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대박’ 순항하는 김동관 리더십…태양광 사업도 1분기 사상 최대 실적
‘수소’와 ‘태양광’…뉴 한화 이끌 두 개의 키워드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의 리더십이 순항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수소 에너지 등 신사업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가 투자한 미국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의 상장으로 수소 사업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한화의 주요 에너지 계열사가 ‘태양광’과 ‘수소 에너지’ 등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4일 한화그룹이 투자한 미국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가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한국과 미국이 들썩였다. 미국에서는 ‘제2의 테슬라’가 등장했다며 주가가 치솟아 상장 4거래일 만에 니콜라의 시가총액은 포드를 제쳤다.

니콜라의 대박은 한화의 대박으로 이어졌다. 니콜라 상장과 동시에 한화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7배가 올랐고 거래 3일 만에 주가는 2배 상승했다. 한화가 보유한 니콜라의 지분 가치도 첫 투자 대비에 20배 가까이 불어났다.

2018년 니콜라에 1억 달러(약 1208억원)를 투자한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보유한 니콜라 지분은 6.13%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니콜라 지분 가치는 한때 2조원 가까이 치솟았다.

니콜라의 상장으로 그룹의 수소 사업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한화의 주요 계열사는 니콜라를 발판으로 미국 수소 생태계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수소 트럭에 그치지 않고 수소 생태계 전반에 대한 존재감을 키워 나갈 계획이다.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 공급할 권한을 갖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한화큐셀은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할 수 있고 한화솔루션 첨단 소재 부문은 수소 충전소용 탱크나 트럭용 수소 탱크를 공급할 기회를 갖게 된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을 자체 개발 중이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 계열사 보유 역량을 극대화해 수소 생태계 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면서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은 물론 수소까지 아우르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와 ‘태양광’…뉴 한화 이끌 두 개의 키워드
◆니콜라 대표 직접 만난 김 부사장

한화의 선제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어지면서 김 부사장의 리더십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부사장이 이번 투자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한화가 니콜라와 인연을 처음 맺게 된 것은 2018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유망 벤처기업 발굴을 담당하는 현지 벤처 투자 전담 조직이 니콜라에 투자할 필요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계열사 간 논의를 거쳐 북미 지역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장을 고민하던 한화에너지와 해외에서 친환경 융·복합 사업 신규 진출을 추진하던 한화종합화학이 니콜라에 공동 투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러 계열사 중 두 계열사의 장기 성장 방향성이 니콜라의 사업 모델과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투자를 최종 결정하기 위해선 니콜라에 대한 정보와 수소 사업 전망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 수렴이 절실했다.

이 과정에서 10여 년 동안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쌓은 김 부사장(당시 한화큐셀 영업총괄 전무)이 나섰다.

김 부사장은 평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미국 내 전문가 그룹을 통해 정보 수집에 나섰다. 실무진과 함께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 회장을 직접 만나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니콜라의 사업 비전이 한화의 미래 사업 방향과 통한다는 사실 역시 확인했다. 김 부사장과 밀턴은 지금도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교류를 이어 가고 있다.

김 부사장은 11년째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리더들과 교류해 왔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니콜라에 대한 투자 성사 역시 다보스 포럼 등 김 부사장이 쌓아 놓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함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과 수소 에너지 사업이 성장 궤도에 오르면서 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 3월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기틀을 다졌다. 김 부사장이 그룹의 핵심인 한화솔루션의 사내이사로 경영 전면에 등장하자 재계에서는 이를 승계의 시작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수소’와 ‘태양광’…뉴 한화 이끌 두 개의 키워드
◆경영권 승계 기틀 마련할까

김 부사장은 현재 한화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책임지기 위해 한화의 전력부문장을 맡아 그룹의 미래 전략을 전반적으로 지휘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니콜라에 투자해 미국 수소 시장 진출에 나선 것이 지배 구조 개편의 첫 단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니콜라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도 기업 가치가 상승하면서 두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의 가치도 동반 상승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 지분 3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기업 지배 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3세 경영권 승계를 앞둔 한화그룹이 (주)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이 합병하면 세 아들에게 경영권이 승계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주)한화는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소유하며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이 22.65%, 세 아들이 함께 7.78%의 한화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에이치솔루션도 4.20%를 보유 중이다. 에이치솔루션의 기업 가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주)한화와 합병 시 세 아들이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돋보기] 기업 가치 122억 달러…니콜라, ‘제2의 테슬라’ 될까

한화가 선제 투자한 니콜라는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 회장이 2015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2018년과 2019년 한화, 독일 보쉬, 이탈리아 CNH인더스트리얼(이베코 트럭 제조사) 등에서 초기 투자를 받아 수소 1회 충전으로 1200마일(약 1920km)을 갈 수 있는 수소 트럭(FCEV)과 유럽을 겨냥한 전기 배터리 트럭(BEV) 등을 개발하고 있다.

니콜라는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본사가 있고 현재 피닉스 인근인 쿨리지에 최첨단 제조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부터 전기 배터리 자동차 판매를 통해 미국·유럽 트럭 시장에 진출한 뒤 이르면 2023년 수소 트럭을 양산할 계획이다.

니콜라 측은 “이미 100억 달러(약 12조1000억원)가 넘는 1만4000대 이상의 수소 트럭을 선주문 받아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니콜라는 수소 트럭 제조 외에 수소 충전소 조성을 통한 수소 기반 물류 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미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세계적 맥주 회사인 앤호이저부시인베브 등을 수소 트럭을 이용한 물류 대행 고객으로 확보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2027년까지 수소 충전소 800여 개를 짓는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궁극적으로 수소 에너지 기반의 자율 주행 트럭으로 전 세계의 물류 인프라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것이 니콜라의 포부다.

하지만 최근 블룸버그가 니콜라의 수소 트럭 생산 능력에 의문을 품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니콜라 주식이 ‘거품’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니콜라가 공개한 수소 연료 전지 트럭 ‘니콜라원(one)’의 스펙이 과장됐다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2016년 12월 공개된 장거리 수소 연료전지 트럭 ‘니콜라원(Nikola One)’에는 기어와 모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소 연료전지가 장착돼 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밀턴 회장은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주요 부품을 제거했다”며 “나는 아무도 속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2호(2020.06.20 ~ 2020.06.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