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애널리스트 추천 종목]
-2019년 말 부채비율 53.6% 수준
-부실 모두 털고 탄탄한 이익 구조 만들어

[한경비즈니스=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2019 하반기 운송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운송 업종은 경기 변동에 따른 업황의 부침이 심한 편이다. 운송 업체들은 항공기나 선박 등 고정 자산을 활용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비용에도 고정비 성격의 비용이 많다. 따라서 운송 업체들의 손익은 업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의 운송 업체들은 재무 구조가 취약해 손실이 반복되면 기업의 존폐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10년 전 리먼 사태 이후의 해운 업종이 그랬고 최근의 항공 업체들이 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 전용선 사업에서 거둬
재무 탄탄한 팬오션…불황은 미래 10년 기대하게 만드는 기회
하지만 국내 최대 해운사인 팬오션은 일반적 인식으로 바라봐서는 안 될 기업이다. 일단 재무 구조가 안정적이다. 팬오션의 2019년 말 부채 비율은 53.6%에 불과하다. 같은 시점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 783.5%, 제주항공의 부채 비율 351.4% 등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한때 팬오션도 재무적으로 불안정한 시기가 있었다. 2013년 팬오션은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이후 팬오션은 자산 상각 및 우발 채무 인식을 통해 잠재적 부실을 모두 털어냈다. 인력 감축, 대규모 주식 감자, 채권자들의 출자 전환 및 채무 상환 연기 등 임직원과 투자자들의 희생을 거쳐 정상 기업이 됐고 현재의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이루게 된 것이다.

현재 팬오션의 이익 구조도 안정적이다. 2019년 2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1200억원의 영업이익이 전용선 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전용선 사업은 철강 업체와 전력 업체 등이 신뢰할 수 있는 해운사에 고정적 이익을 보장해 주면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대량의 원재료나 연료의 수송을 맡기는 계약 형태를 의미한다.

철강 업체 등은 필요한 화물의 상당 부분을 전용선 계약으로 수송하되 자신들의 화물 수요에 맞춰 추가적 화물 수송 계약(스폿 계약)을 해 화물을 수송한다. 따라서 경기 변동에 따른 화물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전용선 계약의 매출과 이익은 안정적으로 보호된다.

해운사의 탄탄한 재무 구조와 이익 안정성은 단지 불황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는 안도감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해운업의 경쟁력 중 상당 부분은 누가 싸고 경제적인 선박을 확보하느냐에 있다. 좋은 선박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는 불황기에 찾아온다. 다만 불황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소수의 업체들만 선박을 살 수 있다. 따라서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꾸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고 안정적 재무 구조를 갖추고 있는 해운사는 선박을 싸게 사거나 좋은 선박을 갖고 있는 해운사를 싸게 인수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렇게 불황기에 확보된 선박들은 향후 십수년간 다른 해운사에 대한 경쟁 우위 요소가 된다.

올해 하반기 벌크선 시황 전망은 희망적이다. 각국 정부의 봉쇄 정책이 완화되면서 하반기에는 벌크 화물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0년부터 황산화물 저감 장치(스크러버)가 없는 선박은 값비싼 저유황유의 사용이 의무화됐다. 이에 따라 스크러버 장착이 불가능한 선박들은 사실상 운영하기 어려워졌다. 팬오션은 신형 선박 중심이어서 이와 같은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수요와 공급 양면에서 운임 상승 요인이 발생함에 따라 2020년 평균 벌크 화물 운임지수(BDI)는 1021까지 회복되고 2~4분기 평균 BDI는 113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리 좋은 기업의 주식이라도 가격이 떨어졌을 때 사야 이익이 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가 극대화됐던 3월 중순 2055원까지 급락했던 팬오션의 주가는 최근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3000원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5월 11일 종가인 3290원은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배율(PBR)의 0.56배에 불과해 2015년 이후 주가 저점으로 작용했던 PBR 0.72배를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7호(2020.05.16 ~ 2020.05.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