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제 1283호 (2020년 06월 29일)

‘농민 대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100년 농협’ 비전

기사입력 2020.06.29 오전 10:52

[스페셜 리포트Ⅱ]
-취임 6개월 맞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100년 농협’ 비전
-230만 농심(農心) 대변하는 ‘농민 대표’…농가 소득 증대·디지털농협 구축 등 과제


‘농민 대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100년 농협’ 비전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농협중앙회 사령탑에 오른 이성희 회장이 취임 6개월에 들어섰다. 지난 1월 말 치러진 농협중앙회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수장 자리에 오른 이 회장은 ‘100년 농협’을 향한 비전 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때부터 남다른 각오로 현장 경영을 펼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4일 취임식을 생략하고 강원도 홍천군의 한 딸기 농가를 찾아 봉사 활동을 벌이며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현장 중심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이 회장은 현장 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농촌에 산적해 있는 문제의 답을 현장에서 찾기 위해 일선 농업 현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며 “12만 농협 임직원 모두는 농업인이 없는 농협은 존재의 이유가 없음을 명심하고 함께 힘을 합쳐 건강한 농업·농촌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농축산물 유통 구조를 선진화하고 농·축협 숙원 사업을 해결해 지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 100년 기업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농민 대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100년 농협’ 비전

◆ 새로운 100년 향한 ‘비전 2025’ 선포
 

이 회장은 경기 성남 출신으로 농협 수장 가운데 첫 수도권 출신이다. 1971년 낙생농업협동조합(낙생농협)에 입사해 지금까지 50년 가까이 농협에서 일한 ‘50년 농협맨’이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낙생농협 조합장을 내리 세 번 지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농협중앙회 이사를 맡아 중앙회 업무에도 밝다. 그뿐만 아니라 농협보험 최고전략위원회 위원,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운영협의회 위원을 비롯해 요직으로 꼽히는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을 맡은 경험이 있어 범농협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농협중앙회가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를 출범시키는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진행할 때 감사를 지휘한 인물이 바로 이 회장이다.

농협중앙회 회장직은 임기 4년 단임제의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30여 개 농협 계열사를 거느리고 임직원 12만 명의 리더로서 영향력을 가진다.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권과 예산권·감사권을 가지며 농업경제와 금융사업 등 경영 전반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0년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농협은 현대중공업(9위)에 이어 재계 순위 10위의 거대한 조직이다.

 230만 농민을 대표하는 이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농가의 수익을 높이고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약을 내걸었다. 주요 공약으로 농업인 월급제·농민수당·농업인 퇴직금제 도입, 하나로마트 미래 산업화 육성 등이 있다.

사업 체계 혁신과 관련해서는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을 포함해 조합장 전체 총회(포럼) 1년 1회 이상 정례화, 지역본부의 대표(농정) 기능을 조합장이 수행, 감사위원장 선출 방법 변경 추진, 조합장 중심으로 지주와 계열사 지배 구조 개혁 등을 공언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취임 100일 만에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농협의 새로운 비전인 ‘비전 2025’를 선포했다. 비전 2025는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함께하는 100년 농협’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농협은 시대적 패러다임 변화와 농업·농촌·농협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농업·농촌·농협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하고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비전 2025 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전 2025에는 시대적 요구와 임직원의 의지를 반영해 농협이 추구해야 할 농업·농촌의 미래상으로 ‘농토피아(農Topia)’를 구현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지난 60년 역사를 토대로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기 위한 원대한 꿈과 ‘함께’라는 포용과 상생의 가치도 담겼다.

농협은 비전 달성을 위해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 웃는 유통 대변화,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디지털 혁신, 경쟁력 있는 농업·잘사는 농업인, 지역과 함께 만드는 살고 싶은 농촌, 정체성이 살아있는 든든한 농협 등을 5대 핵심 가치로 제시하고 이와 연계한 80대 혁신 과제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 회장은 과감한 혁신과 전략적인 도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와 저성장·제로금리 시대로의 진입과 같은 거대한 변화가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농가 고령화와 인구 감소, 도시 대비 낮은 농가 소득 문제를 해소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재해와 가축 질병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농민 대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100년 농협’ 비전

