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UAM 출사표…‘우버 동맹’ 합류하며 업계 다크호스로 떠올라
용어 설명
*PAV(Personal Air Vehicle): 개인 항공기. 개인의 필요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비행할 수 있는 수요 대응형 항공 모빌리티(On Demand Air Mobility)
*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 Landing): 전기 동력 수직 이착륙기. 전기 동력(배터리·하이브리드·수소연료전지 등)을 사용해 활주로가 불필요한 수직 이착륙 항공기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 도심에서 승객과 화물을 수송하려는 항공 교통 산업 전반을 통칭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서울 양재동 사옥 1층 로비에는 임직원과 고객들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주력 신차나 콘셉트 카를 전시해 왔다. 그런데 5월 17일 이 공간에 낯선 조형물이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대차가 2028년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의 축소 모형이다.
개인용 비행체(PAV)와 PAV의 정류장 역할을 하는 허브(Hub : 모빌리티 환승 거점) 등 현대차가 개발 예정인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현대차가 차량이 아닌 미래 모빌리티 모형을 로비에 전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알리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기업들이 UAM에 눈독을 들이며 관련 기술 개발이 한창인 가운데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지난해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경쟁에 합류했다. 현대차는 인재 영입과 기술 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UAM 시장을 반드시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정의선 “미래엔 매출 30%가 PAV에서 나와”
정의선 현대차 총괄수석부회장도 이런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가진 임직원 미팅에서 “현대차의 사업 구조는 미래에 자동차가 50%, PAV가 30%, 로보틱스가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주저 없이 ‘하늘길’을 꼽은 것이다.
현대차가 UAM 사업 계획을 처음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2019년이다.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항공연구 총책임자(국장보) 등을 지낸 신재원 NASA 워싱턴본부 항공연구총괄본부 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다.
신 부사장은 NASA 내부에서 서열 3위로 평가받을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래 항공 연구와 안전 부문 전문가다.
그런 그를 영입하기 위해 현대차는 ‘삼고초려’하며 공을 들였다. 자동차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18년 당시 NASA 소속이던 신재원 본부장이 국내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는데 이때부터 현대차가 계속 접촉하며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고 말했다.
신 부사장이 처음엔 이를 고사했지만 거듭되는 ‘러브콜’에 결국 마음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UAM 분야가 지금의 자동차 산업을 뛰어넘는 거대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 부사장이 현대차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부사장 영입과 함께 현대차는 UAM 사업의 닻을 올렸다. 내부에 UAM사업부를 신설해 그에게 지휘를 맡겼고 함께 머리를 맞댈 관련 전문가들도 추가 영입했다. 현대차의 출발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해외 기업들은 2016년을 기점으로 UAM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앞다퉈 뛰어들었다. 출발은 이들보다 3년 정도 늦었지만 현대차의 UAM 시장 경쟁력에는 낙관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완성차 엔진부터 차체까지 직접 개발하며 축적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UAM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려면 아직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완성차 양산의 기술력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내부 역량도 서서히 결집 중
물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후발 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과 항공 업체들도 UAM에 눈독을 들이고 일찌감치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심각해진 자동차 시장의 위기도 발등의 불이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는 이런 우려를 어느 정도 잠재웠다. 현대차가 우버와 손잡고 만든 PAV 콘셉트 ‘S-A1’을 전격 공개한 것이다.
현대와 우버가 만든 PAV 콘셉트 S-A1은 조종사를 포함해 모두 5명이 탑승할 수 있는 형태로 제작됐다.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방식으로 활주로 없이 날 수 있으며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8개의 로터를 장착해 최대 100km를 비행할 수 있고 최고 속력은 시속 290km다.
혁신적인 모습의 S-A1 자체만으로도 이목을 끌기 충분했지만 이보다 더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을 것은 현대차가 우버와 손잡았다는 사실이다.
우버는 글로벌 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UAM 사업에 투자해 왔다. 2016년 ‘우버 엘리베이트’를 설립하고 여러 분야의 선두 기업들을 끌어들이며 영향력을 키워 왔다.
특히 2017년 NASA와 손잡으면서 UAM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그 후 우버와 함께 UAM 시장을 개척하려는 기업이 줄을 선 상태였다. 지금은 우버의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현대차가 우버와 함께 CES에서 PAV를 전시하고 ‘UAM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을 체결한 것이다. UAM사업부를 갓 출범한 현대차는 우버와 동맹을 맺으며 순식간에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우버와의 동맹에는 신 부사장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 부사장이 항공 연구 책임자로 NASA에 근무하면서 UAM에 관심 있는 우버와 많은 얘기를 나눴을 것”이라며 “우버가 이런 신 부사장을 보고 현대차를 파트너로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단순한 콘셉트를 넘어 상용화 가능한 PAV를 개발, 생산하고 우버는 항공 승차 공유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CES에서 PAV가 이착륙할 수 있는 ‘허브’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등을 함께 제시하며 UAM의 구체적인 청사진도 공개했다. 허브는 이착륙 기능뿐만 아니라 내부 공간을 쇼핑몰 형태로 꾸미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PBV는 지상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면서 승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율주행 차량이다. 차량 상부와 하부를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해 내부를 식당·카페·호텔 등 다양한 공간으로 연출하는 콘셉트로 그려졌다.
목표는 2028년까지 이 모든 것들을 실제로 개발해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부 조직에도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우선 현대차의 자동차 디자인을 전담해 왔던 현대디자인이노베이션실은 내부에 UAM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조직을 올해 새로 꾸렸다. 또 전략기술본부 등 여러 부서들이 UAM사업부와 개방형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UAM사업부도 최근 기술 연구·개발 인력 모집을 위한 공개 채용을 시작하며 조직을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외비’여서 구체적인 UAM사업부 인력 현황이나 향후 채용 규모 등을 알릴 수는 없지만 뛰어난 인재들을 적극 영입해 2028년 상용화라는 목표를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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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9호(2020.05.30 ~ 2020.06.0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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