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 전작보다 10배나 오랜 가공 시간…트렌드 민감한 2030세대 집중 탐구해 개발
색상 차별화 전략 내민 LG벨벳폰…‘만지고 싶은 디자인’ 개발 스토리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LG전자의 스마트폰 야심작 ‘벨벳폰’이 색상 차별화 전략을 들고나왔다. 6월 5일 이동통신사별로 다른 색상을 장착한 LG벨벳을 선보이면서다.

추가 색상은 오로라 블루, 오로라 레드, 오로라 핑크 등 3종이고 각각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전용 제품이다.

여기에 LG라는 로고도 뗐다. 이동통신사 전용으로 선보이는 LG벨벳의 후면에 브랜드 이름인 ‘벨벳(VELVET)’만 들어간다. LG전자는 이통사 전용 제품이라는 취지를 살리고 제품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LG벨벳의 최대 경쟁력은 디자인이 꼽힌다. LG전자가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기존의 ‘V’와 ‘G’ 시리즈를 종료한 데 이어 LG라는 로고까지 없앤 배경에는 벨벳이 가진 프리미엄 이미지에 집중해 타사와 차별화되는 디자인과 색상을 강조하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색상 차별화 전략 내민 LG벨벳폰…‘만지고 싶은 디자인’ 개발 스토리

‘인덕션’ 대신 ‘물방울’…
시각뿐만 아니라 촉감 공략

LG벨벳은 ‘물방울 카메라’, ‘3D 아크 디자인’ 등을 주요 디자인 특징으로 앞세운다. ‘물방울 카메라’는 후면 카메라 3개와 플래시가 마치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 세로 방향으로 배열된 디자인이다.

3D 아크 디자인은 손으로 쥐었을 때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그립감을 주기 위해 전면 디스플레이 좌우 끝을 완만하게 구부린 디자인 공법이다. 후면 커버도 동일한 각도로 구부려 하단에서 보면 가로로 긴 타원형 모양이다.
색상 차별화 전략 내민 LG벨벳폰…‘만지고 싶은 디자인’ 개발 스토리
LG전자는 이 제품에 4가지의 곡률(휜 정도)을 적용했다. 제품의 양끝에서부터 6.5R·10R·15R·18R 순서다. 스마트폰 중심부와 가까워질수록 점차 완만해지는 곡률은 손에 착 감기는 디자인을 가능하게 한다. 또 슬림한 디자인을 표현하기 위해 6.8형의 대화면을 사용하면서도 20.5 대 9의 화면비를 적용했다. 너비는 74.1mm로 얇다.

이와 같은 디자인 특징은 ‘보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만지고 싶은 디자인’이라는 차별화 목표 아래 만들어진 것이다.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디자인연구소 디자이너들은 “만지고 싶은 디자인을 위해 한눈에 봐도 정갈하고 똑 떨어지는 첫인상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스마트폰 혁신의 대세는 카메라로 모인다. 김영호 MC디자인연구소 전문위원은 “획일화된 스마트폰 카메라 디자인을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며 “벨벳은 대화면을 더 세련되게 연출해 보기에도 좋고 손에 잡히는 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LG벨벳은 메인 카메라의 돌출부는 DSLR 같은 느낌을 줘 전문 카메라 느낌을 살렸고 나머지 카메라와 플래시 부분은 돌출 없이 처리해 손에 쥐었을 때 착 감기는 손맛을 살렸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스마트폰의 핵심 경쟁력을 디자인으로 삼은 배경에는 철저한 시장 조사가 자리한다. LG전자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소비자 각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약 40%의 응답자가 디자인을 절대 중요 요소로 인식했다. 이에 따라 벨벳의 ‘직관적으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 탄생했다는 것이 LG전자의 설명이다.

MC디자인연구소 디자이너들은 트렌드를 분석하기 위해 2030세대를 직접 따라다니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2030세대가 어떤 삶을 지향하고 어떠한 일상을 살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찾은 고객 특성을 반영해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감각적인 디자인 △재미있는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몰입감 있는 비디오 감상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벨벳을 개발했다.

LG벨벳의 네 가지 색상에도 고심이 담겨 있다. LG벨벳은 지난 5월 15일 오로라 화이트, 오로라 그레이, 오로라 그린, 일루전 선셋 등 4종의 색상으로 출시됐다.

시그니처 컬러는 오로라 그린이지만 컬러마다 다른 의미를 지닌다.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의 가치관에서 ‘그린’을 주목했고 미래적인 경험을 원하는 니즈를 파악해 일루전 선셋과 같은 컬러를 모바일에 적용했다. 오로라의 신비한 색감을 표현한 것이다.

LG벨벳은 같은 색상의 제품도 보는 각도에 따라, 빛의 양에 따라, 조명의 종류에 따라 다른 색처럼 보인다. 다채로운 색상의 비결은 ‘광학 패턴’과 ‘나노 적층’ 기술에 있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이 독자 설계한 광학 패턴이라는 설명이다. 김문영 책임연구원은 “생산기술원에 광학 패턴과 관련된 독자적 렌즈 기술이 있고 나노 적층 기술로 굴절률을 조정해 고객들이 보는 이미지가 달라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생산기술원은 LG벨벳의 4가지 색상의 독특한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 색상마다 맞춤형 패턴을 적용했다. 이 공정은 정밀하게 패턴을 새겨야 하므로 과정이 까다롭다. 가공 시간도 이전 제품 대비 10배 이상 소요된다.
색상 차별화 전략 내민 LG벨벳폰…‘만지고 싶은 디자인’ 개발 스토리
‘물방울 카메라’가 탄생한 배경에는 소비자의 취향이 반영됐다. 김 전문위원은 “소비자들은 카툭튀(카메라 부분이 툭 튀어나오는 디자인) 없는 깔끔한 디자인을 선호한다”며 “자연스럽게 물방울이 떨어지는 이미지의 디자인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LG벨벳은 하단 유선 이어폰 단자도 유지했다. 고음질의 음원을 듣고 싶어 하는 고객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이와 함께 영상 몰입과 보고 듣는 경험을 위해 6.8형 20.5 대 9의 화면비 시네마 풀비전(FullVision)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다. 스테레오 스피커와 인공지능(AI) 사운드를 지원한다.