◆ 농가 소득 증대· 유통 대변화·디지털 혁신


농업·농촌·농협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이 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농가 기본소득 체계 구축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결정에 따른 농업 환경 악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은 1995년 WTO에 가입할 때 개도국이라고 주장했지만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 외에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동안 한국은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으면서 관세와 보조금 감축률과 이행 기간 등에서 선진국에 비해 혜택을 누려 왔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라 소득 감소가 우려되는 농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쌀 소비 감소에 따른 전국 150여 개의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수익성 악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업 소득 성장의 한계는 도농 간 소득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1995년 96%에 달했던 도시 가구 소득 대비 농가 소득 비율은 2018년 65% 수준까지 하락했다. 2030년에는 61.6%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농업인 소득 여건 개선을 위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불안정한 농업 소득을 안정화하기 위해 ‘농업인 월급제’, ‘농업인 수당’, ‘농업인 퇴직금제’와 같은 소득 안정제도 도입에 힘쓰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발생하는 가격 급등락 등 수급 조절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농축산물 유통 구조도 전면 개혁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10대 농작물 ‘수급 예측 정보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해 파종에서 수확까지 전 단계를 모니터링한다는 복안이다. 축산물 가격 정화를 위해 축산물 수급 예측 시스템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소매 유통은 농축협 하나로마트 중심으로 육성하고 농협 쇼핑몰을 미래 산업으로 키우는 등 기존의 유통 체계를 타파하는 유통 패러다임 전환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조합장·농민단체·유통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올바른 유통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올바른 유통위원회를 통해 물류 체계 효율화, 온라인몰 강화, 스마트 농업 육성 등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실천할 계획이다. 농가 소득 증대와 소비자 편익 제고에 기여하는 신사업 확대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시장 트렌드에 맞는 소비자 맞춤형 축산 간편 식품 개발과 공급 계획이 대표적이다.

농협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사업을 품목별·축종별 연합회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상호금융 역시 최고의 전문성·생산성·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춘 인재를 확보해 은행권을 능가하는 제일의 금융회사로 육성해 나간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농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디지털 혁신’을 특히 강조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농협’을 구현하기 위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이 회장의 판단이다.

디지털 농협 구상을 위해 현장 경영에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이 회장은 전국 최초 스마트 원예 단지인 충남 부여군 일대 스마트팜을 방문해 농업인과 만나 현장의 의견을 청취했다.

스마트팜 등 혁신 기술에 기반한 비즈니스가 이 회장이 강조하는 농업·농촌의 새로운 100년을 책임질 미래 먹거리다. 이 회장은 임기 중 인공지능(AI) 비닐하우스 농법을 보급할 ‘디지털 농업인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농축협별 유통·금융몰 구축, 스마트 축사, 스마트 영농 모델 보급 등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농축산물 유통 혁신에도 속도를 높인다. 온라인 농산물거래소와 빅데이터 기반의 농협 유통 신모델을 개발해 온라인 쇼핑몰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돋보기]

“현장에서 답 찾는다”…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현장 경영 ‘말·말·말’


‘농민 대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100년 농협’ 비전
▲ 2월 4일 취임식 대신 강원도 홍천군의 한 딸기 농가를 찾아 “산적한 농촌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현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농민 대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100년 농협’ 비전
▲ 2월 13일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화훼 농가 돕기 행사에 참석해 “농축산물 소비 침체로 실의에 빠진 농업인을 돕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농협몰·하나로마트 등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농민 대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100년 농협’ 비전
▲ 4월 23일 ‘올바른 유통위원회’ 출범식에서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 웃는 올바른 유통 만들기는 농협의 가장 중요한 소임”이라며 “올바른 유통위원회는 농업인이 현장에서 느낄 변화를 반드시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 대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100년 농협’ 비전
▲ 5월 11일 ‘비전 2025 선포식“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혁신으로 농업·농촌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농민 대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100년 농협’ 비전
▲ 6월 18일 전국 최초 스마트 원예 단지인 충남 부여군 스마트팜을 찾아 “4차 산업혁명 시대에‘디지털 농협’구현을 위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의 발전을 위해 혁신을 단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3호(2020.06.27 ~ 2020.07.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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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6-30 13:41