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생이 들으면 ‘맞아!맞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이야기
[서평] 서툰 어른이 된 포켓몬 세대에게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
안가연 지음 | 마시멜로 | 1만4000원


[한경비즈니스=최윤경 한국경제신문i 편집자 ]밝음의 아이콘 피카츄와 귀여운 꼬부기, 듬직한 이상해씨까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우리 모두의 친구였던 ‘포켓몬스터’가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라는 제목의 에세이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작은 몬스터 볼에 담겨 어쩔 수 없이 인생이란 리그 위에 던져졌지만 우리가 서로의 라이벌인 동시에 ‘모두 친구’라는 사실은 여전하지 않은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 앞에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을 텐데 말이다.”(프롤로그 중에서)

1990년대 초반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는 공통적인 추억이 있다. ‘피카츄·라이츄·파이리·꼬부기·버터플·야도란·비죤투·또가스 …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맞아!맞아!)’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엔딩곡의 주인공, 바로 만화 ‘포켓몬스터’다. 몇 년 전 출시돼 열풍에 가까운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던 ‘포켓몬고(GO)’의 인기도 사실 그런 공동 기억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리고 그런 기억을 공유하는 세대를 ‘포켓몬 세대’라고 부른다.

이제 그런 기억과 추억을 공유하던 어린 아이들은 어른이 됐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진짜 나는 누구인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혼란스럽고 희미해지고 그 결과 매일 실수만 반복하는 서툰 어른이 된 것만 같다.

이 책은 그런 어린 시절의 따뜻하고 소중했던 기억과 ‘포켓몬스터’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존재의 고유성과 삶에 대한 메시지까지 한 권의 에세이로 담아낸 책이다.

오리지널 시리즈 방영 당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80여 마리의 1세대 포켓몬을 선별해 실제 포켓몬 세대인 작가가 어른이 된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본 ‘포켓몬스터’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과 경험, 각 캐릭터의 고유성까지 모두 글에 녹여 냈다.

이 책의 저자인 안가연 씨는 “어른이 된 지금 시점에서 포켓몬 도감 속 캐릭터 설명을 읽으며 그 속에 담긴 고유성과 삶의 철학에 감탄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나는 반가움과 추억뿐만 아니라 잔잔한 위안과 삶의 지혜까지 얻어 갈 수 있다.

만화 ‘포켓몬스터’는 주인공인 지우와 피카츄가 함께 힘을 합쳐 모험의 위기를 극복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그런 위기의 순간에는 강자와의 대결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강한 상대를 만나 전의를 잃은 피카츄에게 지우는 “포기하면 안 돼.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이야”라는 말로 격려한다. 그 말은 포기하는 마음만 갖지 않으면 무엇에도 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즉 ‘포켓몬스터’는 그런 수많은 실패와 시도 과정에서 진짜 나는 누구인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이처럼 우리의 삶도 치열하다. 인생은 승부의 연속이고 그 안에서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는 나뉜다. 하지만 늘 마지막에는 승패와 관계없이 “좋은 승부였다”고 말했던 만화 속 주인공의 말처럼 우리도 서로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그렇게 말해줄 수 있다면 앞으로의 우리의 인생 앞에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된 뒤 치열하게 혹은 서툰 모습으로 매일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이 책은 이렇게 말해 줄 것이다.

어떤 모습이든 괜찮다고. 세상에는 영원한 승리나 패배도 없고 또 단점만 가진 사람도 장점만 가진 사람도 없다고 말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1호(2020.06.13 ~ 2020.06.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