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연평균 14% 성장하는 로봇 산업…신성장 엔진으로 현대로보틱스·현대일렉트릭 ‘찜’
조선업 수주 절벽 위기…‘로봇’·‘초고압 변압기’에 기대 거는 현대重그룹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조선업계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2분기 수주 부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을 합쳐 올해 총 157억 달러어치의 수주를 목표로 세웠지만 올해 들어 지금까지 원유 운반선 3척, 석유화학 제품 운반선(PC선) 15척, 액화석유가스(LPG)선 3척, 특수선 1척 등 총 22척(14억 달러)을 수주했다.

올해 1분기 세계 선박 발주가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했는데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된 2분기에는 수주 절벽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주요 수익원인 조선업 부진 속에서 비조선 계열사인 현대로보틱스과 현대일렉트릭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오면서 비대면 서비스가 가능한 로봇 사업의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그룹의 신성장 동력인 현대로보틱스가 주목받고 있다.
조선업 수주 절벽 위기…‘로봇’·‘초고압 변압기’에 기대 거는 현대重그룹

◆ 현대로보틱스 공식 출범…로봇 사업 본궤도


현대중공업지주 로봇 사업 부문은 5월 1일 신설 법인인 현대로보틱스로 공식 출범했다. 현대로보틱스는 국내 1위 로봇 생산 업체로 자동차 조립, 액정표시장치(LCD) 운반 로봇 등을 제작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전 세계 산업용 로봇의 연간 설치 대수는 42만2000대로 연평균 14.0% 성장하고 있다. 독립 경영의 발판을 마련한 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물류, 모바일 서비스 로봇 등 신사업을 확대해 2024년까지 매출 1조원의 글로벌 톱5 회사로 성장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은 현대로보틱스의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2019년 5월 현대중공업지주가 KT와 손잡고 5G(5세대 이동통신)에 기반을 둔 로봇·스마트 공장 구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공동 협력 체결식을 할 때 정 부사장도 현장에 참석했었다.

그보다 앞선 2019년 1월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19’에도 처음 참석한 바 있다. 그룹의 신사업을 발굴하고 로봇 사업 확대 임무를 맡은 만큼 글로벌 트렌드를 살피고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찾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새롭게 출범한 현대로보틱스는 글로벌 선도 기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세계 시장 선점에 나선다. 먼저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2018년 9월 중국 로봇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하궁즈넝과 산업용 로봇 합자회사 설립에 대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협약에 따라 하궁즈넝과 합자회사를 설립해 연간 최대 2만 대의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산업용 로봇은 중국 내 상하이와 화둥 지역에 2022년까지 1만7000대 이상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현대로보틱스는 중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중국 내 시장 입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18년 5월에는 산업용 로봇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로봇 기업인 독일 쿠카와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현대로보틱스는 쿠카의 소형 로봇 제품을 도입해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쿠카 제품의 국내 생산, 공동 연구·개발 등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대로보틱스는 향후 소형에서부터 대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용 로봇을 자체 기술력으로 생산해 국내외 가전제품·자동차 공장의 스마트 팩토리화를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조선업 수주 절벽 위기…‘로봇’·‘초고압 변압기’에 기대 거는 현대重그룹


◆ 사우디에서 대규모 수주 기대되는 현대일렉트릭


현대중공업그룹의 비핵심 계열사였던 현대일렉트릭은 코로나19로 인해 현대중공업지주가 올해 1분기 487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상황에서 선방한 실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올해 1분기 매출 3864억원, 영업이익 43억원을 기록하며 5분기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 수주 전략과 공정 효율성 제고, 긴축 경영 등 원가 절감 노력 덕분이다. 지난 2년간 실시했던 강도 높은 비상 경영도 흑자 실현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그룹 지배 구조 개편 당시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이후 전력 기기와 회전기 시장이 축소돼 실적이 악화하며 2년간 적자 수렁에 빠졌다. 2019년 12월 비상 경영 상태에서 현대중공업그룹 사상 첫 외부 출신 경영진인 조석 사장을 영입했다.

조 사장은 지식경제부 차관과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을 지냈다. 취임한지 3개월 만에 고강도 체질 개선 작업을 통해 2년간 적자 상태로 비상 경영 체제를 지속하고 있던 현대일렉트릭의 영업이익을 5분기 만에 흑자로 돌려놓았다. 조 사장의 지휘 아래 현대일렉트릭은 경영 정상화의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고압 차단기, 전력 변압기 등 초고압 기기 부문에서 수익성 위주의 수주 전략을 통해 계약한 사업들이 이번 분기 매출로 반영되고 올해 1월 생산 효율을 높인 울산의 변압기 스마트 팩토리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며 주력 제품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현대일렉트릭은 향후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을 받는 개발도상국 사업과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아람코 관련 공사 입찰에 적극 참여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일렉트릭은 올해 해외 사업에서 수주 낭보가 기대된다. 정기선 부사장이 2015년부터 사우디와 협력 관계를 주도해 온 덕분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정 부사장과 사우디 정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통해 사우디 탈석유화 정책에 따른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 파트너로 자리하게 됐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 대표로 2019년 6월 방한한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단독으로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아람코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해상 유전 가스전과 관련한 각종 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확보했다.

중동을 중심으로 전력 기기 시장의 발주 회복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현대일렉트릭은 수익성 위주 수주 전략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5월 10일 현대일렉트릭은 사우디아라비아전력청(SEC) 230억원, 아람코 120억원 등 총 350억원 규모의 초고압 전력 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현대일렉트릭은 SEC가 사우디 서부 라빅 지역에 건설하는 380kV 변전소와 아람코가 추진 중인 해상 유전의 원유·가스 생산 설비에 전력 변압기와 가스 절연 개폐기 등을 납품하게 됐다.

이번 수주를 포함해 현대일렉트릭은 4월까지 사우디에서 600억원이 넘는 전력 기기를 수주했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아람코에서만 4월 말 기준으로 약 900억원의 수주 잔액을 확보했다.

현대일렉트릭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아람코의 초고압 변압기와 가스 절연 개폐 장치 승인 업체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또 SEC는 라빅 지역 변전소 준공 후 인근 도시 내 태양광발전소와의 연결을 계획하고 있고 아람코 역시 마잔 프로젝트 잔여 공사 발주를 예정하고 있어 현대일렉트릭의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사우디에 이어 북미 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11월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증설해 연간 생산 능력 확충하고 신재생에너지 분야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등 북미에서도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7호(2020.05.16 ~ 2020.05.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