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커버리·내셔널지오그래픽·웨스트우드 등 메이저 브랜드 제치고 업계 리딩 브랜드로
산 찾는 2030, 힐링 공간 된 낚시터…아웃도어 지각변동 시작됐다
[한경비즈니스= 차완용 기자] 아웃도어 패션업계가 술렁인다.

젊은 트렌드와 전문화된 시장 개척에 성공한 신진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고속 성장을 보이며 시장을 이끌고 있고 업계 상위에 포진해 있는 메가 브랜드들이 이들 신진 브랜드들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그동안 아웃도어 시장을 이끌던 브랜드 사이의 지각변동이다.

◆ 젊은 감각 입힌 디스커버리 뜨다

요즘 산 정상과 캠핑장의 모습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원색 계통 바람막이와 등산바지를 입고 등산화를 신은 사람들 일색이었다면 지금은 딱 붙는 레깅스에 가벼운 면티 그리고 기능성 재킷을 걸친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옷들의 상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유독 3개의 브랜드가 눈에 띈다. ‘노스페이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어패럴내셔널지오그래픽)’이다. 대부분 20~30대 젊은층이 입고 있다.

이들 브랜드들의 인기는 매출로 증명된다. 5월까지 올해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아웃도어 브랜드는 노스페이스(1200억원대)와 디스커버리(1100억원대), 케이투(1100억원대) 등 세 곳뿐이다.

노스페이스는 지난 몇 년간 아웃도어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만큼 시장 장악력이 높은 곳이지만 디스커버리는 2012년 론칭한 이후 젊은 세대를 공략하는 상품을 출시하며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점유율만 보더라도 2018년 시장점유율 6위, 지난해에는 3위로 껑충 뛰더니 올해는 2위 자리에 올라섰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업계 리딩 브랜드가 된 것이다.
산 찾는 2030, 힐링 공간 된 낚시터…아웃도어 지각변동 시작됐다
케이투는 2018년 시장점유율 3위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고전하면서 7위까지 내려앉았지만 신규 사업 전략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다시 치고 올라왔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역시 성장세가 무섭다. 2016년 아웃도어 시장에 뛰어들어 이제 5년 차에 들어섰는데 시장점유율이 6위다. 올해 1분기에만 51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웃도어업계 시장점유율 순위는 1위 노스페이스(2018년 1위), 2위 네파(2018년 2위), 3위 디스커버리(2018년 6위), 4위 블랙야크(2018년 4위), 5위 아이더(2018년 5위), 6위 컬럼비아(2018년 9위), 7위 케이투(2018년 3위), 8위 코오롱스포츠(2018년 7위), 9위 내셔널지오그래픽(2018년 10위), 10위 밀레(2018년 8위)였다.

이에 반해 그동안 아웃도어 시장의 전성기를 이끌어 왔던 브랜드들은 점유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급기야 LF가 전개해 왔던 ‘라푸마’는 지난해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오프라인 매장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온라인을 통해 재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라푸마는 LF가 2005년부터 전개해 2009년 국내 상표권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웠던 브랜드다. 한때 점유율 5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네파·블랙야크·아이더·컬럼비아·케이투·코오롱스포츠·밀레 등은 여전히 시장을 리드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전성기만 못하다. 지난해에도 7개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이들 7개 브랜드들은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과 부흥을 이끌어 왔던 주역들이다. 등산복·등산화·캠핑 용품 등을 팔아 왔던 브랜드들로 2000년대 중·후반 등산 붐이 일어나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등산복이 일상화되고 다운을 앞세워 아우터 시장을 공략하면서 지금의 아웃도어 시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2014년 아웃도어 시장이 정점을 찍고 하향세를 그리면서 이들의 입지도 점차 좁아지고 있다.

급기야 이들 브랜드들이 ‘아웃도어는 등산복’, ‘중·장년층의 여가복’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디스커버리나 내셔널지오그래픽처럼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적극 수용하면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공략을 위해 스포츠 의류, 애슬레저(운동+레저의 합성어)룩 등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낚시로 눈 돌린 웨스트우드 성공
산 찾는 2030, 힐링 공간 된 낚시터…아웃도어 지각변동 시작됐다
국내 아웃도어업계의 움직임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낚시 의류다. 등산복을 벗어나 새로운 셀링 포인트로 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낚시 의류에 뛰어들은 아웃도어 브랜드는 메이저(업계 10위권) 기준으로 대략 4곳이다.

2018년 낚시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자 웨스트우드가 곧바로 대응에 나섰고 뒤를 이어 컬럼비아·케이투·밀레가 뛰어들었다. 이유는 웨스트우드의 성공 때문이다.

올해로 브랜드 론칭 20주년을 맞은 웨스트우드는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로 그동안 사업을 영위해 왔지만 메가 브랜드로의 성장에는 한계를 보여 왔다. 하지만 낚시 의류 라인을 선보인 이후 2018년 매출 95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 웨스트우드는 낚시 의류 라인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2030세대 여성을 비롯해 키즈 전용 낚시 의류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웨스트우드에 이어 국내 아웃도어업계에 둘째로 뛰어든 컬럼비아도 적극적이다. 이 브랜드는 2018년 초 ‘PFG(Performance Fishing Gear)’ 라인을 본격 출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서브 브랜드’로 알려질 만큼 비중 있는 카테고리로, 낚시 라이프를 메인으로 일생생활에서도 트렌디하게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을 제안했는데 젊은층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가장 처음 빠른 흡습속건 기능을 가진 반소매 셔츠, 이후 슬림한 디자인의 남성용 반바지와 피싱 슈즈로 차근차근 상품 영역을 넓혀 가는 중이다.

컬럼비아의 자체 기능성 소재인 ‘옴니 드라이’와 자체 솔(sole) 기술력 ‘테크라이트’ 등을 적용해 기술력에서부터 차별화를 제안했다.

케이투는 지난해 4월 초 ‘피싱 라인’을 출시하면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케이투가 선보인 낚시 라인은 방수·방풍 등 아웃도어 기술력을 접목한 낚시 의류와 함께 모자·장갑·슬링백 등의 기본 용품이 포함돼 있다.

케이투의 낚시 의류는 방수 지퍼는 물론 피싱 줄자, 낚시용 소도구 등의 수납이 용이한 포켓으로 낚시 의류의 기본에 충실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밀레는 낚시를 스포츠의 한 장르로 보고 아웃도어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능성 원단과 인체공학적 재단 등의 기술력을 적용한 피싱 웨어를 선보였다.

현재 국내 아웃도어 메이저 브랜드 중 낚시 라인을 선보인 것은 이 4개 브랜드뿐이지만 앞으로 브랜드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낚시 인구가 계속 증가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낚시 인구는 2010년 652만 명, 2015년 677만 명, 2016년 767만 명, 2018년 800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편 국내 낚시 의류는 아직까지 일본 다이와·시마노 등의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까지만 해도 국내 메이저 낚시 의류 브랜드가 전무했던 만큼 시장 장악력이 아직까지 압도적이다.

하지만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적극적으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국내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1호(2020.06.13 ~ 2020.06.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