또 손쉽게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도록 배경 소음과 목소리를 분리해 조정하는 보이스 아웃포커스 기능을 추가했다. 2개의 고성능 마이크 감도를 높여 생생한 소리를 담는 ASMR 레코딩 기능이 소비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LG전자는 LG벨벳에 퀄컴의 최신 5G 칩셋인 ‘스냅드래곤 765 5G’를 탑재했다. ‘스냅드래곤 765 5G’는 퀄컴이 최초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5G 모뎀을 7나노 공정으로 통합한 칩셋이다.

LG벨벳의 가격은 89만9800원이다. 공시지원금은 7만4000~24만원 수준이다.

디자인 경쟁력을 필두로 ‘적당한 가격’과 ‘스펙’ 면에서 좋은 평가를 얻은 LG벨벳의 아쉬운 점은 브랜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고가 남아 경쟁사들이 가격을 낮춘 상황에서 이통사 색상 차별화 전략으로 제품력을 강조하는 LG벨벳이 실적 개선과 함께 LG전자 스마트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터뷰] 김영호 LG전자 MC디자인연구소 전문위원“스마트폰은 또 하나의 ‘감각 기관’이자 ‘패션 아이템’”
색상 차별화 전략 내민 LG벨벳폰…‘만지고 싶은 디자인’ 개발 스토리

LG벨벳의 디자인 목표는 무엇인가.
“제조사가 특정한 디자인 요소를 고집하기보다 향후 출시되는 제품마다 디자인에 확실한 주제를 부여해 LG 스마트폰의 차별화 포인트를 강화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에서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실제 제품 개발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하다.
“스마트폰 시장의 트렌드가 있었고 우리도 그 안에서 디자인 차별화 요소를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만지고 싶은 디자인’이라는 차별화 목표가 있었고 이를 위해 3D 아크 디자인, 하단의 대칭형 타원 구현 등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구현했다.”

만지고 싶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한눈에 봐도 정갈하고 똑 떨어지는 첫인상이다. 후면의 물방울 카메라를 적용해 차별화된 디자인을 완성했다. 또 전면 디스플레이 좌우 끝을 완만하게 구부리고 후면 커버도 동일한 각도로 구부려 하단에서 보면 가로로 긴 타원형 모양이다. 타원형이기 때문에 손과 밀착되는 접촉면이 넓어져 착 감기는 ‘손맛’을 제공한다.”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분석했나.
“2020년의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은 2019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할 것이고 그 성장의 주역을 2030 젊은 세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30세대를 직접 따라다니고 인터뷰한 결과 폰을 단순히 디바이스로 여기는 게 아니라 또 하나의 ‘감각 기관’이자 ‘남다른 나’를 보여주는 ‘패션 아이템’으로 여긴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동영상으로 순간순간의 재미와 일상을 공유한다는 것, 하루 종일 비디오를 즐기며 실시간으로 공감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를 디자인에 반영했다.”

특히 물방울 카메라가 탄생한 스토리가 궁금하다.
“물방울 디자인은 해변 앞에 있는 인피니티 풀에서 영감을 얻었다. 표면 장력으로 물이 넘칠듯하면서 살짝 올라와 있는 그 모습에서 카메라 디자인을 떠올렸다.”

4가지 컬러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가장 좋아하는 색상은 무엇인가.
“인테리어나 패션 등 타 산업군의 트렌드를 많이 참고하고 트렌드 세미나 혹은 전시회도 많이 다녔다. 또 소셜 트렌드를 분석해 고객의 행태를 기반으로 나오는 사회적 이슈나 트렌드를 봤다. 이를 기반으로 어떤 컬러가 고객에게 더 어필될지 예측하고 타 산업군들의 트렌드 컬러들을 분석한 후 디자인에서 뽑은 컬러들을 고객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검증했다. 개인적으로는 일루전 선셋 컬러를 가장 좋아한다. 파란 하늘에서 석양으로 물드는 순간의 핑크를 베이스로 보는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컬러를 표현했다.”

개발자들과의 협업 과정은 어땠나.
“먼저 디자인이 원하는 이미지를 제시하고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공법과 기술을 디자이너들에게 소개해 주면 디자이너들은 다시 그 공법들을 활용해 미적 완성도를 높였다. 휴대전화처럼 기술과 트렌드에 민감한 제품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협업이 더욱더 중요하다. 업무적으로는 거의 매일 봤고 오랜 시간 대화와 토론을 통해 신뢰가 높은 관계를 형성했다.”

LG벨벳 디자인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LG벨벳은 한눈에 봐도 정갈한 디자인으로, 눈에 보이는 디자인을 넘어 만지고 싶은 디자인이라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 새로운 스마트폰에 대한 고객의 달라진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0호(2020.06.06 ~ 2020.06.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