 100% 이내로 통제하면서 양호한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익 상승의 기초 체력이 충분한 회사”라고 평가했다.

최 사장은 “확보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쓸 계획”이라며 “위축된 시장에서도 꾸준히 사업성 높은 딜을 발굴하면서 성장 동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돋보기
최병철 현대차증권 사장, ‘고객 신뢰’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 이끈다
‘지점망 유지’ 다른 길 간 현대차증권…1분기 ‘깜짝 실적’
최병철 현대차증권 사장은 1958년생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7년 현대정공에 입사했다.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부사장),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을 거친 재무 전문가다. 금융 시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현대차증권의 리스크(위기) 관리와 내실 경영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 사장은 ‘고객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한 새로운 도약’을 올해 경영 방침으로 세웠다. 금융 상품과 서비스 개선을 통한 고객 신뢰도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자은행(IB) 부문 등 대체 투자 확대, 해외 주식 서비스 등의 수익원 다변화와 사업성 강화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투자 자산의 사전·사후 관리도 강화하는 중이다. 불완전 판매 예방 교육 강화와 고위험 상품 모니터링 확대를 통한 금융 소비자 보호에 주력할 방침이다.

최 사장은 “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 능력을 제고하는 등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유관 부서 간 협업을 강화함으로써 리스크 관리를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6호(2020.05.09 ~ 2020.05.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