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
-카카오톡에 블록체인 지갑 ‘클립’ 서비스 개시…창업가들에게 어필할 요소 갖춰
최초의 대중화된 블록체인으로 가는 길, 클레이튼
[김성호 해시드 파트너]지난 6월 3일 카카오의 자회사인 그라운드 엑스가 개발한 퍼블릭 블록체인 클레이튼의 지갑인 클립이 카카오톡에 탑재됐다. 클레이튼은 모바일 공룡 기업 카카오톡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출범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2017년 가상화폐 공개(ICO)가 붐을 이룬 뒤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 기업들이 너도나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카카오는 초기 기업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던 한재선 대표를 영입, 2018년 초 클레이튼 프로젝트의 첫 삽을 떴다. 여기에 블록체인 전문 액셀러레이터 해시드도 초기 투자에 참여하고 클레이튼의 방향성에 대해 같이 논의하며 많은 해외 사례들을 참고하기도 했다.

그 당시 블록체인 업계에 있는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던 텔레그램도 톤(TON)이라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외에도 라인과 페이스북 등 다양한 IT 공룡들이 차례로 퍼블릭 블록체인을 구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미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뛰어드는 경쟁이었기 때문에 기존의 이더리움·이오스·아이콘·온톨로지와 같은 오픈 소스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플레이어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중앙 정부의 통화 정책과 마찰을 일으킬 것을 우려해 다양한 견제를 받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워싱턴에서 리브라와 관련한 공개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에게 우려의 목소리를 한 몸에 받았고 텔레그램은 증권법 위반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법적 다툼에서 패한 결과 최근 톤 프로젝트를 포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근 다른 정부들의 방침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BSN이라는 정부 주도의 블록체인에 이더리움과 이오스 등 다양한 블록체인과 통신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리고 이미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에 대한 실험을 할 준비에 나선 상태다. 한국 정부도 국가적 경쟁을 의식해 CBDC 발행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 미국에서는 의회에서 국가재난지원금을 디지털 달러로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클레이튼이 카카오톡과 연동됐다는 사실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한국 기업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면에서 고무적이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각국 정부의 프로젝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탈중앙화 철학에 가장 걸맞은 블록체인 인프라를 제공해 줬다. 비트코인은 기존의 복잡한 금융 체계에서 벗어난 ‘돈’의 대안으로서 기능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재미삼아 시작했던 비트코인 채굴은 경제적인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비트코인은 곧 기존의 금융 체계를 피해 검열 저항성이 높고 어떠한 주체도 믿을 필요 없이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 데이터베이스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증명한 첫 이정표였다. 둘째로 이더리움은 스마트 콘트랙트를 개발해 단순히 송금 기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가치를 가진 자산을 변수로 쓸 수 있는 거대한 컴퓨터로 블록체인의 의미를 확장시켰다. 이 컴퓨터 위에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결합돼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라는 영역을 만들어 냈고 아직은 작지만 미래 금융 시장의 예고편을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탈중앙화라는 철학이 너무나 매력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관리하기 어려운 프라이빗 키 또는 적은 트랜잭션만 담을 수 있는 제한적인 용량, 트랜잭션이 발생한 이후에도 오랫동안 기다려야 기록이 확정된다는 점 등은 아직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보다 훨씬 후퇴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철학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탈중앙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클레이튼은 탈중앙화를 희생하더라도 빠르고 쾌적한 환경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블록체인이다. 클레이튼은 5000만 카카오톡 유저가 쓸 수 있도록 1초 만에 발생한 트랜잭션에 완결성을 부여하고 1초에 3000~4000개의 거래 내역을 제공할 수 있다. 이 거래 내역은 비자 신용카드가 1초에 1700건의 거래 내역을 발생시킨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많은 거래 내역을 담을 수 있는 용량이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굴지의 신뢰할 만한 기업들을 노드 운영 및 거버넌스 협의체에 가입시켜 노드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만한 동기를 부여한다. 클레이튼 생태계를 지탱하는 거대 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이 생태계가 매력적인 부분이다.

그 무엇보다 클레이튼이 매력적인 이유는 카카오톡이라는 거대 채널과의 협력이다. 대부분의 블록체인은 고객과 대면하는 서비스가 없었다. 철학의 우세함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참여자들은 자발적인 참여로 이 생태계를 지탱했다. 하지만 클레이튼은 카카오톡이라는 전 국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채널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내에 지갑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블록체인에 비해 엄청난 이점이다. 그리고 친구들의 목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산을 이체할 때 너무나 익숙하게 친구 목록 중 검색해 이체할 수 있다. 이체하기 위해 암호 기술로 만들어진 복잡한 주소를 이용하지 않는 것도 정말 큰 장점 중 하나다.
최초의 대중화된 블록체인으로 가는 길, 클레이튼
◆빠른 속도·카톡 협업이 가장 큰 장점

이제 대중화 블록체인의 시대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자산들이 등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는 지금까지 금융권에서 자산으로 인정받았던 형태의 자산일 것이고 둘째는 그 반대일 것이다.

금융권에서 인정받았던 자산들의 종류는 부동산·주식·채권·현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자산들이 당장 클레이튼 위에 올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자산의 종류마다 정부가 허용하는 등기 시스템이 모두 다르고 이런 등기 시스템이 클레이튼과 연동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행정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서 주도하는 샌드박스에 블록체인을 이용해 비상장 주식 또는 부동산을 토큰화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선출됐다. 향후 클레이튼과 같이 대중화된 블록체인에서 이런 자산들이 연결돼 거래될 수 있다면 훨씬 효율화된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금융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한 자산들 중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자산들이 클레이튼에 등록돼 금융 자산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게임 아이템이다. 대한민국에서 경제 생태계가 가장 큰 게임 중 하나인 리니지에서 가장 비싼 아이템 중 하나인 집행검 중 8번 강화에 성공한 집행검의 시가는 현재 3억원으로 추정된다. 과연 게임 아이템이 제도 금융권에서 대출을 위한 담보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블록체인에 등록돼 유동성을 가지게 된다면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구현된 디파이에서 담보물로서 기능하게 되고 보유한 사람들은 이를 통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금융 자산 발행과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의 출현은 지금까지 암암리에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자산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던 다양한 디지털 자산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것이다. 이 새로운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 위에서는 기존 세대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19세 미만의 청소년)들은 이해하는 자산들은 등록될 것이다. 이런 경제 시스템은 Z세대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유튜브를 통해 유튜버라는 직업이 나왔던 것처럼 말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1호(2020.06.13 ~ 2020.06.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