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술' 와인·양주 판매도 증가…제주맥주, 작년 성수기보다 올 1분기 더 팔려
회식 사라지자 ‘홈술’ 왔다…업소에서 가정으로 주 무대 바뀐 주류업계
‘집콕’과 여름이 만나자 주류 소비가 늘고 있다. 회식이 사라지고 ‘홈술’ 문화가 정착하면서 주류 시장의 주 무대가 업소에서 가정으로 이동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류 대면 접촉을 해야 하는 모임과 회식을 자제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가정용 채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주류 업체가 경쟁력을 가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류업계 사업 환경 변화’ 보고서를 발간하며 코로나19 이후 가정용 채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주류 업체가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를 발간한 염재화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업체별 실적은 주력 제품의 브랜드 파워와 가정용 채널의 성장을 통한 업소용 채널 대체 수준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식 사라지자 ‘홈술’ 왔다…업소에서 가정으로 주 무대 바뀐 주류업계
◆주점보다 마트·편의점 찾는 소비자

하이트진로와 제주맥주 등 주류업계는 올 1분기 코로나19의 여파에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와 ‘진로이즈백’이 돌풍을 일으키며 올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액은 26% 증가한 5338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561억원을 기록했다. 기업 신용 등급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한기평 역시 ‘홈술’족을 믿었다. 한기평은 코로나19 장기화에도 하이트진로가 가정용 채널 판매로 업소용 채널 영향을 상쇄해 올해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여름 성수기(6~8월)보다 올 1분기(1~3월)에 더 많은 맥주를 팔았다. 제주맥주에 따르면 올 1분기 매출이 지난 성수기 대비 2배 증가했다.

술집이나 음식점 등 업소용 판매가 아니라 편의점·대형마트·백화점 등 유통 채널을 통한 가정용 판매만 집계한 수치다. 특히 1~3월은 맥주 성수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년 여름 6~8월 성수기 매출 대비 2배 높은 매출을 기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유통 채널 중에서도 편의점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32% 증가하며 눈에 띄게 변화했다. 특히 제주맥주가 종량세 전환 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제주맥주 ‘4캔 만원’으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올해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맥주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대형마트·백화점 등 가정용 주류 판매 채널은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월 19일부터 6월 9일까지 양주 매출은 23%, 와인 매출은 39.3% 증가했다. 집콕 소비가 늘어났지만 바캉스족이 줄어든 만큼 맥주(6%)와 소주(2%)의 성장률은 높지 않았다.

이마트 주류 바이어는 “외식과 회식 자제 문화 확산으로 홈술족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반 소주와 맥주보다 와인과 양주 매출이 늘고 있다”며 “소주와 맥주로 양분됐던 주류 시장이 양주와 와인의 성장으로 개인 취향에 맞는 다양한 주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트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와인과 양주 판매가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와인이나 양주 판매는 겨울철(11~1월)에 증가한다. 송년회와 신년회 등이 많고 기온이 낮아 고도주를 선호하는 경향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홈파티와 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시원한 맥주뿐만 아니라 와인과 양주까지 덩달아 성수기를 맞았다.

이마트24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와인·양주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8.2%, 98.3%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5월 들어 와인과 양주 매출이 급증했다.
회식 사라지자 ‘홈술’ 왔다…업소에서 가정으로 주 무대 바뀐 주류업계
CU도 올해 와인과 양주 매출이 지난해 동기(1~5월) 대비 각각 45.8%, 32.9% 늘어났다. 역대 최고 매출 신장률을 경신한 기록이다. GS25도 올해 1~5월 와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3%, 양주는 34% 늘었다.

맥주 소비자들은 수입 맥주 대신 국산 맥주를 집어 들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CU에서 2월 19일부터 6월 9일까지 국산 맥주 매출액은 전년 대비 38.9% 증가한 반면 수입 맥주 매출액은 12.1% 줄었다.

수제 맥주만 놓고 보면 증가 폭은 더 크다. 올 1~5월 CU에서 판매된 수제 맥주 매출액은 전년 대비 355.6%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매출액에서 국산 맥주의 비율은 50.3%로 4년 만에 수입 맥주(49.7%)를 앞질렀다.

◆CU 수제 맥주 판매량 355% 증가

CU가 대한제분과 손잡고 출시한 ‘곰표 밀맥주’도 완판 행렬을 이어 가고 있다. 출시 3일 만에 첫 생산 물량 10만 개를 완판했고 1주일 새 누적 판매량 30만 개를 돌파했다.

수제 맥주 카테고리 1위는 물론 전체 국산 맥주 판매량 톱10에 진입할 정도로 쟁쟁한 대형 제조사 상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치다.

CU 관계자는 “맥주는 취향 소비 성향이 강해 신상품의 진입 장벽이 높은 데다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제조사들이 신상품과 프로모션을 쏟아내고 있는 여름 성수기에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다”고 밝혔다.

주세법 개정으로 주류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가정용 채널 소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주류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4월 27일부터 5월 22일까지 와인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45.9%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4월 주세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SSG닷컴에 ‘신세계 와인하우스’를 열고 다양한 가격대 와인 200여 품목을 판매 중이다. 온라인 결제 후 백화점 매장에서 상품을 직접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와인 구매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와인 온라인 매출만 별도로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주문 건수는 50건 수준이고 하루 평균 매출은 300만원이 넘었다. 이는 영등포점·대구점 등 중대형 백화점 와인 매장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와인을 수령하기 위해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 덕에 안주 구매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수입 식품과 치즈 등 와인과 함께 곁들일 수 있는 상품 중심의 수입 식품은 전년 대비 11.0% 증가했고 치즈와 살라미(수입 햄류)는 각각 34.3%, 21.7% 성장했다.
◆[돋보기] 맥주 공장에서 샴푸 생산 가능…‘주류 규제 완화 방안’
올해 주류업계는 다양한 변화의 흐름을 마주했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5월 19일 정부가 발표한 주류 규제 완화 방안이다. 이번 규제 완화로 주류업계는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주류 규제 완화의 주요 내용은 △주류 외 제품 생산 허용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허용 △주류 배달 기준 명확화 등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술 공장에서 화장품·샴푸·음료수 등 술 효모와 원료를 활용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오직 알코올이 함유된 ‘주류’ 생산만 허용됐던 것을 감안하면 생산 제품이 대폭 확대되는 셈이다.

판매 관련 규제도 줄인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음식점이 음식과 함께 주류를 주문받아 배달하는 경우, 주류 가격이 음식 가격보다 적은 경우에 한해 판매한다는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2만원짜리 치킨을 시키면 술은 1만9900원까지 주문할 수 있다.

또한 하반기부터 소주와 맥주의 가정용과 대형 매장용 등의 구분을 없애고 가정용으로 통일해 재고 관리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다만 주류업계는 규제 완화에 따른 당장의 매출 증가보다 포트폴리오 확대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분위기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1호(2020.06.13 ~ 2020.06.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