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사태로 오프라인 시장 ‘치명타’…H&B 스토어 협업 강화하고 ‘온라인몰’ 열어
위기의 화장품 로드숍…반전 카드는 O2O·플래그십 스토어 강화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2000년대 초반 ‘K뷰티’의 주역이었던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들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2조8110억원으로 최정점을 기록했던 로드숍 화장품 시장은 2017년 2조290억원, 2018년 1조7000억원으로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에 바빴던 과거와 달리 번화가를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폐점한 점포들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은 가뜩이나 어려웠던 로드숍 화장품 시장에 직격탄을 가했다. ‘위기의 로드숍’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가까운 매장에서 배달하는 ‘미샤 화장품’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품질. 국내 로드숍 브랜드들은 이러한 강점을 내세워 2000년대 초반부터 ‘전성기’를 맞이했다. 대표적인 1세대 로드숍 브랜드로는 미샤(에이블씨엔씨)·스킨푸드·더페이스샵(LG생활건강)·에뛰드하우스(아모레퍼시픽) 등이 있다.

하지만 유통 현장의 변화와 대외적 변수는 로드숍 브랜드에 위기를 가져왔다.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이 온라인으로 변화하면서 가맹점 매장 중심의 로드숍 브랜드는 서서히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손성민 리이치24시코리아 책임 연구원은 “온라인을 통한 구매 비중이 높아짐과 동시에 가격도 온라인이 더욱 저렴해 로드숍 브랜드가 가진 강점이 퇴색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2016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매장 방문이 사라지면서 매출액이 급감했다.

로드숍 브랜드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대책을 세웠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신규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4월 자사 브랜드인 미샤와 어퓨를 포함해 국내외 190여 개 브랜드를 취급하는 종합 화장품 온라인몰 ‘마이눙크닷컴’을 열었다. 기존 에이블씨엔씨가 운영하던 뷰티넷과 미샤, 어퓨 온라인몰도 마이눙크닷컴으로 통합했다. 고객들이 다양한 브랜드를 하나의 공간에서 편리하게 만나볼 수 있도록 개편한 것이 핵심이다. 마이눙크닷컴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는 통합 검색 기능과 제품 속 성별 검색 기능을 제공한다. 카테고리별·브랜드별 제품 열람도 가능하다.

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눙크’도 함께 선보였다. 앱 설치 후 미샤·어퓨·눙크 매장 등을 방문해 매장의 QR코드를 스캔하면 단골 매장으로 설정된다. 단골 매장 설정을 통해 매장 직배송, 매장 재고 검색 등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통해 품질을 강화한다. 에이블씨엔씨 김선민 온라인 부문장은 “마이눙크닷컴과 눙크 앱 출시로 고객들에게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통합된 구매 경험을 선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판매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로드숍 브랜드가 매장 중심으로 성장한 만큼 기존 매장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른바 O2O의 도입이다.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4월부터 생활 밀착형 O2O 서비스 김집사와 손잡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제공 매장은 송파·수지·분당·용인·수원 지역 5개 미샤 매장과 1개 눙크 매장이다.

이들 매장 인근 1.5km 내 자리한 아파트와 오피스텔 거주 고객은 김집사 앱으로 미샤와 눙크 화장품을 주문하고 주문 당일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해당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주문할 수 있고 주문 가능 최소 금액도 없다. 향후 에이블씨엔씨는 이번 김집사 서비스 도입을 시작으로 추후 서비스 제휴와 권역을 넓혀 갈 예정이다.
위기의 화장품 로드숍…반전 카드는 O2O·플래그십 스토어 강화
◆‘원 브랜드’보다 ‘멀티 브랜드’ 원하는 밀레니얼

로드숍 브랜드의 침체에는 화장품 시장의 변화라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2010년대 들어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좇지 못한 것은 이들의 뼈아픈 패착이다. 손성민 연구원은 “밀레니얼 세대는 ‘원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보다 다양한 브랜드를 탐색하는 것에 더욱 흥미를 느낀다”며 “단일 브랜드만 입점해 있는 로드숍보다 다양한 브랜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H&B(Health&Beauty) 스토어 화장품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밀레니얼 세대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매장에서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세대 로드숍 브랜드들은 기존 매장을 재편함으로써 체험의 기회를 넓히고 있다. 스킨푸드는 지난 4월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기존 스킨푸드 1호점이 있었던 자리에 새롭게 플래그십 스토어로 재단장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며 기존 스킨푸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일부 베스트셀러 제품에 초창기 디자인을 적용해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선보였다.

H&B 스토어에 입점을 결정하는 로드숍 브랜드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맹점 위주의 판매를 지속해 온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하우스’는 지난 2월부터 CJ올리브네트웍스의 H&B 스토어 ‘올리브영’에 입점했다. 스킨푸드 또한 H&B 스토어 입점 등 신규 판매 채널을 구축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핵심은 결국 ‘온라인 강화’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올해는 해외 시장으로의 경로 확장과 온라인 역량 강화 등 두 가지가 대표 전략이었지만 코로나19의 악재로 인해 여건이 허락하는 내에서 사업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기업들이 해외 진출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온라인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마이눙크닷컴’의 론칭과 O2O 서비스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온라인사업부를 확대 편성하고 인원을 확충하는 등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손성민 연구원은 “최근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는 다양한 라인을 가진 단일 브랜드보다 라인을 축소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이라며 “로드숍 브랜드도 타깃 층과 브랜드를 다양화해 소비자들에게 ‘새롭다’라는 인식을 끊임없이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 또한 하나의 브랜드만을 판매하던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타 회사의 브랜드도 함께 판매하는 형태의 변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0호(2020.06.06 ~ 2020.06.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